AI/기술 트렌드

패션계 뒤흔든 J.Crew AI 모델, 소비자는 왜 분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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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J.Crew의 이번 AI 화보 논란은 패션 산업이 직면한 새로운 딜레마를 보여준다. AI는 빠르고 저렴하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지만, 동시에 브랜드의 신뢰와 정체성을 훼손할 위험을 동반한다.

올여름, 미국 패션 브랜드 J.Crew는 글로벌 슈즈 브랜드 Vans와의 협업을 기념하며 인스타그램에 일련의 화보 이미지를 게시했다. 사진 속 남성 모델들은 자전거를 타고, 그림을 그리고, 부두에 앉아 신발을 신은 채 여유롭게 포즈를 취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J.Crew 카탈로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형적인 ‘레트로 프레피(preppy)’ 무드였다. 그러나 화보가 공개된 직후, 소비자들의 관심은 정작 신발이 아닌 사진 자체의 정체에 쏠렸다.

 

곧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는 사진 속 어색한 디테일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모델의 발 모양이 기묘하게 꺾여 있거나, 보트 구조와 그림자가 비현실적으로 표현된 점을 발견했다. 유명 패션 뉴스레터 Blackbird Spyplane의 탐사 보도를 통해 이 이미지들이 실제 촬영물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디테일 속에 숨겨진 ‘AI의 흔적’

Blackbird Spyplane는 J.Crew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화보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여러 장면에서 AI 이미지 생성 특유의 오류(glitches)가 확인됐다.

  • 모델의 오른발이 뒤로 90도 꺾여 보이는 장면.
  • 그림자가 부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은 다리 밑 부분.
  • 보트의 ‘라이프라인(lifeline)’ 구조가 실제 항해 규격과 맞지 않는 부분.
  • 셔츠 줄무늬가 사진마다 불일치하거나, 신발의 페인트 자국이 위치를 달리하는 점.
  • 자전거 핸들바의 형태가 현실적이지 않은 기괴한 모습.

이 외에도 카메라 디자인이 비현실적이거나, 모델의 구두끈 구조가 뒤바뀌는 등 다수의 ‘AI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논란이 된 장면 중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남성 모델 사진이었다. 이는 전설적인 패션 포토그래퍼 빌 커닝햄(Bill Cunningham)의 상징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구도로 연출되었다. 하지만 현실의 사진가를 오마주한다는 취지가 오히려 “실제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AI가 모방·대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왔다.

제작자 Sam Finn의 정체

추가 취재 결과, 이번 화보는 ‘AI 사진가’를 자처하는 Sam Finn(작가명 AI.S.A.M.)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소속 에이전시와 링크드인 페이지에는 해당 이미지가 ‘AI 작업물’임이 해시태그로 명시되어 있었으나, 정작 J.Crew의 공식 게시물에는 AI 사용 사실이 처음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Finn은 인터뷰에서 자신을 “현실과 인공을 매끄럽게 결합하는 창작자”로 소개하며, Midjourney, Stable Diffusion, ComfyUI 등 AI 툴을 활용해 이미지를 생성한다고 밝혔다. 그의 다른 작품들 역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불편한 분위기의 SF적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J.Crew 측은 게시물 공개 당시 Finn의 이름조차 명시하지 않았다. 이후 Blackbird Spyplane 보도가 나온 직후에야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Digital art by: @samfinn.studio”라는 문구를 추가했지만, 여전히 “이미지가 AI 생성물인지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소비자와 인플루언서의 반발

AI 이미지임이 드러난 이후, J.Crew의 인스타그램에는 부정적 댓글이 잇따랐다.

  • “자사 미학을 AI로 재탕한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하고도 오류 수정조차 하지 않았다.”
  • “AI로 만든 이미지를 왜 솔직히 밝히지 않았느냐.”

패션 인플루언서이자 틱톡 크리에이터 알버트 무즈키즈(@edgyalbert) 역시 J.Crew 협업 경험이 있음에도 이번 캠페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이건 정말 별로다. 나는 이 신발을 도저히 신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반발은 단순히 이미지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의 투명성·윤리성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다. J.Crew가 지난 수십 년간 구축해온 ‘정통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와 정면으로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J.Crew의 해명

논란이 확산되자, J.Crew는 패션 매체 The Cut에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창작 방식을 탐구하며,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브랜드를 실험적으로 해석한다. 

 

Sam Finn Studio와의 협업 역시 그 일환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왜 AI 사용 사실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는지”라는 핵심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브랜드가 단순히 비용 절감 혹은 화제성을 위해 자사 아카이브를 ‘스스로 카피’한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AI 오마주’인가, ‘자기 복제’인가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브랜드의 실험적 마케팅을 넘어, AI가 창작과 패션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1. 투명성 문제 –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AI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알 권리가 있다. ‘AI임을 숨기는 행위’는 신뢰를 훼손한다.
  2. 창작 윤리 – 실제 사진가와 모델이 할 수 있었던 작업이 AI로 대체되며, 예술가의 노동 가치는 축소된다.
  3. 브랜드 정체성 – J.Crew는 오랫동안 카탈로그 문화를 통해 ‘아메리칸 프레피’의 낭만을 팔아왔다. 그러나 이번 AI 화보는 그러한 낭만을 ‘서버팜이 만들어낸 복제물’로 전락시켰다.
  4. 소비자 감수성 – AI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아날로그적 향수’를 내세운 브랜드가 오히려 가장 인공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재현한 것은 아이러니로 받아들여졌다.

J.Crew의 이번 AI 화보 논란은 패션 산업이 직면한 새로운 딜레마를 보여준다. AI는 빠르고 저렴하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지만, 동시에 브랜드의 신뢰와 정체성을 훼손할 위험을 동반한다.


특히 패션은 소비자에게 ‘진짜처럼 보이는 판타지’를 파는 산업이다. 그런데 그 판타지가 알고 보니 실제 장소·인물·상황이 아닌 합성 이미지라면, 그 판타지는 매력을 잃는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그 인위성을 불편해하며 브랜드에 등을 돌릴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패션 업계에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AI는 강력한 도구일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브랜드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투명성과 창의성, 그리고 인간적 감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곧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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