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하려면 분위기 띄울 줄도 알아야 할까요?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사회생활을 하려면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능력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기업,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한 10년차 직장인의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지난달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배우 임시완 씨의 8분간 원맨쇼(?)가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는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춤을 출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 말의 책임을 지게 된 것이죠. 수많은 배우들 앞에서 춤을 춘다는 게 뻘쭘하고, 내심 본인도 정장을 입고 품격을 유지하고 싶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춤, 노래, 연기까지 뻔뻔하게(?) 다 해냈어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간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낸 건 뻔뻔한 척하는 그의 표정 뒤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노력이 느껴졌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오프닝 무대를 보다가 문득 저의 옛 회식 자리가 떠올랐어요. 그날따라 팀장님이 너무 신이 나신 나머지 밤 12시까지 회식이 이어졌고, 노래방에서 더 이상 박수를 칠 기력도 없어 잠시 소파에 앉아 쉬었어요. 그런데 한 동료가 제게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이렇게 말을 하는 겁니다.
"수진님 뭐해요, 분위기 맞춰야죠"
저는 몹시 기분이 나쁘면서도 정말 내가 분위기를 못 맞추는 사람인가 싶었어요. 다들 힘이 드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온 힘을 다해 춤을 추고 박수를 치고 있었으니까요. 기합을 넣으며 춤을 추는 한 동료를 보면서는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분위기를 띄울 줄 알아야 한다.' 저는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해요. 꼭 회식 자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모여서 생활을 할 때 너무 말이 없거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모두가 불편해지는 경우가 생기곤 하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분위기를 띄운다'는 게 꼭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춰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고, 도와줄 일이 없는지 확인하며 '보이지 않는 얼음'을 깨는 일이 모두 분위기를 띄우는 행동이라는 거죠.
두 달에 한 번씩 회사에서 랜덤으로 조를 짜서 점심을 먹곤 하는데요. 10살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동료끼리 한 조가 되기도 하고, 평소 협업이 많지 않은 팀끼리 같은 조가 되면 대화의 주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난감해져요. 그런데 신기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주말 계획 있으세요?", "아이는 잘 크고 있나요?" 하며 대화의 문을 여는 겁니다. 그러면 입을 꾹 닫고 있던 사람들도 "주말에 양평 놀러 가려고요",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갔어요"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의 꽃을 피우기 시작하죠.
'사회생활을 하며 분위기를 띄운다'는 건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일이에요. 누군가 강요할 수도 없고 의무도 아니지만, 함께 일하는 환경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조금씩 힘을 보태는 거죠. 임시완 배우의 원맨쇼에서 하이라이트는, 이병헌 배우가 신인 시절에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 영상을 공개한 부분이었는데요. 이병헌 배우는 당황해하면서도 마른 세수를 하는 제스처를 하며 재미를 더했어요. 임시완 배우의 원맨쇼는 완성도를 떠나, '청룡시리즈어워즈'에 참여한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하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제대로 분위기를 띄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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