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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 과연 애플은?

2025.08.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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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1. 애플 인텔리전스 통합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2. 전략, 개발, 인재 등 AI 전반에서 연이어 문제를 겪고 있어요. 3. 아이폰으로 버티고 있지만, 반등하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애플의 AI, 올해도 못 봅니다

올해도 애플은 AI 분야에서 사실상 기브업을 외쳤습니다. 지난해 애플표 AI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공개하며 시리에 통합해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은 계속 미뤄져 왔는데요. 2024년 말 출시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2025년으로 넘어갔고, 결국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6년에야 본격적으로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애플 (출처 : Artificial Analysis)

 
참고로 올해는 ChatGPT가 출시된 지 3년이 되는 해입니다. ChatGPT의 등장은 AI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전 세계 기업들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 투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의 대표주자라 불렸던 애플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요. AI 분야에서 지난 3년 간 애플은 사실상 '망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아이폰이라는 든든한 곳간 덕분에 버텨온 애플이지만, 속담대로라면 애플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애플은 여전히 괜찮을까요? 아니면 정말 무너지게 될까요?

 

AI를 AI라 부르지 못하는 애플

애플은 지난 몇 년간 AI(인공지능)라는 단어를 거의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업계 전체가 생성형 AI 열풍에 휩쓸리며 'AI가 아니면 뒤처진다'는 불안감, 이른바 'AI FOMO(Fear of Missing Out)'에 사로잡힌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는데요. 애플은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컸고, AI라는 표현 대신 자사의 기기와 생태계에 최적화된 경험을 강조하는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을 내세웠습니다.  

철학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애플은 늘 최신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한 완성도 높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과 소비자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생성 : ChatGPT-4o

 
모두가 경쟁적으로 자체 AI 기술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애플 인텔리전스 자체도 비교적 늦게 출시됐습니다. 게다가 AI가 아닌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그에 걸맞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이미 경쟁사들이 구현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실망을 부추긴 꼴이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출시 지연이었습니다. 발표 당시 곧 기능이 제공될 것이라 홍보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하나둘씩 연기되기 시작했고 일부 기능은 2026년에서야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애플이 강조한 온디바이스 처리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차별화 요소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이로 인해 AI 모델의 규모와 성능에서 제약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리는 언제 똑똑해질까?

애플의 가장 아픈 손가락을 꼽는다면 단연 '시리(Siri)'입니다. 2011년 출시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음성비서의 대표명사와 같았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크게 발전하지 못하며 어느새 '무능한 음성비서' 혹은 

'멍청한 음성비서'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시리를 업그레이드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이 쉽게 개선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I 산업은 빠른 출시와 반복적인 개선이 중요한 영역이지만, 완성도를 중시하는 문화가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리야”에서 “야”를 생략하고 호출하는 기능 하나를 구현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는 일화는 애플의 개발 프로세스가 얼마나 느린지 잘 보여줍니다.


생성 : ChatGPT-4o


그리고 이 격차는 단순히 '불편한 음성비서'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단순한 대화형 챗봇을 넘어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agent)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OpenAI가 최근 공개한 ChatGPT 에이전트 모드는 브라우저 탐색, 캘린더와 이메일 분석, 회의 요약, 쇼핑과 일정 자동화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응답을 넘어 “실행형 비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앞으로 음성비서와 AI 에이전트의 통합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회의 내용 정리하고 바로 메일로 보내줘”, “장보기 목록 주문하고 오늘 저녁까지 배달되게 해 줘” 같은 복합 명령을 음성으로 지시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시리가 지금까지의 모습을 답습한다면, 애플은 단순히 답답한 음성비서를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차세대 핵심 비서 플랫폼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습니다.  

이미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구글은 어시스턴트에 자체 AI 모델을 결합해 더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하게 하고 있고, 삼성은 제미나이를 갤럭시 생태계 전반의 음성 비서로 활용하며 빠르게 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 환경에서 시리가 뒤처진다면,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강조한 사용자 경험 차별화마저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애플의 고질적인 개발 문화가 인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보다는 제품을 우선시하는 내부 문화 때문에 개발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으며, 인재가 곧 경쟁력인 AI 분야에서는 이 상황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최근 메타가 천문학적인 연봉과 전폭적인 인프라 지원을 무기로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데, 애플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생성 : ChatGPT-4o


애플의 자체 대형 언어 모델(LLM) 개발을 총괄해 온 수석 엔지니어 루오밍 팡(Ruoming Pang)이 메타로 이적했고, 핵심 동료였던 톰 건터(Tom Gunter), 마크 리(Mark Lee) 등도 줄줄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내부에서는 이 상황을 두고 '대지진'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동요가 큰 상황입니다. 또한, 최고의 인재를 모으고 있는 메타가 애플의 인재를 영입했다는 사실은, 동시에 애플 내부에서도 그만큼 뛰어난 인재가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팀 쿡 CEO는 최근 AI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M&A까지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시급하기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애플 내부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외부 M&A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일관된 기술 개발과 전략 실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애플은 그냥 부자가 아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애플은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사실상 대부호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압도적인 현금 보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 등 하드웨어 디바이스 생태계는 여전히 견고합니다. 이 하드웨어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애플의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이런 강점을 고려하면 애플이 당장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더라도 빠르게 반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AI 기술이 안정화되고, 이를 애플의 하드웨어와 서비스 생태계에 통합하는 순간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순식간에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즉, 고속도로가 이미 깔려 있으니 제품만 완성된다면 언제든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3년간 정체된 애플의 성장률 (출처 : ARK Investment Management LLC)

 
특히 AI 기술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금, 더 이상 벤치마크 성능 수치만으로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는지,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혁신하는지가 핵심입니다. OpenAI가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과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AI 기술과 지금까지 애플을 성공으로 이끈 UI/UX 역량이 시너지를 낸다면, 그 반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습니다. 

애플이 구축한 고속도로는 꽤 견고해서 앞으로도 몇 년 간은 잘 버틸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깨지고 부서지고 하는 것이 고속도로입니다. AI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고객에게 이어지는 이 고속도 로는 하나둘 연결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가지고 있다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더 늦어지기 전에 빠른 반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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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I #시리 #에이전트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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