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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두 번째 막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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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오랫동안 중앙 집중형으로 발전해 오던 AI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실로 스며들고 있다. 데이터가 발생하는 현장(edge)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엣지 AI'로의 전환은 AI 권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인공지능은 오랫동안 거대한 데이터 센터, 즉 클라우드의 전유물이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강력한 연산 능력으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중앙 집중형 모델은 지난 10년간 AI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 AI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상의 데이터 왕국에서 벗어나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물리적 현실 세계로 스며들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의 중심에 바로 엣지 AIEdge AI와 분산형 컴퓨팅Distributed Computing이 있다.

 

 

AI 권력의 지각변동, 엣지가 부상하는 이유

 

데이터가 발생하는 현장Edge에서 AI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연산의 위치가 바뀌는 기술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AI의 권력 지형과 산업 전략, 나아가 인류와 기술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클라우드 중심의 AI는 강력하지만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지연성Latency 문제다. 순간의 판단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자율주행이나 밀리초 단위의 정밀함이 필요한 산업 로봇의 경우 중앙 서버를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둘째, 대역폭Bandwidth의 한계다.

스마트폰·CCTV·공장 센서 등 수많은 기기가 생성하는 모든 원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것은 막대한 통신 비용이 발생하며, 네트워크 인프라의 과부하를 유발한다. 셋째, 프라이버시 리스크다. 개인의 건강 정보나 기업의 영업 기밀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는 것은 유출과 악용의 위험을 수반한다. 넷째, 에너지 문제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냉각하는 데 드는 막대한 에너지는 기후 위기 시대의 또 다른 딜레마다.

 

엣지 AIEdge AI는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 해답이다. 엣지 AI는 데이터가 생성된 기기 자체On-Device나 사용자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엣지 서버Edge Server에서 AI 연산을 수행한다. 데이터의 이동을 최소화해 네트워크 지연을 줄이고, 필요한 정보만 정제해 전송함으로써 대역폭 부담을 완화한다. 민감한 데이터를 기기 내부에 보관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불필요한 데이터 전송과 중앙 집중형 연산을 줄여 에너지 효율 또한 높일 수 있다.

 

 

 

분산형 컴퓨팅의 귀환, 새로운 협업 구조

 

엣지 AI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분산형 컴퓨팅Distributed Computing의 부활을 이끌었다. 이는 클라우드, 엣지, 디바이스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연산과 데이터를 분담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컴퓨팅 연속체Computing Continuum’를 구축하는 개념에 가깝다. 이 협업 구조에서 각 주체는 명확한 역할을 맡는다.

 

디바이스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즉각적 추론을 담당하고, 엣지 서버는 여러 디바이스의 데이터를 일차적으로 취합해 로컬 환경에 최적화한 중간 규모의 학습이나 분석을 수행하며, 클라우드로 보낼 데이터를 정제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는 엣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AI 모델을 학습하고, 이를 다시 엣지와 디바이스로 배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유지한다.

 

이러한 탈중앙화 철학은 데이터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중앙 플랫폼의 독점을 해체하려는 ‘웹 3.0’의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엣지 AI와 분산형 컴퓨팅은 웹 3.0의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물리적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엣지 컴퓨팅의 구조적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중앙 집중형인 클라우드와 현장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엣지의 역할이 어떻게 분산되고 연결되는지를보여준다. ©Edge Impulse

 

 

 

AI 인프라의 새로운 권력 지도

 

엣지 AI의 부상은 AI 산업의 권력 지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대의 강자가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GCP이었다면 이제는 엣지를 지배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반도체와 플랫폼을 모두 거머쥔 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스마트 시티·제조·유통·물류 분야를 위한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로봇과 임베디드 시스템을 위한 젯슨Jetson 플랫폼을 통해 클라우드부터 엣지까지 끊김 없는 AI 개발 환경CUDA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의 두뇌를 지배하는 퀄컴은 최신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에 강력한 NPU신경망 처리 장치를 탑재해 노트북과 모바일 기기에서 ‘온디바이스 AI’ 혁신을 이끌고 있다. 또 퀄컴이 인수한 스타트업 엣지 임펄스Edge Impulse는 복잡한 코딩 없이도 초소형 AI 모델TinyML을 만들고, 쉽게 임베디드 시스템에 배포할 수 있도록 해 엣지 AI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1 엔비디아의 엣지 투 클라우드 Edge to Cloud 비전 AI 배포 생태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구조도 ©NVIDIA Developer

 

2 엣지 AI 연산이 가능한 강력한 NPU를 갖춘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은 AI 성능과 전력 효율을 모두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Qualcomm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전략 아래 ‘엣지 기반 스마트 인프라’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통신 장비 기술력을 바탕으로 엣지 서버 아틀라스Atlas 시리즈, AI 칩 어센드Ascend, 프레임워크 마인드스포어MindSpore를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된 엣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스마트 시티와 교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바이두의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Apollo는 다수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도로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시간 판단을 수행하는 중국의 대표적 엣지 AI 테스트 베드다.

 

 

홍콩에서 로보택시 테스트 라이선스를 획득한 바이두 ‘아폴로 고’는 엣지 AI와 분산형 컴퓨팅으로 도심 현장에서 실시간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Apollo Go

 

 

한국도 이 전환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를 통해 실시간 통역과 사진 편집 등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선보이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의 NPU 성능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은 5G 기지국에 엣지 서버를 전진 배치하는 MECMulti-Access Edge Computing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비즈니스 전략의 재구성, 디바이스 퍼스트 시대의 도래

 

과거 ‘모바일 퍼스트’ 전략이 기업의 생존을 갈랐듯 이제는 ‘엣지 퍼스트’ 혹은 ‘디바이스 퍼스트’ 관점에서 AI 전략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AI를 고객 접점과 제품 자체에 내장해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창출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데이터 전략 재설계를 의미한다. 이제는 ‘어떤 데이터를 엣지에서 즉시 처리해 고객에게 즉각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제조업체는 생산 라인의 검사 이미지를 모두 클라우드로 보내기보다 엣지 AI가 불량을 즉시 판별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유통 업체는 엣지 AI로 고객 동선을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프로모션을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엣지 AI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가까이에서’, ‘신속하게’, ‘지능적으로’ 처리해 실질적 행동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물 지능 시대와 우리 앞의 과제

 

우리는 지금 AI 인프라의 거대한 전환기 한복판에 서있다. 중앙 집중형 클라우드가 열었던 AI 시대가 1막이었다면, 엣지 AI와 분산형 컴퓨팅이 여는 시대는 2막이다. 이는 지능이 특정 공간을 벗어나 우리 주변 모든 사물과 환경에 깃드는 ‘만물 지능Ambient Intelligence’ 시대의 서막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제한된 하드웨어 자원에서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AI 모델의 경량화·최적화 기술, 수십억 개에 달하는 분산 장치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업데이트하는 보안·운영 기술, 엣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AI의 편향성과 오류에 대한 책임 소재 및 사회적 합의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엣지 AI는 AI를 더욱 빠르고, 안전하며, 개인화된 방식으로 우리 삶 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인프라 전쟁의 향방이 미래 산업의 권력 구조를 좌우하고, 인류와 지능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글. 류한석(IT 칼럼니스트, <빅씽,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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