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트렌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5.07.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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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트랜스휴먼 시대에서도 여전히 인간으로 살 수 있을까?’ 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를 실천하는것을 제안합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잭잭입니다.

2016년, 딥마인드는 심층 강화 학습을 기반으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개발했습니다. 알파고는 수많은 바둑 기보와 스스로와의 대국을 통해 학습하며, 다음 수를 예측하는 정책 네트워크와 바둑판 상태의 승률을 평가하는 가치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했습니다. 이 두 신경망은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과 결합되어,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수읽기가 가능했는데요. 같은 해, 당시 세계 랭킹 2위였던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5번의 대국을 치렀고, 1승 4패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동아사이언스(2016.03.10)

 

경기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인공지능의 압도적 능력 앞에서 체념하거나 의욕을 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 게시글에서 신의 한 수는 이제 인간이 아닌 AI에 의해 발견된다고 말한 댓글도 있었고, 바둑을 두며 스스로 최선의 수를 찾는 과정에서 얻었던 지적 신비감이나 인간적 성찰의 경험이 대국 이후 희미해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세돌은 한 유튜브에서 “과연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왜 알파고가 사람보다 더 창의적이고 더 자연스러운 바둑을 두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러한 현상은 사실 훨씬 오래전에 예견된 미래였습니다.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출간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29년에 일반 인공지능(AGI)이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일반 인공지능이란 특정한 한 분야가 아닌, 여러 영역에서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또한 2045년에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시점이 오면,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컴퓨터에 업로드할지, 뇌의 일부에 인공지능을 결합할지, 혹은 죽은 가족을 가상현실로 재현하고 그 존재를 실제와 동일시할지 와 같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해하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철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특이점과 트랜스휴먼]

레이 커즈와일은 2024년 발간한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에서도 2029년 무렵에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일반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튜링 테스트란, 인간 심판관이 모습을 숨긴 인공지능과 인간을 상대로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이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 판단하는 테스트입니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은, 인간 심판관이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출처: Turing Test and The Chinese Room Test

 

또한 그는 2030년대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간의 뇌 일부가 클라우드와 직접 연결되어 사고의 범위가 비약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시대의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나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확장된 일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클라우드 속의 비생물학적인 뇌가 생물학적인 우리의 뇌보다 수천 배나 많은 인지 능력을 수행하면서 말이죠. 이후 인공지능과 생물학, 나노 기술의 진보가 가속되어 2045년 무렵에는 우리의 마음이 수백만 배로 확장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인간은 스스로를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AI를 사용해서 ‘우리 자신의 소스코드’에 접근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다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기술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트랜스휴먼이라고 하는데요. 트랜스휴먼 기술로 초지능과 인간이 융합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만들어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미래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을 품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커즈와일은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는 ‘수확 가속의 법칙’입니다. 이는 컴퓨팅과 같은 정보 기술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저렴해진다는 법칙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하고, 컴퓨팅 비용도 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인데요. 하나의 기술적 진보가 다음 단계의 진보를 더 쉽게 만드는 순환 구조 덕분에 이러한 법칙이 성립한다고 합니다. 둘째는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인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런티어(Frontier)’는 초당 10^18회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 뇌의 최대 계산 속도인 초당 10^14회보다 약 1만 배나 빠른 속도인데요. 따라서 레이 커즈와일은 향후 20년 이내에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이고,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이 진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AI와 융합함으로써 계산 능력을 수백만 배까지 확장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우리의 지능과 의식 역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커즈와일은 이 같은 미래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부르며, 2045년경 인류가 그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릅니다. 이후에는 AI를 우리의 뇌와 연결한 ‘트랜스휴먼’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미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한 연구에서는 인간의 본질을 통해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존할지,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칸트의 인간론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인공지능이 다름을 이해하고, 이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태도인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인간의 본질 이해: 칸트의 인간론]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를 모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19세기까지 인간의 두뇌는 '신비한 블랙박스'로 여겨졌고,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습니다. 이후 20세기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두뇌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발견된 것은 오직 유전자, 호르몬, 뉴런뿐이었는데요. ‘영혼’이나 ‘자유의지’, ‘자아’ 같은 개념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이란 결국 물리적 시스템에 불과하며, 자유의지는 허상이자 상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이런 관점은 뇌를 약물이나 자극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미래에는 학업 성적 향상이나 업무 효율을 위해 뇌 회로를 바꾸는 일이 일상이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게 조작된 인간이 과연 진정한 ‘우리’일까요?

철학자 칸트는 인간이란 마음과 육체의 결합체라고 말합니다. 마음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상호작용하며 형성되고, 인간은 ‘도덕적 존재’로서 사회를 살아간다고 봅니다. 즉, 우리는 단순히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옳음’을 근거로 행동하는 윤리적 존재라는 점에서 존엄성을 갖는다고 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인간이 단순한 뇌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사물들의 상태를 의식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와 같은 단순한 물리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살아있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감각기관을 사용하여 환경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능력, 기쁨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가 인간이라고 말하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모방했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인간의 본질은 뇌라는 장치에만 있지 않고, 마음, 신체, 도덕성, 공감 능력까지 포괄하는 ‘전체적 존재’에 있기 때문이에요. 인공지능은 그런 의미에서 생명도, 자의식도, 도덕성도 없는 ‘도구적 존재’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인간은 단순한 뉴런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이 뇌를 아무리 정교하게 모방하더라도, 인간의 본질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 극복: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

우리는 앞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다르다는 점을 칸트의 인간론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인간은 단순한 물리적 존재가 아니라, 도덕성과 공감 능력을 지닌 인격체라는 사실을 확인했죠. 그렇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뺏길까 무섭기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인공지능이 더 잘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 의욕이 감소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 여러분을 위해 소개하고 싶은 태도가 있습니다. 바로 19세기 ‘신은 죽었다’를 선언한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 정신입니다.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은 기존의 도덕과 체계가 붕괴된 시대에,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버멘쉬는 '넘어서다(Über)'와 '인간(mensch)'의 합성어로, 기존의 인간을 넘어선 존재를 의미해요. 니체는 ‘위버멘쉬(Übermensch)’ 개념을 통해, 인간이란 끊임없이 자신을 초월해야 하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앞서 살펴본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런 면에서 어떤 사람들은 니체의 ‘인간 극복’ 개념을 트랜스휴머니즘과 동일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니체는 트랜스휴머니즘의 선구자일까요?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위버멘쉬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니체가 정말 트랜스휴머니즘의 선구자인지 연구한 “인간 극복과 니체의 트랜스휴머니즘”에서는 이 질문에 단호히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다양한 형태를 지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능력의 기술적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랜스휴머니즘을 특히 기술적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요.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기술적 트랜스휴머니즘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현재의 인간 본성을 응용과학과 기타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방식은 건강 수명의 연장, 지적·신체적 능력의 향상, 심리적 상태와 정서 조절의 강화 등을 포함한다.”

즉, 기술적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기술이 인간의 본성마저 개조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는 과학기술의 결과물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정신력을 통해 탄생하는 존재입니다. 결국 니체가 말한 ‘자기극복’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창조할 수 있는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인거죠. 그런 점에서 니체의 위버멘쉬는 기술적 트랜스휴머니즘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다가올 트랜스휴머니즘 시대는 인간의 정체성과 자유의지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고, 우리의 정신과 신체가 기술과 결합될수록,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미래에 대비하여 우리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정의하고, 스스로를 극복하는 태도를 지금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트랜스휴머니즘 시대가 도래했을 때, 주변의 흐름이나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의지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칸트의 인간론을 통해 인간이 단순한 정보처리 기계와는 다르게 도덕법칙을 자율적으로 따를 수 있는 존재임을 정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니체의 위버멘쉬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외부의 기준이나 기술의 흐름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삶의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비교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설령 그것이 인공지능일지라도요. 우리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고, 인공지능이 우리보다 뛰어나다고 좌절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트랜스휴먼 #AI #인공지능 #철학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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