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젠지는 말차를 마시지
요즘 일본 여행 가면 말차 구하기가 어렵다는 푸념이 말차 덕후들의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어요. 미국의 젠지들이 이제 말차를 마시는 으른 입맛이 되었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말차를 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헤프닝인데요. 로리 하비, 젠데이아 콜먼, 코트니 카다시안, 벨라 하디드, 카일리 제너, 두아 리파, 헤일리 비버 등 셀럽들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는 말차로 만든 초록빛 음료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출처: 헤일리비버, 두아 리파 인스타그램
미국 LA의 프리미엄 마트 에레혼에서는 말차를 조합한 자신만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요. 모델 겸 사업가인 로리 하비는 바닐라 오트밀크를 넣은 말차 스무디를, 산느 플루트는 아예 자신의 말차 브랜드를 출시했어요. 길고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는 산뜻하면서 섹시한 운동복을 입고 말차 라떼를 들고 있는 스타들의 모습은 말차 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죠.
말차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36억 달러(USD) 규모로 추산됩니다. (출처: Grand View Research, Market Research Future 등)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약 8~10%가 예상되고요. 말차를 두고 ‘East meets West’(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동아시아의 말차는 북미와 유럽과 만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36억달러의 말차를 마셔대는 이유는 뭘까요? 말차가 바로 나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정체성 소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말차를 찍어 SNS에 올리는 순간, 내가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죠.
1️⃣ 웰니스 지향: 나는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야
2️⃣ 문화적 프리미엄: 나는 말차 정도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한 사람이야
3️⃣ 말차의 비주얼 쇼크: 어머 이건 찍어야해!
먼저 1️⃣ 웰니스 지향에 대해 살펴볼까요? 전통적으로 말차와 같은 녹색은 쓴맛을 상징하는데요. 이런 쓴맛이 웰니스 트렌드와 호응하면서 ‘쓴맛을 즐기는 사람=건강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주게 됩니다.
또한 기존의 커피 문화와 선을 긋는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 입니다. 커피의 카페인보다 각성+안정 효과가 있어 ‘맑은 집중력’을 준다는 점, 말차를 마시는 데는 돈과 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는 점은 2️⃣ 문화적 프리미엄 이미지 를 강화하죠. 문화적 프리미엄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세레모니급 말차를 활용한 페어링 메뉴가 줄을 이으며 더욱 공고해 집니다.
말차 고유의 '그린' 색감은 봄이나 여름의 계절을 마시는 듯한 시각적 만족감과 3️⃣ 말차의 비주얼 쇼크를 선사합니다. 이런 미각적인 매력은 자연스레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에 ‘인증샷’을 올리게 만들고요. 그러면서 말차는 MZ세대들의 '힙한 라이프스타일 음료'로 자리매김하게 되는데요. 가루 형태는 활용성 측면에서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로 조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에 발맞춰 F&B 업계에서는 말차 라떼, 말차 디저트, 말차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레시피를 폭발적인 비주얼로 끝없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025년 최신 K-말차 트렌드,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 말차는 일본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는 아니지만, 고급 디저트 전략과 말차 활용 음료용 등 가공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어요. 특히 말차는 우리나라 차 수출의 90%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수출의 주역은 스타벅스가 픽한 하동의 가루녹차입니다. 2017년부터 하동에서 생산된 말차는 해마다 100톤 이상 스타벅스 본사에 납품되고 있어요. 2024년 말에는 유럽시장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입니다. 요컨대, 일본 말차와 어느 정도 차별점을 가지며, 고급 디저트와 활용 음료의 재료라는 K-말차만의 수출 전략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출처:
love&lemons
그렇다면 최근 K-말차의 국내 트렌드는 어떻게 될까요? 말차는 프리미엄한 영역에서 매스+프레스티지(고급화된 대중)의 영역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어요. 사실 말차 덕후의 스펙트럼은 디저트부터 일상 음료, 세레모니의 세계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대중들은 소소하게는 편의점의 말차가 가미된 초코 디저트 리뷰부터, 말차 맛집 추천, 나만의 말차 레시피, 격불 리추얼 공유까지 말차를 사랑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어요.
말차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아름답게 정돈된 티룸에서 집으로, 타인의 욕망에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로 들어왔다는 거예요. 여전히 여성 MZ세대가 주축이고, 말차 디저트계에선 비주얼이 중요하긴 하지만요. 스트레이트로 말차를 마시 격불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면서 다완이나 차선의 구매처를 묻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요. 초심자용 격불 세트를 판매하는 곳도 늘고 있어요. 비싸고 어렵게 먹지 말고, 거품기를 이용하자는 노하우가 공감을 얻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말차의 품질에 집중하되, 도구는 간소화하는 추세입니다.
한편, SNS에서는 스타벅스의 말차라떼를 커스텀하는 노하우를 소개하는 영상이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고 있어요. 식품가공업계에서는 말차를 고단백/노슈가/저당 디저트와 조합하기도 하고요. 모두 내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합니다.
매스티지의 라이프스타일에 착붙
그렇다면 이런 트렌드 변화들을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결할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말차 입문자부터 건강 지향 클린힙 걸, 말차 원조 덕후로 타겟을 나눠 비즈니스 전략을 제안해 볼게요.
말차 입문자는 이것이 어려워요
말차 입문자들의 문제는 인플루언서가 스트레이트로 말차를 마시는 피드를 올렸을 때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어요. ‘무엇을 사야 할까요?’ 입니다. 말차를 물에 휘저어 거품을 내는 대나무 거품기인 차선, 말차를 담고 휘저을 수 있는 둥근 그릇인 차완, 말차를 덜어내는 데 쓰이는 말차 스푼인 차샤쿠, 말차 체 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각각의 도구는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종류도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워요. 요즘에는 입문자용 말차 도구 세트를 팔기도 하는데요. 입문자를 말차 시장에 데려왔다면 말차가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SNS에서 인플루언서를 따라 샀지만 이것이 지속적인 리텐션과 재구매로 이어지려면 입문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깊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에 착안해, 영국의 블룸티는 to-go 할 수 있는 차완과 스틱형 말차 파우더를 판매하고 있어요.
출처: 말차블룸 공식 사이트
맛차바는 가장 심플하고 기능적인 거품기 형태의 스타터키트를 제안하고 있어요. 스트레이트 형태로 마실 수 있는 세레모니 등급은 유지하되, 동시대의 니즈를 읽은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왼)
말차바
오)
케이코
클린힙걸은 이것이 필요해요.
건강과 힙스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클린힙걸은 말차를 활용한 고단백/저당/무설탕/노밀가루 음료나 디저트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말차 음료나 디저트 개발 쪽에 초점을 두거나 간단한 조리를 더한 믹스 형태의 제품이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말차 맛 고단백 곡물 쉐이크나 말차맛 저당 디저트, 노밀가루나 비건 디저트와의 조합은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죠. 또한 러닝이나 요가 등의 문화적인 웰니스 경험으로 연결하고 확장한다면 클린힙걸에게 딱 맞는 프로모션 행사가 될 거예요.
말차 원조 덕후는 이것이 불편해요.
말차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세레모니급 말차를 구하기가 어려워졌어요. 매니아들은 일본 말차의 특정 브랜드와 상품 라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말차앓이를 하고 있죠. 이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선 한국 말차의 품질을 높이고, 일본 말차와 맛의 소구점을 달리해서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들은 건강힙걸을 위한 프로모션 행사에도 끌리지만, 조용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나만의 말차 리추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구분될 듯합니다. 이들은 리추얼 후에 자신이 즐긴 말차의 후기나 관련 정보를 얻을 원조 덕후들만의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액션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말차를 만드는 체험이나 지역 말차 산지를 가보는 가이드투어, 말차 취향을 찾는 미각 체험, 다이닝을 연결한 행사 등 말차의 세계를 더욱 깊이 파고드는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어요.
마무리
말차시장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2028년까지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해요. 본래 말차는 수확량이 적고 가공이 복잡해 귀족과 승려들의 전유물이었어요. 일본에서는 특히 승려들의 명상을 위한 의식이나 수행의 일부였고요. 귀족과 무사 계급은 다도 문화를 권위와 우아를 표현하면서 평민과 구분짓는 의례로 만들었고요. 말차의 기품있고 세련된 이미지는 지금도 남아 있지만 ‘나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 같아요. 요컨대, 말차를 마신다는 거짓말을, 말차가 사실은 정체성을 부여하는 소비라는 점을 깊이 파고들어 보는 거죠. 말차 한 잔에 나는 건강하게 일상을 이끌어 가고, 프리미엄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며, 아름다운 것들을 마시는 사람이 됩니다. 말차에게 부여된 새로운 의미와 미션 속에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