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경영
국가대표 AI, 누가 만들까?
2025.07.28 09:00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1. 정부가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이끌 'AI 국가대표'를 선정하고 있어요 2. 네이버, LG, 업스테이지 등이 유력한 후보로 예상돼요 3. 우려도 있지만, 이번 사업은 시도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예요
AI 국가대표 선발전
최근 한국에서는 AI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이 병렬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이른바 '국가대표 AI' 선정 사업인데요. 이 사업은 말 그대로 국내 최고의 AI 개발팀을 선발하는 국가대표 선발전과도 같아, AI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며 업계 전반에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국산 AI 모델을 육성하고,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춰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판 ChatGPT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그 배경과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AI 국가대표, 왜 뽑는 걸까?
최근 'AI미래기획수석' 직책이 새롭게 신설되면서 가장 주목받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소버린 AI'입니다.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도 독자적인 대형 언어 모델(LLM)을 갖추지 못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대표급 AI 개발팀 5곳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것을 이번 사업의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목표는 명확합니다. 2027년까지 글로벌 톱 수준의 국산 AI 모델을 개발해 언제든지 우리 손으로 만든 AI를 활용할 수 있는 자급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선정된 팀들은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GPU 기반 컴퓨팅 인프라, 대규모 데이터셋, 국내외 AI 인재 채용 지원 등 전방위적 지원을 받게 되는데요.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톱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내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개발된 AI 모델들을 향후 공공 서비스와 산업 전반의 표준으로 삼고자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수준의 독자 AI 모델을 개발해 다양한 AI 서비스 출시와 전 산업의 AI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는데요. 국민 누구나 국산 AI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 국민 AI' 시대를 준비하려는 것입니다.
AI 국가대표, 누가 될까?
이번 사업에는 총 15개의 기업·기관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서면평가 결과, 네이버클라우드·모티프테크놀로지스·업스테이지·SK텔레콤·NC AI·LG AI연구원·카카오·KT·코난테크놀로지·파이온코퍼레이션·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10개 팀이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됐는데요. 이들은 발표평가를 거쳐 8월 초 최종 5팀으로 선정될 예정입니다.

출처 : 지디넷코리아
이번 평가 기준은 기술력 및 개발 경험(40점), 개발목표 및 전략·기술(30점), 파급효과 및 기여 계획(30점)으로 총 100점 만점 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정부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러한 평가 기준 관점에서 봤을 때 최종 선정 가능성이 높은 5개 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네이버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네이버입니다. 국내 대표 IT 기업이자, 생성형 AI 분야에서도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대형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하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모델 고도화를 통해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고, 이를 검색 서비스와 커머스 등에도 사용하는 등 활용면에서도 가장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출처 : 클로바
특히 네이버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경량형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 3종이 출시 한 달여 만에 3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생태계 확산에서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는 글로벌 AI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에 등록된 모델 중 상위 0.03%에 해당할 정도인데요. 여기에 GPU 기반 인프라 역량에서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2. LG AI연구원
LG AI연구원 역시 주목할 만한 후보입니다. 최근 AI 산업의 흐름이 LLM에서 추론 모델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OpenAI의 o1·o3, Anthropic의 Claude 3.7 Sonnet, DeepSeek의 R1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LG는 올해 3월 국내 최초로 추론 모델 '엑사원 딥'을 공개하며 네이버보다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출처 : LG AI연구원
특히 앞으로는 LLM과 추론 AI를 결합한 통합 모델이 글로벌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G는 이미 '엑사원 4.0'을 공개하며 글로벌 트렌드에 있어서도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각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LG 유플러스, LG CNS와의 컨소시엄은 LG AI연구원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는 스타트업이지만, 기술력만큼은 빅테크·대기업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제가 주목하는 점은 이들의 민첩성과 빠른 피봇 능력인데요. 설립 초기에는 OCR 분야에서 AI를 접목해 두각을 나타냈지만, ChatGPT를 중심으로 LLM 기술이 급부상하자 이를 활용한 '아숙업(AskUp)'을 출시하며 씬의 중심으로 설 수 있었습니다.

출처 : Artificial Analysis
이후 작고 빠른 SLM 모델의 중요성이 커지자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해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글로벌 벤치마크 지표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렸는데요. 결정적으로 '솔라 프로 2'는 최근 글로벌 평가 기관 'Artifical Analysis'의 Intelligence Index 종합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성과입니다.
물론 인프라나 컨소시엄 구성 측면에서는 경쟁사 대비 아쉬운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선정 이후 6개월 만에 첫 모델을 공개해야 하는 이번 사업 특성상 업스테이지의 민첩함은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4. KT
KT는 대기업 중 가장 발 빠르게 자사 AI 모델 '믿:음'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강점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한국어에 특화된 믿음 2.0은 허깅페이스에서 파라미터수 150억 개 미만 규모의 국내 개발 모델 가운데 가장 우수한 한국어 성능을 인정받았는데요. 이러한 성과는 한국의 독자적 AI를 개발한다는 이번 사업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처 : 허깅페이스
여기에 최근 5년 간 AI 기술 특허 출원량 1위에 오른 이력도 보유하고 있으며, 컨소시엄 구성에서도 공공·의료기관과의 협력이 돋보이는데요. 경찰청, 고려대 의료원 등과 함께 참여하며, 향후 공공·의료 분야에서의 실제 활용 및 기여 가능성을 더 높였습니다. 이는 정부의 사업 취지에도 잘 부합할 뿐 아니라, 도메인 활용성과 사회적 파급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5. NC AI
NC AI는 모회사인 엔씨소프트 시절부터 2011년 AI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약 15년에 달하는 연구 경험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는 점이 강력한 장점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자체 개발한 LLM 바르코는 한국어 특화 미세조정 기술을 갖춘 독자 구축 모델로, 2023년 공개 이후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출처 : NC AI
최근에는 멀티모달 모델 '바르코 비전 2.0' 4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며, 14B 모델은 글로벌 오픈소스 비전언어모델(VLM) 성능 지표에서 동급 대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특히 "Every can be creator"라는 슬로건 아래 누구나 쉽게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을 강조해 온 만큼, 이 부분이 잘 부각된다면 전 국민의 AI 활용 확대라는 사업의 목표에서 좋은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SK텔레콤
이외에도 SK텔레콤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집니다. SKT는 통신을 비롯해 리벨리온, 포티투닷 등 다양한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자체 구축이라는 강점과 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출처 : 허깅페이스
다만 경쟁사들에 비해 오픈소스 전략의 추진 시점이 늦었고, 절대적인 성능에서도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어 이 부분은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최근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가 브랜드 신뢰도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최종 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AI 국가대표, 끝이 아니라 시작
‘국가대표 AI’ 사업에 쏠린 기대만큼이나 우려와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이번 사업은 그 자체로 한국 AI 산업에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개별 기업의 자본과 역량만으로는 어려웠던 초거대 AI 개발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은 산업 전반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 규모의 격차는 여전히 현실적인 벽입니다. 글로벌 빅테크가 수십조 원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수천억 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 로드맵과 후속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델 개발뿐 아니라 실생활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선정된 팀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중복 투자를 줄이는 조율도 필요합니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현실적인 지원 체계, 그리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판 ChatGPT를 기대하는 관심이 큰 만큼, 이번 사업이 한국 AI 산업 도약의 진정한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테크잇슈는 IT 커뮤니케이터가 만드는 쉽고 재밌는 IT 트렌드 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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