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매거진

외로움의 크기 만큼 급성장, '감정 비즈니스'가 뜬다😂😍

  • 318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0
  • 1

​혼자인 게 당연한 시대, 사람들은 지갑을 열어 ‘감정’을 산다. 포옹을 파는 커들러부터 AI 친구, 그리고 하이볼 문화까지. 외로움이 만들어낸 경제는 친밀감과 디지털 애착을 상품화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외로움의 크기만큼이나 커지고 있는 이 기묘한 시장을 들여다보자. 우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가? 

 

 

포옹만 해주는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이유

 

‘칼’이라는 이름의 전문직 남성은 극심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몇 번의 이성과 교제를 시도했으나, 까다롭고 복잡한 조건으로 실패를 반복한다. 그러던 중 그는 ‘커들러Cuddler, 안아주는 사람’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여성을 만나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커들러의 서비스는 성적 교감없이 단순히 친밀감을 주는 쓰다듬기와 포옹만으로 이루어진다. 칼은 이 서비스에 매달 무려 2,000달러290여만 원를 소비하며,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포기하고 자동차에서 생활했다.

 

<고립의 시대>의 저자 노리나 허츠는 이 사례를 소개하며 “누군가가 몸을 천천히 부드럽게 쓸어 내려주면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배제로 인한 고통이 경감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칼의 사례가 현대사회에서 급증하는 ‘친구, 우정, 인간적 접촉’에 대한 갈망을 시장이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충족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를 통해 현대사회에 만연한 외로움과 그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웅진지식하우스

  

 

사실 커들러라는 직업은 약 10년 전에 처음 등장했으나, 당시에는 서비스 취지에 대한 오해로 잠시 주춤했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았다. 그리고 최근 고소득 이색 직업으로 재평가되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캣 커들러Cat Cuddler’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인의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커들러 비즈니스의 수요와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외로움을 부정적 감정이라고 무조건 외면할 게 아니라, 저마다 느끼는 외로움의 크기가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가보자.

 

 

 

경제적 결핍과 외로움, 그리고 하이볼의 인기

 

노리나 허츠는 외로움을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로 한정하지 않고 타인과의 연결감,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 혹은 배제와 고립 감정을 모두 포함하는 복합적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연구진이 실제 외로움을 측정한 결과, 10명 중 6명(57%)이 일상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으며, 주된 이유로 금전적 여유 부족(40%, 중복 응답)을 꼽았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이 외부 활동과 인간관계를 위축시키고, 결국 타인과의 교류 자체를 제한하며 외로움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 사이 편의점에서 토닉워터가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고, 이를 위스키와 섞어 마시는 하이볼Highball이 하나의 유행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현상은 단순한 음주 트렌드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하이볼의 인기는 단지 맛있고 달콤한 술이어서가 아니라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의 확산, 즉 인간관계 축소라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다. 하이볼에는 예전처럼 “술 한잔하자”며 타인에게 관계를 제안하는 권주勸酒가 빠져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혼자 마시는 삶, 연결의 부재不在다.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하이볼이 유행했다. ©롯데칠성음료

 

 

이제 외로움은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분위기로 굳어졌으며, 많은 이가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과 빈도 및 강도를 모두 축소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진 오늘날, 굳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스트레스받을지도 모르는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동기 자체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그 ‘누군가’가 꼭 초·중·고·대학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가까운 친구일 필요는 없다는 관점의 전환이다.

 

 

 

감정을 소비하는 시대, 외로움이 만든 새로운 시장

 

이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외로움과 불안을 해소하려고 한다. 이는 일상생활 전반에서 소비 형태의 변화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야흐로 감정이 소비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된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AI 산업이다. 극도로 기술적인 ‘AI’와 지극히 감성적인 ‘외로움’이라는 상반된 두 축이 결합해 정서적 결핍을 채우는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AI는 이제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감정적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AI 애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낳았다. AI 애착이란 인간이 AI와 상호작용하며 정서적 유대를 맺고, 사람처럼 AI에게 심리적 애착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레플리카Replika, 캐릭터.AICharacter.AI, 코토모처럼 감정적 지지와 공감을 제공하는 대화형 AI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화용 챗봇 레플리카는 인간과 비슷한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정서적 교류와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Replika

 

 

국내에서도 챗GPT 기반의 심리 상담, 스캐터랩의 ‘제타’, 투플랫폼의 ‘재피’, ‘뤼튼’ 등 다양한 공감형 챗 서비스가 등장해 정기적이고 친밀한 소통과 심리적 관리까지 지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기반 정신 건강 관리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1조2,420억 원에서 2032년 약 13조9,262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결핍에서 출발한 디지털 친밀감이 새로운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외로워도 괜찮아, 오히려 좋아!

 

사람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동시에 촉각적이고 물리적인 방식으로 그 경험을 보완하려는 ‘카운터Counter’ 흐름 또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이나 실체적 경험에 대한 갈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디지털만을 통해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느끼고 만질 수 있는 감각적 경험에도 큰 가치를 둔다. 디지털 공간에서 모호하게 느낀 감정을 현실에서 촉각적으로 보완하거나, 실체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의 캐릭터 열풍, 키링의 인기, 심지어 ‘반려돌’같은 아이템의 등장이 이를 잘 보여준다.

 

AI 애착과 아날로그적 카운터 흐름은 감정적·실질적 연결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자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공백을 AI가 채우는 과정이 AI 애착이라면, 이를 물리적 접촉이나 실체적 경험으로 보완하려는 카운터 흐름은 소비자의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AI 홈 디바이스와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때 그 감정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오브제(감성적 디자인 제품, 촉각적 만족을 주는 인테리어 소품 등) 역시 함께 고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 시각적·촉각적 경험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키링, 백 참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Louis Vuitton 

2 현대인의 외로움과 불안이 증가하면서 상징적 존재로서 감정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반려돌이 핫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 ©아이디어스

 

 

이제 정서적 공백을 AI가 ‘진짜로’ 채우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한국 사회에서 외로움은 이미 만성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외로움은 모든 산업과 분야를 관통하는 강력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꽤 많은 비용과 수고를 감수하며 외로움에서 파생된 문제들을 해결하려 한다. 그러니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빛나는’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동안 새로운 즐거움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글. 채선애(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 센터장)

  • #감정
  • #외로움
  • #AI
  • #정서
  • #고립의시

추천 콘텐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