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행사 직원이 보는 것🧐

최초의 여행사 ‘토마스 쿡’은 왜 살아남지 못했을까?✈️

쥰쓰

2025.06.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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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우리는 이제 여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조차 AI가 개입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이용자의 검색 패턴과 예약 이력을 바탕으로 여정을 제안하고, 소비자는 ‘누구나 가는 여행’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맞는 장면’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은 더 이상 체류와 이동의 조합이 아니라, 취향과 감정, 계절과 관계를 유동적으로 재조합하는 감각의 경험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질문을 다시 꺼내보게 됩니다. 여행자의 감각이 이토록 근본적으로 바뀐 시대에, 전통적인 여행사는 어떤 언어로 고객에게 말을 걸어야 할까요?


그 질문의 실마리는, 관광학 전공자라면 전공서적에서 반드시 한 번쯤 마주했을 그 이름에서 출발합니다. 단 한 칸의 기차를 빌려 대중여행이라는 개념을 처음 실현했고, 여행자 수표와 패키지 여행, 글로벌 네트워크의 기초를 설계했던 존재. 바로 ‘현대 여행산업의 시작점’으로 불렸던 토마스 쿡(Thomas Cook)입니다.


놀랍게도 이 브랜드는 코로나19로 여행 산업이 정지되기 전, 이미 2019년에 파산을 선언하고 조용히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위대한 브랜드를 가장 먼저 시장에서 떠나게 만든 걸까요?

 

  


💥 팬데믹보다 먼저 무너진 이름

 

많은 이들이 토마스 쿡의 파산을 ‘코로나의 직격탄’으로 기억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팬데믹은 그저 속도를 앞당겼을 뿐입니다. 감각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고, 플랫폼은 고객의 맥락과 취향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여행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토마스 쿡은 여전히 ‘정해진 구성’을 판매하고 있었고, 기술을 구조가 아닌 기능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 견고했던 구조는 왜 유연하지 못했을까

 

OTA(Online Travel Agency)는 여행의 시작점부터 디지털을 전제로 상품을 설계했습니다. 반면 토마스 쿡은 디지털을 기존 구조에 덧붙이는 방식에 머물렀습니다. 기술을 통해 판매 채널을 보완하긴 했지만, 고객의 감각을 새롭게 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플랫폼은 유연하게 고객의 상황을 읽고, 그에 맞는 제안을 빠르게 제공하고 있었지만, 토마스 쿡은 정해진 틀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 유연성의 결여는 기술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토마스 쿡은 항공사, 호텔, 리조트를 직접 보유하며 여행의 전 과정을 통합하는 수직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한때 신뢰의 상징이자 경쟁력이었지만,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오히려 위기로 작용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축소하거나 전환할 수 없는 시스템은, 결국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체질로 이어졌습니다.


규모가 신뢰였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유연함이 생존의 조건이 된 시점에서, 토마스 쿡은 그 복잡하고 단단한 구조를 끝내 유연하게 바꾸지 못했습니다. 정해진 일정, 집단 이동, 고정된 옵션. 한때 익숙했던 이 구성은 이제 점점 더 낡은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성과 감정의 여백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겐 ‘내가 선택한 여행’이 아닌 ‘누군가 짜준 루트’는 오히려 피로한 구조로 다가옵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여정을 스스로 구성하고 싶어 했고, 플랫폼은 그 주도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며 여정을 감정의 흐름에 맞게 재설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토마스 쿡은 끝내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정해주는 방식'에 머물며, 고객이 바꾼 언어로 말하지 못한 채, 과거의 공식 안에 머물렀던 것입니다.

 

 


🔁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난 토마스 쿡

 

2019년 파산 이후, 토마스 쿡은 중국 푸싱(Fosun) 그룹에 인수되어 OTA 플랫폼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더 이상 항공과 호텔을 보유하지 않고, 모바일 기반 예약 시스템과 큐레이션된 여행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여행을 설계해주는 회사’에서 ‘여행자가 설계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본질이 바뀐 것입니다.


하지만 그사이, 수많은 게임체인저들이 등장했습니다. 고객의 감각을 데이터로 읽고, 감정의 흐름에 따라 여행을 설계해주는 브랜드들이 시장을 재편하고 있었습니다. 토마스 쿡이 다시 태어났을 때, 이미 여행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경험의 기획’으로 넘어가 있었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플랫폼들이 여행의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 한국의 종합여행사는 어디쯤 와 있는가

 

국내 종합여행사들은 여전히 패키지 중심의 상품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웹사이트는 ‘출발일별 보기’와 ‘최저가 검색’에 최적화되어 있고, 고객의 취향이나 감정은 고려되지 않는 사용자 경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많은 종합여행사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플랫폼 개편, 젊은 세대를 겨냥한 기획전, 브랜드 리뉴얼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 구조는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감정과 맥락이 빠진 설계, 고객이 주도권을 가질 수 없는 UX,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운영 체계가 여전합니다.


반면 여행 플랫폼은 개인화된 큐레이션과 콘텐츠 중심의 추천 구조를 통해 여행의 설계권을 고객에게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고객은 이미 움직이고 있지만, 그 움직임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구조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디지털과 감정을 잇는 다리가 필요할 때


모든 것이 디지털로 대체되어야만 한다는 건 아닙니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현장’의 경험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그리고 감정의 결을 품은 이야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날로그적 감각과 서비스, 현장 기반의 운영은 여전히 유효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지금의 흐름과 어떻게 연결되느냐입니다. 감정이 지나간 자리를 기록하고, 여정을 유연하게 설계하며, 고객의 리듬을 읽어낼 수 있는 시스템과 맞물릴 때, 아날로그는 단순한 낭만이 아닌 설계의 축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의 유무가 아니라, ‘무엇을 중심에 두고 설계했는가’입니다.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고, 그 위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조율할 수 있을 때, 여행은 다시 사람의 이야기가 됩니다.

 


 

디지털 전환이 늦은 브랜드는 무너집니다. 하지만 감각의 전환을 읽지 못한 브랜드는 더 빨리 사라집니다. 토마스 쿡은 팬데믹 때문이 아니라, 변화한 감각을 끝내 읽지 못했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실패의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여행 산업의 리트머스지이자,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과거의 예고편입니다. 구조의 병목, 언어의 낙차, 감각의 오차가 어떤 브랜드를 가장 먼저 탈락시켰는지를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지금의 여행자는 '어디로 가는가'보다 '어떻게 설계되는가'를 먼저 보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것은 이동이 아니라 경험이고, 정보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입니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상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언어 자체를 다시 써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과거의 언어가 “출발일에 맞춘 일정표 제공”이었다면, 이제는 “기분에 맞는 루트를 제안하는 감정형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고객의 감각이 바뀌었고, 그 감각에 말을 거는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썸네일, 본문 이미지 소스 출처: Unsplash

캡쳐사진: 토마스쿡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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