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부끄럽나요?

브랜드컨설팅랩 AW

2025.04.25 09:00
  • 118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0
  • 0

 

브랜딩과 마케팅이라는 이분법의 함정

 

브랜딩은 언제부터 마케팅의 대체자가 되었나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한때 자본주의 세상의 모든 원리를 설명하는 마법의 단어처럼 여겨졌고, 실제로 그렇게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 단어는 점점 뒤로 숨겨지는 느낌입니다. 그 자리를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잠식하고 있죠. 물론 잠식이란말은 과장입니다. 그전에 브랜딩이라는 진정한 개념의 단위로 일을 하는 회사고 사람이고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제 책만해도 교보문고 서가에서는 '마케팅/브랜딩' 이라는 섹션에 있더군요. 일부 서점에서는 '브랜딩'이라는 별도의 섹션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형서점에는 오직 '마케팅'이라는 선반이 있을 뿐이었죠. 브랜딩은 '자기계발' 선반에 있거나 포함되곤 했습니다. 서점의 분류 방식은 대중의 인식과 선호를 인식하기에, 이 변화는 단순한 구획 나눔 이상의 의미가 있죠.

십여 년 전에는 어느 회사에서고 제가 '브랜딩'을 이야기하면 어이없는 반응을 들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팔리는 일을 하라고 시켰더니 그러니까, 마케팅 하라고 시켰더니 왠 브랜딩이냐는 식이었죠. 에이전시들도 인식 수준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브랜딩은 디자인 회사가 하는 일이고, 그래서 비주얼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 '분명히' 정의되어 있었죠.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지도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마케팅 에이전시에 브랜딩 전제 방식의 확장도, 브랜딩(디자인) 에이전시에 전략적 브랜딩을 하자는 제안도 모두 난공불락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기를 생각해보면 지금 수많은 사람이, 기업이, 에이전시가 마케팅 대신 브랜딩을 주창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브랜딩이라는 이름으로 본질을 강조하고, 기업의 정체성을 고심합니다. 민희진의 희대의 인터뷰에서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수도없이 언급되는 걸 저로써는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마치 전국민이 그 뜻을 이제 다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죠.


SNS 시대와 개인 브랜딩의 확산

국내에서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널리 인식되기 시작한 계기는 '퍼스널 브랜딩'의 확산이었습니다. SNS가 일상의 일부가 되면서, 개인이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강하게 자리 잡았고, 이는 사회적으로도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과거 '개인PR'이라는 개념에서 발전했습니다. 개인PR은 여전히 잔재했던 유교 기반의 사회에서 '자기 자랑은 사뭇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 흉볼 일까지는 아니다. 자기 자신을 떳떳히 드러내는 모습을 응원한다'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TV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가 "이제는 자기PR 시대"라는 멘트를 강조법으로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죠.

"꾸밀 수 있는 언어와 팔 수 있는 언어가 달라서는 브랜드는 존립하기 힘듭니다."

그 개인PR이 퍼스널 브랜딩으로 확장됐고, 의미와 목적 역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영역에 들어온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나아가 퍼스널 브랜딩은 이제 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사회로부터 또, 자본으로부터 도태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갑자기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워진걸까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본의 아니게 자기 자신을 잘 알리는 일에서 시작되어 버렸습니다만 기업이나 조직 차원의 브랜딩으로 이해되면서는 디자인도, 홍보도 아닌 점차 본연의 뜻 즉, 전략적 접근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반가운 일이죠. 그런데 브랜딩이 본질을 강화하고 드러내는 일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조금씩 모습을 감추는 것 같습니다. 그 단어가 볼드모트 아니고 숨겨지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실무의 단위로 구분하고 수행하기 위해 브랜딩과 마케팅은 사이 어딘가의 선을 긋습니다. 혼재된 견딜 없는 탓이겠죠. <출처-brand9signs.com>

 

갑자기 기업은, 사람들은,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워졌을까요? 브랜딩과 비교하자면 마케팅은 노골적인 상술 개념으로 보이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딩을 하는 회사도 마케팅 과정은 당연히 수행합니다. 본질을 찾는 것(브랜딩)은 소비자들로하여금 있어 보이는 일이지만 막상 '그래서 이제 그걸 팔려고'가 되면 신뢰와 진정성이 훼손되는 일처럼 느껴지죠. 거기서 발생한 오명을 마케팅이 뒤집어쓴 건 아닐까요?


브랜딩과 마케팅이라는 이분법의 함정

브랜딩의 원리와 인식이 보편화 되면서 이제 단지 제품을 잘 파는 브랜드 만큼이나 그 자체로 멋있어 보이는 브랜드도 많아졌습니다. 작은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죠. 더 단단하게 자신을 정의하고, 브랜드의 사명을 천명합니다.

그러나 브랜딩이라는 보기 좋은 허울을 세우다 자가당착에 이르러서는 안 되겠습니다. 혹시 몰라 다시한번 말하자면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과용되는 것은 견재했으면 합니다. 훌륭한 아이덴티티와 페르소나, 멋진 말들로 브랜드에 옷을 입히고는 그 멋진 옷을 입고는 시장에서 물건을 팔지 못해서는 안 되겠죠.

"일련의 브랜딩은 브랜드를 '마케팅'하려다 생긴 오류"

먼저, 브랜딩은 그저 멋진 옷을 입는 행위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명확한 자기인식의 결과입​니다. 자기인식 없이 파타고니아처럼 사고하고, 애플처럼 말한다고 그런 브랜드처럼 될 일은 없을 겁니다.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를 잠시 현혹할 수 있을진 몰라도 오래갈 수는 없죠. 시장에서 만날 사람과 시장에서 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 즉,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비주얼까지 포함한)꾸밀 수 있는 언어와 팔 수 있는 언어가 달라서는 브랜드는 존립하기 힘듭니다.

두 언어가, 두 행동이 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와 제품의 괴리에 있습니다. 브랜드의 정의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그에는 부합하나 충실하지는 못한 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브랜드가 존립할 수 있는 매출 수단으로만 인식하기에 브랜드의 언어와 그것의 
매출을 위한 언어가 충돌하게 됩니다.

제품은 단지 손에 잡히는 물건에 그치지 않습니다. 서비스일 수도, 글이나 음악 같은 창작물일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모두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창작물이 가치를 전달하듯, 물건 역시 고유한 가치를 내포해야 하며, 그 가치는 소비자의 가치—시간, 돈, 때로는 특정한 애정—와 교환될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딩 교과서가 있다면 1장에 나와있을 이야기를 많은 브랜드가 쉽게 간과합니다. 팔리는 가치(마케팅)가 소비자와 교환되기 위해서는 그 가치가 브랜드의 가치(브랜딩)와 일치할 때에 발생하고 또 가중됩니다. 

 

브랜딩이 곧 마케팅

최근 어떤 스레드에서 "마케팅은 장사, 브랜딩은 사업"이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이 어떻게 분리되고 정의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숱한 개념이 존재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도 위에서 언급한 '브랜딩 천대 시절'에는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마케팅이 그저 가판대 위에서 제품만을 부각해 파는 행위로 가늠되는 현실에서, 그 전략적 의도를 강조하려던 몸부림에 가까웠죠.

 

제가 보기엔 이렇게 나뉘어진 둘의 일의 단위를 그대로 치환해도 이상할 없습니다.

 

브랜딩은 마케팅 앞단에 있는 요식행위가 아닌 그 자체로 사업전략입니다. 과장될 것도 없이, 안 팔리는 브랜딩은 브랜딩이 아닙니다. 안 팔리는 이유는 입고 있는 옷이 초라해서가 아니라 파는 물건의 부족함이 앞섭니다. 좋은 제품은 훌륭한 비전과 철학, 가치를 담고 그것을 품질이나 성능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그것은 위선이 아닐 때만 작동되는 코드와 같습니다. 제품이 팔리기 위해서 다시 브랜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죠.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과용되는 것은 견재했으면"

어느 브랜드라고 허세와 거짓으로 브랜드를 정의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이는 브랜드를 '마케팅' 하려다가 벌어지는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조록 브랜딩이 그저 디자인이나 홍보의 수단으로 오해되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이제 브랜딩의 진정한 목적을 고민할 수 있는 성숙함이 도래하길 기대합니다.


김해경

 

  

 

 

 

 

  • #마케팅
  • #브랜딩
  • #퍼스널브랜딩

추천 콘텐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