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비결

25년 경력 카피라이터가 말하는 ‘좋은 카피’

한빛비즈

2024.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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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가 하는 일

‘카피라이터’는 무슨 일을 할까요? 예상하신대로 ‘문장을 생각하는 일’을 합니다. 사실 언뜻 봤을 때 너무 간단하거나 단순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말을 늘어놓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25년 경력의 카피라이터 '사카모토 와카' 역시 이 직업을 처음 접했을 때,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해요.

 

25년 경력을 쌓은 그는 카피라이팅 ‘과제를 해결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기업의 의도와 의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과제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카피의 방향도 달라지지요.

 

 


 


카피라이터의 고민
3, 4년차까지는 덜어내야 할 정보가 무엇인지를 따지기에 급급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결과적으로 아무 카피도 쓰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하기 일쑤죠. 카피를 써도 불안하고, 만족스럽지 않고요. 어떤 표현을 없애고, 어떤 것을 강조할지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항상 명확한 이유가 있는 한마디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애초에 답이 없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 문장을 써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뿌리,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그 본질이 바로 ‘과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는 것’입니다.




‘좋은 카피’는 문제를 해결한다
과제 파악의 중요성은, 사카모토 와카가 담당한 한 지역신문의 아동학대 방지 캠페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양육자의 고립’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다가, 주변의 작은 관심이나 도움이 해결의 열쇠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바뀌어야 하는 건 주변의 무관심 아닐까?’라는 생각에 닿은 것이죠.

그는 여기에서 착안해, ‘육아 서포터’라는 네이밍과 콘셉트를 떠올렸고, 양육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육아 서포터’ 키링을 달게 했습니다. 양육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에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었어요. 단순히 ‘아동학대를 하지 맙시다’ 또는 ‘육아 고립을 없애자’는 호소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학대를 줄일 수 있는 행동 변화를 일으키려는 의도를 담은 것입니다.


‘좋은 카피’는 나와 상대방의 교집합이다
'좋은 카피'는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자, 상대방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상대에게 와닿는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 상대방의 '공통점'을 찾아야 합니다. 사카모토 와카의 카피 중 JR 히가시니혼의 ‘가자, 동북으로(行くぜ, 東北)’ 캠페인은 그런 면이 잘 반영된 사례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단 '한 줄'로 신칸센 이용자 수를 124% 증가시켰던 JR철도 캠페인 (cotori-sha.com)


JR 히가시니혼은 동일본 지진 이후 열심히 레일을 다시 깔아 인프라를 제일 먼저 복구시켰습니다. 그런 JR 히가시니혼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신칸센을 이용해달라’는 말이었을 겁니다. 당시 지진 후 일본 사회에는 ‘동북 지역의 부흥을 응원하자’는 분위기로 가득했습니다. 그런 시대의 분위기와 JR 히가시니혼의 메시지를 합쳐 나온 슬로건이 ‘가자, 동북으로(行くぜ, 東北)’입니다. 일본어의 ‘行くぜ(가자)’는 단순히 어떤 행동을 함께하자는 청유의 의미뿐 아니라, 다짐과 의지가 담겨있는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카피’는 본질을 꿰뚫는다
종종 누군가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상대의 본질을 알아보는 걸까요?  상대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면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대하는 것이죠. ‘what과 why 안테나’를 세우고 주변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질을 꿰뚫는 ‘좋은 카피’를 쓰려면, 90%의 생각과 10%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카모토 와카 역시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생각하는 일’에 할애한다고 해요. 타깃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상 전체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선을 모두 동원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교집합을 찾아내면 고객과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전파하는 '좋은 카피'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 이 글은 '사카모토 와카'의 책 카피의 격을 참고했습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당신을 위해,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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