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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에 나선 메디힐, 프리즈·키아프를 선택한 이유

기묘한

2023.09.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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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키아프가 열린 코엑스, 사람들이 몰린 가운데, 귀를 울리는 소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전시장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한 팝업스토어에서 나는 소리였는데요. 커다란 슬롯머신 형태의 스크린에서 이루어지는 이벤트가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아트페어에 참여한 여러 많은 브랜드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던 이곳은 바로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힐이었습니다.

 

 

 

슬롯머신 이벤트는 프리즈·키아프를 찾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출처: 필자)

 

 사실 이번 프리즈·키아프는 미술계의 축제인 동시에, 여러 브랜드들이 본인들을 알리기 위해 출동한 전장이기도 했습니다.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삼성카드는 물론, 전시장 내부에서 라운지를 운영한 신세계 백화점과 W컨셉, 그리고 내부 매장 운영 및 시음 행사를 진행한 다양한 F&B 브랜드들까지. 다만 그중에서 메디힐은 유독 이질적이긴 했습니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도 아닌 메디힐이 아트 행사와 도대체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싶었거든요. 더군다나 이번 팝업스토어가 메디힐의 본격적인 리브랜딩을 알리는 효시와 같은 행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더욱 궁금증은 커져갔습니다. 

 

 

아트페어와 메디힐의 공통점을 찾으시오

사실 아트페어가 주목받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본래 '아는 이들만의 행사'이던, 아트페어는 최근 들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축제'로 거듭나면서, 미술과 대중이 더욱 가깝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은 미술계에 있어 매우 뜻깊은 한 해였다고 하는데요. 우선 이건희 컬렉션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미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켰고요.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바로 세계 2대 아트페어라 불리는 프리즈였습니다. 이들이 최초로 서울을 찾으면서, 키아프와 공동개최되었고, 무려 7만여 명의 관람객들을 모았거든요. 이렇게 미술은 대중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이처럼 작년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프리즈·키아프를 바라보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곳이 바로 메디힐이었습니다. 메디힐이 새롭게 정의한 브랜드 미션이 '복잡한 스킨케어 과정을 보다 간편하게 만들자'였는데요. 어려운 아트를 친근하게 대중에게 전한 프리즈·키아프야말로 본인들의 이러한 진정성을 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렇게 메디힐은 프리즈·키아프를 새로운 브랜드 미션을 선언할 장소로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이번 팝업스토어가 메디힐의 핵심 고객과 만날 최적의 장소는 아니었을 겁니다. 메디힐의 타깃 고객 페르소나와 아트페어 관람객의 페르소나는 분명 차이가 있거든요. 하지만 브랜드 캠페인 성격의 행사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국내에서 아트페어 행사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얼리어답터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새로운 메디힐을 노출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바이럴 효과는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메디힐 팝업스토어는 입장 대기 중인 관람객들에게 자연스레 노출되는 위치에 자리 잡았습니다 (출처: 필자)

 

 

 또한 고객 규모 면에서도 프리즈·키아프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팝업 스토어 장소인 더현대 서울 지하 2층도, 가장 큰 장점은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다'입니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마저도 평일과 주말 간 간극은 큽니다. 하지만 아트페어의 경우, 단 수일간의 행사로 수만 명의 고객들에게 노출이 보장됩니다. 실제로 올해 주최 측이 추산한 프리즈·키아프의 총 방문 객 수는 8만 명. 이 중에서 약 1만 명이 메디힐 팝업스토어를 들렸다고 하니, 홍보 효과 하나는 정말 확실하게 챙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디힐이 아트에 녹아든 방법은

물론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이들에게 긍정적인 기억을 심겨주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겁니다. 단지 경품과 샘플을 나눠주는 행사로 끝났다면, 아예 의미가 없진 않겠지만 굳이 프리즈·키아프일 필요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메디힐은 영리하게, 아트페어라는 장소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을 택합니다. 바로 미술 작가와 콜라보로 행사장을 꾸민 겁니다.

 

 

메디힐은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가치에 어울리는 작가를 찾기 위해 많이 고심했다고 합니다 (출처: 메디힐)

 

 

 

메디힐이 선택한 이는, 윤필현 작가입니다. 윤필현 작가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메디힐 마케팅 브랜드 전략 담당자는 '캐주얼하고도 쉬운 예술'을 추구하는 작가의 방향성이 브랜드의 가치와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메디힐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도, '쉬운 스킨케어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거였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아트와 스킨케어에 대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관점에서 둘은 잘 어울리는 파트너였습니다. 더군다나 윤필현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모티브 중 하나가 다양한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추구하는 가치는 물론, 비주얼적인 공통점도 있었던 건데요. 각기 다른 사람들의 피부에 대한 고민하고 연구하는 메디힐에 이렇게나 어울리는 작가를 어떻게 찾았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작가 선정과 관련하여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메디힐이 '신진 작가'를 파트너로 골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브랜드 가치를 키우기 위해선 유명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번 프리즈 서울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한 LG전자가 김환기 화백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민 것이 대표적이지요. 물론 메디힐이 선택할 수 있는 풀에도 어느 정도 한계는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트페어에서의 팝업스토어라는 도전을 선택한 입장에서, 조금 더 쉬운 길을 놔두고,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건 충분히 높게 평가할 만합니다. 새로운 유망주들을 발굴한다는 아트페어 행사의 취지와도 매우 잘 어울리고요.

 

 

윤필현 작가가 이번 팝업을 위해 제작했다는 작품은 포토존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출처: 필자)

 

 

 

이에 응답하기라도 하는 듯이 팝업스토어 한편에는 오직 이번 팝업을 위해 제작했다는 윤필현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메디힐의 새로운 브랜드 컬러이기도 한 파란색 배경으로, 더마 코스메틱으로의 확장을 의미하는 크로스, 그리고 안정감을 의미하는 스퀘어까지 브랜드가 중시하는 디자인 요소가 모두 포괄하고 있었는데요. 미술 애호가들 입장에서도 관심을 표할만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 셈입니다. 실제로 해당 작품은 팝업 종료 이후 메디힐에서 구매하여 활용할 예정이라 하는데요. 이 역시 아트페어 취지와 너무 어울리는 마무리라 좋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메디힐은 아트에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바이럴을 위해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팝업스토어 매장 자체 구성 역시 최대한 아트페어와 이질적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는 것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마치 전시장 내 갤러리 부스를 연상시키는 하얀 벽에는 윤필현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었고요. 전체적으로는 스퀘어 형태를 띠고 있어서, 키아프 입구를 지나 프리즈 관람을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관람객들의 눈에 자연스레 브랜드 디자인 모티브가 눈에 띄도록 설계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세심한 고객 경험 설계가 더해졌습니다. 가장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슬롯머신 이벤트는 아트페어 방문객의 시선을 뺏어 팝업스토어 매장 내로 이끄는 역할을 했습니다. 커다란 화면과 음향은 그 자체로 존재감을 만들어 내었고, 그 앞에 줄 선 방문객들을 호기심을 증폭시켰습니다.

 

 

방문한 누구나 아무런 조건 없이 스킨패드 제품을 체험하고 샘플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출처: 필자)

 

 

 

그다음부터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하게 팝업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 돋보였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팝업 이벤트들이 요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우와 게시글 업로드 없이도 슬롯머신 참여가 가능했고요. 물론 카카오톡 채널 친구 초대는 필요로 했지만, 이는 훨씬 더 간편한 조건입니다. 더욱이 매장 내 스킨패드 샘플들은 그 어떤 조건 없이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집어 갈 수 있었습니다. 인위적인 바이럴에 집착하지 않은 겁니다. 오직 직관적이고 간편한 경험 설계를 통해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에 집중했던 거죠.

 

이번 팝업스토어 프로젝트의 핵심 목적은 메디힐 스킨패드 제품을 더욱 널리 알리는 거였다고 하는데요. 어떤 제품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사용하게 만드는 겁니다. 열심히 꾸민 팝업스토어 사진을 SNS에서 노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제품 경험을 주기 위해 메디힐은 최초로 팝업을 열었던 거고요. 그래서 메디힐도 그저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제한 없이 샘플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하여, 추후 더 고객과의 관계가 깊어질 수 있는 계기 정도를 만드는 데 만족하였습니다. 카카오톡 채널 추가를 조건으로 건 것 역시, 이후 고객과 소통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거라고 생각해서였다고 하고요. 이처럼 메디힐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여기에만 집중한 건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메디힐은 이제 출발선에 섰습니다 

이와 같이 메디힐은 무리하지 않았던 건, 이번 팝업은 앞으로의 리브랜딩을 위한 여러 활동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리브랜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프리즈·키아프 팝업 이후로도 다양한 캠페인을 선보이면서, 열일 중이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팝업과 거의 동시에 공개된 지코X메디힐코팩 광고도 주목할만한데요. 코팩과 지코의 언어유희적인 상관관계를 활용하여, 이번 광고는 재미 요소를 더한 것은 물론 모델 지코와의 케미도 극대화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메디힐은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콜라보와 캠페인을 통해 변화하는 브랜드 이미지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메디힐은 새롭게 정리한 브랜드 가치에 맞춰,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여기에 새로운 모델과 팝업스토어 같은 캠페인 활동까지 더하면서 정말 인상적인 IMC 전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총체적인 변화와 시도 만이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겁니다.

 

메디힐은 마스크팩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후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시장이 사드 이슈 등으로 흔들리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홈 케어 열풍을 타고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했고요. 최근에는 토너패드를 선보이며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메디힐은 최초의 성공 이후, 몇 차례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늘 한 발 더 나아간 도전 정신을 토대로 다시 일어선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메디힐은 리브랜딩과 함께 다시금 새로운 항해에 나섭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메디힐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까요? 일단 첫 시작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재밌는 여러 시도들을 보여주길 기대해 보며,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메디힐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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