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본 적은 없는데 모두가 어떻게 생긴지는 알고 있는 상상 속의 동물,
MZ
언론이나 유사 매체에서 이 알 수 없는 대상을 일컫는 '네티즌'이라는 단어 보다 요즘 더 많이 노출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MZ세대
대통령까지 나서 'MZ세대 의견 들어라'를 강조합니다. 한편 MZ노조로 청와대와 언론이 계속 언급한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는 "우리는 MZ가 아닙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지 캡쳐 윤석열 대통령 유튜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뉴스나 기사에서 MZ가 언급됩니다. 한때 기사에서 메시지에 힘을 실기 위한 '대중'의 편향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대중평론가나 심리학교수의 코멘트가 삽입되었다면 요즘은 MZ의 성향 근거를 받쳐주기 위해 대기업 상품 담당자나 마케팅 전문가와 같은 사람들이 그 분석을 대신하는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MZ라는 유니콘, 존재하는
게 맞나요?
"...MZ세대는 그렇다고 한다." 마치 어디서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전설 속의 대상을 언급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실제론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많이 보긴 했죠. 수 많은 코미디 콘텐츠와 그것을 재생산한 릴스와 숏츠 영상에서 보여지는 과장된 행태들을 보며 실제로 저러진 않을 거라는 생각과, 반대로 아무리 코미디여도 저렇게 똑같은 형태로 회자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뒤섞입니다.
이는 모든 연령층의 사람에게 MZ에 대한 부정적인 환타지로 확산됩니다. 꼰대라고 지칭받을 대상들은 MZ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해석하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쿨하다, 자기 생각 확실하다 치켜세워 줄진 몰라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MZ세대의 당사자인 연령층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그런 식으로 MZ를 프레임으로 씌우는 대상을 '악'으로 보고 그들을 경멸하거나 더 멀리하게 됩니다. 뭔가를 팔아먹을 땐 잔뜩 MZ 운운하고 책임없고 이기적인 행태는 MZ로 싸잡아 욕하는 게 괘심하기만 하지요. 이 경우 이들이 그 악을 기성세대로 지목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입니다. 반면, 정작 MZ세대조차 미디어 속의 MZ가 그렇다더라를 계속 보면서 그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이렇게 해석될 거 MZ세대론의 논리에 편승해서 편한 이점을 누리는 게 좋다고 판단하면요? 어떤 연령층이고 이 MZ세대론은 세대 갈등을 심화시키는 화염으로 작동하기 좋은 소재가 됩니다.
“익사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미지 캡쳐 스브스뉴스)
특정 그룹의 행동 양식을 세대론으로 옭아매는 것은 얼마나 근시안적인 해석인가요. 대상을 일반화시켜서 좋은 주체는 따로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정치권과 미디어죠. 피드백의 해석이 수월해지고 한 방향으로만 확산기를 대고 소리내도 되니까요. X나 Y세대와는 달리 MZ는 한국에서만 유난히 남용되는 용어로, 미국은 보통 millenials와 Gen-Z를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그래봤자 X세대나 Y세대
모두 마케팅 분야에서 촉발된 용어이고 X세대도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초반, 역시나 한 광고기획사에서 처음 가져다 쓴 용어입니다.
90년대라면, 당시 20대 세대를 하나로 옭아매고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주효했지요. 당시 급격히 늘어난 20대 초반 인구와 그와 맞물린 경제 호황은 특정 연령층을 타기팅 하기에 적절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9시 뉴스를 보고 모두가 일밤(MBC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모두가 똑같은 휴가를 갔으니까요. 그런데 2020년대나 와서 1981년에서 2010년 생까지 그러니까, X세대나 Y세대로 나누었던 연령층 보다도 두 배나 넓은 연령층을 하나의 행태군으로 지칭한다는 건 넌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1990년 초반, 20대 초반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했다고 하니 대단한 타깃 시장임에는 분명했습니다. X세대의 신호탄이 된 동방기획의 역작 '트윈엑스'
MZ세대 마케팅,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딩
처음엔 암말 않고 일단 A사의 모든
자료를 받아 4주가 넘도록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 공장에
몇 차례나 방문했고 영업, 온라인, 마케팅, 브랜딩 쪽 파트의 사람들과 심층 릴레이 인터뷰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앞으로 진행할 리브랜딩 방향성에 대해서 브리핑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A사 사장님 이하
조직의 핵심 인물들이 자리했지요. 제가 처음으로 뗀 말은, "MZ세대는 A사의 메인 타깃이 되지 못 하며 리브랜딩 역시 그에 맞추어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였습니다.
참석한 A사 임직원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익숙한 세대 용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설명했습니다. A사는 창립자의 심지있는 창업 스토리가
있고 좋은 제품을 양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많은 것을 쏟아부은 회사였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는 노년과
장년에 걸쳐 있지만 매출 구조로 봤을 때 키는 X세대가 견인하고 있었습니다. MZ의 판매 활로도 보였지만 MZ의 구매 목적과 용도는 A브랜드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방향이었습니다. 희석시키고라도 성장할
수 있다면 고려할 수도 있지만 A사에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시대나 세대를 뛰어 넘는 것이었고
그래서 버려서는 안 되는 가치였습니다. 중요한 건 내부에서도 너무나 원초적인 브랜드 가치였기 때문에
그 가치를 잊고 있었던 것이죠. 그것은 풀어내기에
따라 젠지에게는 주효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A브랜드에 있어서 밀레니얼과 젠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나타내고 있음을 인지 및
구매 패턴을 통해 보여드렸습니다. 놀랍게도(사실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젠지의 A사 제품에 대한 구매 가치는 밀레니얼이
아닌 X세대에 더 가까웠죠. X세대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밀레니얼은 젠지와 완전히 다른 인지 및 구매 패턴 시나리오가 나왔습니다. 구매력을 가진 X세대가 A브랜드를
멋지게 드러내는 방법, 젠지가 X세대의 가치 구매 패턴을
동경하고 따라갈 수 있는 구매망 및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일단 그거면 됐습니다. 밀레니얼은 위의 전략이 동하면 따라올 것이고 아니면 저 대상들을 모두 아우르는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해서는 오히려
그나마의 매력도 묻힐 터였죠.
가치 기반의 타깃, 아키타입(Arche-type)
"젠지가 X세대와 비슷하다." 이게 무슨 논리일까요? 경제력도 다르고 가정의 유무도
책임도 다르고 어울리는 사람들도 먹는 것도 즐기는 것도 다 다를텐데요. 다른 환경의 한계나 경제적 한계는
확실히 존재합니다. 그게 고급 아파트나 슈퍼카 같은 거라면 말이죠. 그리고
지역 한정 판매나 특정 연령층이 확고한 시장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에뛰드하우스에 60대 여성이 틴트를 구매하러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1분에 500시간의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는
시대에 가치와 취향은 X,Y,M,Z 정도로 간단히 나눌 수 있는 계제가 아니지요.
연남동 골목에 유명한 마카롱 집에는 주말이면 길이 줄게 늘어섭니다. 줄 선 면모를 보면 젊은 여성끼리 온 팀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커플이 많습니다. 그리고 모녀지간으로 사려되는 분들도 자주 눈에 띕니다. 줄을 선 모든 모녀분들이 딸에 손에 이끌려 왔을 거라고만 생각하나요? 스윗한 디저트를 즐기는 중년층이 얼마나 많은 지 알면 놀랄 겁니다. 중년의 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이 집에 가보자 했다면요? 그리고 중년의 여성이 와서 먹기에도 이질감 없이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면요? 그 중년의 어머니들이 주위 친구분들에게 이 집을 간증하게 되는 걸 상상해보세요. 이 마카롱 집은 젊은이들은 줄 설 수 없는 주중에도 성황을 이룰지도요.
노년층만 전통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길까요? 진행했던 캠페인들을 돌아보면 특정 지역에서는 노년층 보다도 청년층이 더 전통성을 중시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백종원 보다 이영자의 먹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세대로 나눌 수 있나요? 현재 시점으로 골프와 테니스 진입 인구를 연령대로 구분할 수 있나요? 그런가하면, 통상적인 패턴에도 신중해야 합니다. 예컨대, 요가를 하지만 애완견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려견을 기르지만 채식을 싫어할 수도 있고요. 캠핑을 좋아한다고 모두 다 캠핑에서 가족 단위 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선호할까요? 정확히 이야기 하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중요시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단지 어떤 걸 좋아하는 대상을 분별해낸다고 끝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완전히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