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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매거진

살아 있음에 건배를! 매혹의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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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번위스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버번을 마실 수 없으면 천국도 싫다”고 극단적으로 말했을 만큼 버번 애호가였다. 미국 위스키를 대표하는 바닐라 향의 달콤한 풍미와 맛, 알싸함이 특징인 버번위스키 세계로 초대한다. 

 

 

 

방대한 미국 위스키 세계

 

흔히 위스키 하면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를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산 위스키도 빠질 수 없다. 쓰고 화끈한 맛의 위스키를 선호한다면 옥수수의 달콤한 맛과 향으로 가득한, 전혀 다른 풍미의 미국을 대표하는 버번위스키를 추천한다. 미국 켄터키주는 주민보다 오크통이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위스키 생산 지역이다. 여기서 상식 하나. 모든 미국 위스키를 지칭할 때 버번위스키라고 말할 만큼 대표성을 띠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버번 외에도 호밀을 주재료로 하는 라이Rye 위스키나 옥수수를 80% 이상 쓰는 콘Corn 위스키도 있다. 또 버번과 비슷하지만 법적 분류는 완전히 다른 테네시 위스키뿐 아니라 밀을 주재료로 하는 휘트Wheat 위스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다. 가장 대표적인 버번위스키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된다.

 

 

 

까다로운 조건이 만들어낸 매혹의 맛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버번위스키 인기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인기 브랜드는 1년 사이에 매출이 1,000% 이상 뛰었다. 버번 애호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입사마다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버번이 젊은 술꾼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특유의 풍미 때문이다. 버번은 옥수수가 주재료이기에 일단 달달하다. 캐러멜과 바닐라 향이 입안에서 폭발한다. 필자 역시 이런 매력에 빠져 20년 넘게 ‘버번쟁이’로 살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의 그래펜버그에 자리한 한 증류소에서 디스틸러가 위스키 샘플을 추출하고 있다

 

 

버번만의 매력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 조건 때문에 완성된다. 버번위스키 라벨에 ‘Bourbon’이라는 이름을 달려면 곡물 종류와 양, 알코올 도수, 색, 오크통 규정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버번위스키는 숙성할 때 쓰는 오크통을 재사용하지 않는다. 반드시 까맣게 태운 새 오크통을 써야 한다. 그래서 버번에는 오크 향이 진하게 배어 있다.

 

그럼 역할을 다한 오크통은 어떻게 될까? 음식물 저장용으로 사용하거나 스코틀랜드 증류소에 팔기도 한다. 또한 도수를 조절하기 위해 물을 섞을 수 있지만, 그 어떤 종류의 인공색소나 조미료를 첨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중요한 알코올 도수는 병입할 때 40도를 넘겨야 한다. 다시 말해 39도짜리 버번위스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버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면 예외 없이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이다.

 

 

 

전통과 혁신 속에서 빚는 위스키

 


 

버번위스키 3대장. 약간 스파이시한 맛의 버펄로 트레이스와 은은한 단맛이 살아 있는 와일드 터키, 단맛이 강한 메이커스 마크

 

 

버번위스키를 대표하는 3대장이 있다. 버펄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Wild Turkey,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가 그것이다. 버펄로 트레이스는 부드러운 캐러멜과 바닐라 풍미가 두드러지지만 약간 스파이시한 맛이 공존하는 위스키로, 바닐라‧민트‧오크‧과일 향 등 다채로운 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와일드 터키는 다소 도수는 낮지만 은 은한 단맛이 살아 있는 위스키로, 목 넘김 후 목에 남는 얼얼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메이커스 마크는 캐러멜과 헤이즐넛 풍미의 단맛이 강하고, 질감이 부드러워 목 넘김에 부담이 없다. 단맛과 버번 특유의 오크 향이 좋은 조합을 이룬다.

 

각 브랜드는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품고 애호가를 유혹한다. 켄터키에서 가장 넓은 증류소를 갖춘 버펄로 트레이스는 9만2,000갤런약 34만8,000리터의 초대형 발효조에서 옥수수를 발효시킨다. 이런 초대형 발효조가 모두 12개나 있는데, 압도적 크기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와일드 터키는 예술가들의 애장품으로 유명하다. 배우 조니 뎁이 끊임없이 술을 마시는 영화 <럼 다이어리Rum Diary>의 원작 소설가 헌터 톰프슨Hunter S. Thompson은 항상 작품을 쓸 때 “타자기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반드시 와일드 터키를 두었다고 한다. 공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 또한 와일드 터키의 오랜 팬으로 유명하고,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는 와일드 터키의 메인 모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메이커스 마크는 수많은 버번 애호가를 처음 버번의 세계로 이끄는, 초심자를 위한 여행 파트너와 같다. 니트Neat로, 얼음을 몇 조각 넣어 손으로 딸깍거리거나, 숱한 칵테일로 변신해 손에 들려 있었던 메이커스 마크는 수백년 이어온 가문의 레시피를 불에 태우고 새로운 레시피로 성공한 스토리가 눈에 띈다. 창업자 부인이 곡물 배합 비율을 바꿔가며 결국 황금 비율 레시피를 찾아냈다.

 

 

 

천사에게 바치는 술

 

 

프랭크 포트의 버펄로 트레이스 증류소에서 숙성 중인 버번 오크통들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오크통에서 잠자는 동안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 참나무 풍미를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오크통 밖으로 위스키가 증발하기도 하는데,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부른다. 한여름 기온이 30℃를 훌쩍 넘어가는 켄터키에서는 1년에 최소 3%, 평균 5%가 증발한다.

 

 

 

버펄로 트레이스 증류소 정문

 

 

천사가 있으면 악마도 있는 법. 숙성을 마친 오크통을 분해해 널빤지 옆면을 보면 자연스럽게 생긴 선이 있다. 오크통에 위스키 원액이 스며들었다 내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긴 것으로, ‘악마의 흔적Devil’s Cut’이라고 부른다.

 

버번위스키 회사들은 모두 자연에 감사하고, 섭리를 따르고자 애쓴다. 그래서 그들은 환경보호에 최대한 집중한다. 오로지 좋은 물만이 맛있는 버번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천사들이 마신 위스키가 상당한 양임에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화재나 태풍 같은 천재지변을 천사들이 막아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와일드 터키 증류소임을 알 수 있는 대형 터키(칠면조) 그림

 

 

미국 켄터키주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친구를 가까이하고, 버번은 더 가까이하라!” 버번 애호가로서 버번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진정성’이다. 버번을 제조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오크통을 만드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마음, 맛있는 버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도 과감히 버리고 혁신을 꾀하는 그 진정성이 버번을 더욱 버번답게 하는 것 같다. 버번과 컨트리 음악 그리고 함께 즐길 친구가 있다면 분명 풍성한 인생일 것이다.

 

 

 

찰스 H.와 함께하는 ‘위스키 모멘트’

 

버번위스키 외에도 위스키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위스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면, 진정한 위스키의 무드를 즐길 수 있는 스피크이지바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간판도 없고,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가게는 불편함보다 은밀한 즐거움을 준다.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 같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바 ‘찰스 H.’에서 위스키 한 잔은 어떨까? 혼자여도 좋고, 친구와 함께여도 좋다. 비즈니스를 위한 ‘아재’ 술에서 자유로움과 취향을 존중하는 ‘젊은 술’로 떠오른 위스키를 제대로 즐겨보자.

 

 

 

찾아가는 재미, 숨은 공간의 반전

 


 

스피크이지 바 콘셉트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반전 매력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 자신의 취향을 찾는 분위기와 맞물려 뜨고 있다. 그중에서도 어떤 공간인지 전혀 정보를 주지 않는 가게나 공간에 스토리텔링을 더하는 트렌드도 눈에 띈다.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Four Seasons Hotel Seoul에는 숨은 바Bar가 있다. 1920년대 미국에 내려진 ‘금주령’ 상황에서 태어난 공간으로, 당시 미국인은 술 한잔 마시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 술집을 만들었다. 이를 ‘스피크이지Speakeasy’라 불렀는데, 경찰이나 이웃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술집에 관해 조용히 이야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간판이 없어 더욱 이색적인 찰스 H.

 

 

호텔 로비의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벽 색과 똑같지만 손잡이가 있는 작은 문이 나온다. 이곳이 출입구로, 문을 열면 이색적 공간이 펼쳐진다. 영화 속 비밀 사교클럽 같은 화려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다. 이곳은 미국의 전설적 작가이자 칵테일 애호가로 알려진 찰스 H.베이커Charles H. Baker의 이름을 따서 상호를 지었다. 또한 베이커가 책에 남긴 뉴욕, 상하이, 쿠바 등지에서 경험한 칵테일을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여 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유행하는 위스키 칵테일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화려하면서도 고전적 인테리어가 시선을 압도한다.

 

 

 

취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위스키

 

코로나19 이후 대중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던 위스키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꼭 찾아 마시게 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었다. 위스키가 어느 날 갑자기 젊은 층의 대세로 떠오른 건 아니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소공녀>에서는 하루 한 잔의 위스키를 포기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는 젊은 미소가 등장한다. 미소가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당차게 말하는 모습에서 지금의 열풍을 대입해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신임 헤드 바텐더 오드 스트란드 바켄Odd Strandbakken은 위스키의 특징과 젊은 층의 특징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전했다. 그동안 위스키는 ‘올드’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 위스키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세련된 이미지로 변했다.

 

“위스키의 아름다움은 맛의 범위가 다채롭다는 데 있다. 그래서 자신의 기분과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찾을 수 있다. 싱글로 즐겨도 좋고, 여러 다른 재료와 조화를 이룬 칵테일로 즐겨도 좋다.”

 

위스키는 특별한 TPO가 없다. 하지만 위스키를 처음 접했다면 가이드는 있다. 스트란드바켄 바텐더는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은 저녁 식사와 같이 즐기기 좋고, 버번위스키는 새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식전 칵테일로, 라이 위스키는 식후 맨해튼 칵테일로 마시는 것”을 제안했다. 또 스모키한 싱글 몰트 스카치는 한 주 끝에 스트레스를 풀어주기에 완벽하다는 것이 그의 팁이다.

 

 

 

초심자에게 제격인 위스키 칵테일과 푸드 페어링

 

맛의 스펙트럼이 넓은 위스키는 칵테일로 마시기 좋다. 찰스 H.에서 제안하는 ‘초심자에게 권하는 칵테일’은 세 가지다. 

유에스에스 마린USS Marine’은 스페인‧미국 전쟁 중 만든 ‘리멤버 더 마린Remember the Marine’ 칵테일을 찰스H.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쿠바의 향신료와 럼, 타트체리 등 특별한 쿠바의 아로마를 추가했다. 

 

그다음은 ‘놀라 플라이트NOLA Flight’. 라이 맨해튼 칵테일이 어떻게 풍부한 향을 가지고 뉴올리언스 칵테일로 변화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이 칵테일은 세 가지 클래식 칵테일 맛을 한 잔에 담고 있기에 클래식 위스키 칵테일에 입문한다면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멜바 사워Melba Sour’는 네이키드 몰트 블렌디드Naked Malt Blended 몰트위스키로 만든 위스키 사워 칵테일이다. 복숭아로 맛을 내고 라즈베리 폼을 올린 것이 특징으로, 프랑스의 마스터 셰프인 에스코피에Escoffier가 런던사보이 호텔에서 발명한 클래식한 디저트인 복숭아 멜바에서 영감을 받아 찰스 H.에서 개발했다.

 

 

 

찰스 H.에서 선보이는 NOLA Flight

 

 

위스키와 위스키 칵테일을 더 풍부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푸드 페어링이 중요하다. 음식과 술을 페어링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서로 상호 보완하거나 상승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고기류는 치즈, 초콜릿과 함께 고전적인 위스키 페어링으로 손꼽힌다. 찰스 H.의 메뉴 중 하나인 ‘한우바콰Hanwoo Bak Kwa’는 육포 요리로, 한우의 부드러운 식감과 말린 고기 특유의 달콤 짭짤한 맛이 풍부해 위스키나 위스키 칵테일과 잘 어울린다.

 

 

 

위스키는 발효주? 아니면 숙성주?

 

위스키를 즐길 때 알아두면 좋은 상식으로 오크통이 있다. 싱글 몰트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는 물과 곡물, 오크통이 전부다. 오크통은 위스키 맛의 60% 이상을 좌우한다. 으깬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증류주인 위스키는 보리‧옥수수‧호밀‧밀과 같은 다양한 곡물을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숯을 만드는 갈참나무 통에서 최소 2~3년 숙성시킨다. 이 오크통 때문에 각 위스키의 특징이 나뉜다.

 

오크통은 크게 ‘셰리 캐스크Sherry Cask’와 ‘버번 캐스크Bourbon Cask’로 나뉜다. 셰리 캐스크는 셰리 와인을 담은 오크통으로 ‘엑스 셰리’라고도 부르며, 버번 캐스크는 버번위스키를 담은 오크통으로 ‘엑스 버번’이라고 부른다. 미국 위스키는 새 오크통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크 향이 강하고,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새 오크통이 아닌 재사용한 오크통을 쓴다. 땅에서 파낸 이탄을 사용해 보리를 몰트화시켜 특유의 강한 스모크훈연 향으로 유명하다.

 

아이리시 위스키 역시 오크통을 재활용한다. 훈연 과정에서 연기와의 접촉 없이 보리를 몰트화하고, 보통 두 번 증류하는 기존의 위스키와 달리 세 번 증류 과정을 거쳐 매우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오크통을 알면 마시기 전이라 해도 어느 정도 위스키 맛과 향을 추측할 수 있다. 위스키 라벨에 캐스크 종류를 기재하는 이유다.

 

 


 

 

글. 조승원(<버번위스키의 모든 것> 저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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