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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와 슬램덩크> J콘텐츠의 이유 있는 흥행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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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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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영화 개봉작 흥행 1위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하 스즈메)’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5월 11일 현재 누적 관객수 53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3월 8일 개봉해 국내 일본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으며 5월 17일 한국 더빙판이 공개 예정이라 앞으로 인기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1월 4일 개봉해서 지금까지 상영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는 누적 관객수 462만명을 기록하며 여전히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두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합치면 1000만 명에 달한다. 올해 한국 영화들이 유독 힘을 못쓰는 와중에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이처럼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도 두 편 모두 봤지만 이렇게까지 인기 있을 정도인가 싶어서 그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자료.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순위, 시사저널)

 

✅두터운 팬덤의 힘

 

슬램덩크는 90년대 일본 만화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처음으로 연재되면서 시작됐다. 국내에 92년에 들어왔고, 강백호, 서태웅, 송태섭, 정대만, 채치수 등 한국어로 번역된 주인공들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 10대 20대 들에게 슬램덩크 덕분에 농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슬랜덩크의 팬이었던 이들이 이제 30, 40대가 되어 슬램덩크 개봉 즈음 초기 인기몰이에 힘을 실었다. 

 

슬램덩크는 30, 40대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10대 시절의 추억을 다시 소환시키는 일종의 추억 마케팅이 한 몫 했다. 더군다나 그 때의 그 캐릭터들이 이전의 애니메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높은 퀄리티의 영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실감나는 플레이 장면 등이 인기 상승의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스즈메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시리즈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감독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전작에서 재난을 소재로 하면서 아름다운 작화와 섬세한 언어로 이미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번 영화 역시 초기에는 이런 팬덤을 기반으로 인기 몰이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나 콘텐츠 모든 인기의 근간에는 이제 팬덤이 중요한 요소가 되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 MZ까지 사로잡은 비결


흥미로운 것은 두 영화 모두 초기 팬덤 위주로 흥행을 이끌다가 점차 Z세대까지 인기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30~40대들은 추억 소환으로 이어지며 N차 관람 열풍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10대들은 슬램덩크를 본 후 영화에 그치지 않고 역으로 만화책을 찾아서 보기 시작해 책이 품절되는 역인기 몰이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스즈메는 지난달 CGV 관객 조사 결과, 20대 38.5%, 40대 20.2%, 30대 16.7%, 10대 14.9%, 50대 이상 9.9%의 관객 비중을 보였다. 10대와 20대 관람객의 비중이 무려 53% 달한다. 그 중에서 특히 10대 관람객의 비중은 ‘아바타:물의길’이나 ‘탑건 매버릭’보다 5~6배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왜? 두 애니메이션은 10대들까지 열광하게 된 것일까?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과는 달리 송태섭의 스토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작은 키의 송태섭의 꿈과 방황, 가족과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10대 들에게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성장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요즘 10대들은 꿈을 꾸는 것이 사치가 될 만큼 힘겨운 공부 지옥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운동을 하기에 완벽하지 않은 조건을 갖췄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갈 때 꿈을 이루는 송태섭의 스토리가 10대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한다. 

 

스즈메는 10대들의 마음을 약간은 몽글몽글하게 하는 ‘첫사랑, 성장, 모험’과 같은 코드가 담겨 있고, 특히 영화 음악까지 Z세대의 마음을 이끌고 있다.

두 영화 모두 비슷한 10대가 주인공이면서 힘든 현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감동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초기 팬덤 위주의 인기에서 나아가 10대들의 마음까지 빼앗은 것이라는 평들이 많다.

 

 

(자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500만 감사 인사, 미디어캐슬 인스타그램)

 

✅ 비슷한 개봉 시기


두 영화가 1월과 3월 징검다리로 올 1분기에 개봉을 했는데 비슷하게 개봉을 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겹쳤던 것도 인기의 이유 이기도 하다.

 

실제 썸트렌드에서 두 영화의 연관어 분석을 해봤을 때 스즈메의 연관 검색어로 슬램덩크가 꽤 많이 연결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슬램덩크를 통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신선함과 감동을 경험한 MZ세대들에게는 스즈메가 그 연결 선상에서 작용했던 것이다. 

 

 

(자료. 썸트렌드 ‘스즈메의 문단속’ 연관검색어)

 

 

✅결국 탄탄한 스토리와 콘텐츠 그 자체


한때 일본은 아시아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국이 아시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K-pop, 영화, 드라마까지 문화를 이끌어 나가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러나 유독 애니메이션 장르만큼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두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작화의 느낌을 결정하는 감독의 그림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슬램덩크와 스즈메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이노우에 다케히코, 신카이 마코토와 같은 믿고 보는 감독 작품이라는 것이 흥행에서 중요한 이유가 되었지만 지금 시대에 맞는 적절한 타이밍도 한 몫 했다. 스토리와 그림, 영화음악까지 모든 것이 ‘감동’이라는 코드로 잘 엮어진 것은 거기에 더해진 것이라고 본다.

 

드라마, 영화와 같은 콘텐츠는 마케팅을 잘해서 성공한다기 보다 콘텐츠 그 자체가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케팅은 강백호의 말을 인용하자면 ‘왼손이 거들 뿐’과 같은 옆에서 거드는 역할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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