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팝업 춘추시대다. 브랜드에게 팝업이 하나의 마케팅 채널로 굳어지면서 수많은 팝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고, 이번 주의 팝업 소식만을 정리해 올려주는 블로거나 뉴스레터도 생겨났다. 양이 많아지면서 실망스러운 팝업도 다수 존재한다. 브랜드와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동떨어진 포토존만 있는 팝업, 와중에 포토존도 조잡한 팝업,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쾌감만 얻고 나오는 팝업 같은 거 말이다. 이렇다 보니 요즘에는 팝업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없었다. 나무증권이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요새 경험한 팝업 중에 가장 좋았다. 사람이 많아 체험하지 않고 넘어간 부스도 있었는데 팝업을 나오며 시간을 보니 30분이 훌쩍 넘어있었다. 중요한 건 시간이 가는 줄 전혀 느끼고 있지 못했다는 것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고 팝업 부스의 모든 체험 공간을 경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저 경험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곳곳에 와우 포인트를 적절하게 심어놓은 까닭이다. 팝업에 오래 머물렀던, 나무증권 팝업이 좋았던 네 가지 이유를 정리해 봤다.
1. 공항 컨셉에 진심
컨셉에 진심이고 디테일이 훌륭하다. 나무증권 팝업은 '나무 증권 공항'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데 정말 소품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공항의 모습을 담았다.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캐리어들, 캐리어 카트, 입국장 & 출국장 컨셉, 보딩 패스, 스탬프, 짐 검사하는 곳, 무빙워크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공항 느낌을 낸 게 아닌, 공항을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부스와 부스 간 이동도 자연스럽다. 체크인 카운터(출국장) → 보안검색대 → 환전소 → 무빙워크 → 비행기(퍼스트클래스) → 수화물도착장 → 입국장 순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여행을 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되고 옆 단계로 넘어가는 게 당연한 느낌을 준다. 나무증권처럼 한 부스에 여러 체험이 함께 있는 다른 팝업을 경험했을 땐, 따로 안내가 없는 경우 참여자들이 이탈하는 경우를 종종 봤는데 나무증권 팝업에서는 이탈하는 고객이 거의 없었다. 이건 긴 줄을 기다리면서도 구경하기(사진 찍기) 좋은 공항 요소를 잘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그리고 동선을 공항 컨셉(스토리)으로 녹여내 완벽하게 설계했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