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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창업 아이템은 없어요

심두보

2020.01.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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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창업 아이템은 없어요
고객을 한방에 사로잡을 아이디어가 있나요? 기존 산업의 경쟁자를 압도할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창업 준비는 없습니다. 불행히도 현실에는 잘 없는 일입니다. 어제 생각한 아이디어를오늘 곱씹어보면 허점투성이입니다. 혹은 이미 누군가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국내가 아니라면 해외에 있습니다. (거의 100%)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뉴스가 세상에 넘치듯, 아이디어도 넘칩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직접 엮은 불편함에서 시작하기
사업의 본질은 뭘까요? 비누는 지저분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이 겪는 위생 문제를 해결합니다. 자동차는 먼 길을 걸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됐죠. 붕어빵은 길거리를 걷는 허기진 사람들을 위해 생겼습니다. 새벽 배송은 즉시 무언가가 필요한 바쁜 직장인 혹은 주부를 위해 시작됐습니다.

사업이란 크게 보면 불편함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누구나 화구에 불을 피워 밥을 해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불편하니 바꾸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이를 당연함이 아닌 불편함으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게 창업자입니다.

일상생활에 집중하면 불편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야간에 도무지 잡히지 않는 택시, 한 송이 사놓으면 어김없이 너무 익어버리는 바나나, 부족한 라면의 건더기 수프, 혼자 밥 먹기 어색한 식당, 쉽게 망가지는 유아용 장난감,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를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엄마와 아빠, 놀 친구가 없어 학원을 가야만 하는 학생까지.

모든 불편함은 사업으로 발전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붙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이는 창업자의 몫입니다.

'불편함' 그 자체에 주목한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불편함'은 사람들의 불편한 경험을 모읍니다. 사용자는 하루 하나씩 제시되는 '불편 키워드'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적습니다. 모인 불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합니다. 불편함 운영사인 닛픽은 작성된 콘텐츠를 100원에 삽니다. 추후에 닛픽은 이 콘텐츠와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도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편함을 몇 가지로 구분해봅시다.

절차의 불편함
인터넷 출현 이후 절차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거대한 기업이 된 곳들 중 상당수는 이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죠. 택시를 좀 더 쉽게 타고 결제하기 위한 카카오택시, 해외 상점의 물건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직구 사이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능의 불편함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기존 제품에 기능을 더하거나 빼 고객의 흥미를 끌곤 합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두 제품을 하나로 합치거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거나, 복잡했던 기능을 단순화하죠. OLED를 사용해 어느 각도에서나 선명한 화질을 유지하는 TV, 도난방지 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된 자전거, 조용하지만 출력 좋은 청소기, 세탁과 건조가 동시에 가능한 세탁기 등이 기능의 불편함을 해소한 사례입니다.

선택의 불편함
인터넷 포털 초창기, 많은 기업은 더 많은 정보를 웹에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빽빽한 콘텐츠를 메인 화면 가득 담았죠. 미디어도 더 많은 뉴스를 내보내기 위해 콘텐츠를 공장처럼 찍어내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정작 사람들은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죠.

다른 시각의 창업자들은 그들 '대신' 좋은 무언가를 선별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넷플렉스는 다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현저히 적은 콘텐츠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1위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넷플렉스는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이 좋아할 자체 콘텐츠를 만듭니다. 영상을 찾아 헤매는 데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은 넥플렉스를  선택했습니다.


미래의 사회를 상상하기
불편함 찾기에 지쳤다면 이번엔 미래의 사회를 상상해봅시다. 기술은 명백히 우리의 미래를 바꾸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피처폰을 멸종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많은 국가에선 집 전화기 사용 경험을 건너뛴 채 모바일 시대를 맞이했죠. 어떤 국가에선 신용카드보다 QR코드가 더 익숙합니다. 길거리 노점에서도 QR코드를 사용할 정도입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 여러 혁신 기술은 우리의 미래를 크게 바꿉니다. 더 이상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직접' 결제하지 않는 게 일상화될 겁니다. 미리 동의한 신뢰할만한 식당 문을 들어선 순간 스마트폰은 이를 인식할 것이며, 우리에게 메뉴를 추천할 것입니다. 메뉴 선택과 동시에 결제가 이뤄지겠죠.

일정을 적거나 확인할 일도 없어질 겁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이 나의 통화와 문자, 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정보를 조합하고 분석해 스케줄을 관리해줄 테니까요.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는 일은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가면 아이디어는 고사합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혁신성에 점수를 주지 않기도 하죠. 그럼에도 대부분의 유니콘 스타트업은 기술에 탄탄히 뿌리를 박고 성장했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능력을 다른 모든 산업에 대입해보기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납니다. 빠른 변화는 여러 경계를 흐릿하게 합니다. 새로운 기회가 그 모호해지는 경계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수산물 시장과 IT를 붙여봅시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믿을만한 가격의 광어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자연산 광어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죠. 혹은 생선 이미지로 그 생선의 신선도를 알 수도 있습니다.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는 누구보다 이 사업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수산물 유통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일본 만화를 섭렵한 마니아는 만화 팬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원피스, 블리치, 진격의 거인, 킹덤, 슬램덩크 등 유명 만화 별로 카테고리를 만들고, 팬들만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죠. 더 나아가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하고, 이벤트에 함께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커뮤니티가 충분히 커진다면 회원 활동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작가나 출판사에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창업 아이템을 찾는 왕도는 없습니다. 좋은 글을 위해선 다독다작다상량(多讀多作多商量)이 필요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거죠. 좋은 사업 아이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선 많이 사용하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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