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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이에게서 배우는 ‘콘텐츠 기획자’의 자세

생각노트

2018.01.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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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영상이 있었습니다. 개그우먼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김영희, 안영미로 구성된 '셀럽 파이브'가 MBC '쇼 챔피언'에서 선보였던 파격적인(!) 무대 때문이었는데요.

 



▲ 셀럽파이브 무대 영상. 복고풍의 패션과 화려한 화장으로 꾸민 무대 컨셉 

 

셀럽파이브는 일본 유명 고등학교 댄스팀 TDC에서 모티브를 얻어 결성된 국내 개그우먼 걸그룹입니다. 개그우먼 송은이가 직접 차린 컨텐츠랩 비보(VIVO)에서 만든 웹예능 '판벌려' 중 하나의 프로젝트로 시작된 걸그룹 도전기입니다. 일반적으로, '걸그룹'이라고 하면 깜찍하거나 섹시한 컨셉의 여자 아이돌을 생각하지만, 셀럽파이브는 역발상으로 '개그우먼들만이 할 수 있는 걸그룹'을 선보였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네이버 TV에 공개된 무대 영상 클립은 2018년 1월 22일 오후 9시 기준 137만뷰를 넘어가고 있으며 셀럽파이브를 방송과 광고 모델로 모시기 위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셀럽파이브의 댄스를 패러디하는 영상도 유튜브에서 하나 둘 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셀럽파이브의 흥행 사례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송은이' 입니다. 개그우먼 송은이는 작년 직접 기획한 '김생민의 영수증'을 성공시키면서 명실상부한 콘텐츠 기획자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이어, 올해는 '제대로 이것 저것 판을 벌려 보자!' 라는 의미의 웹예능 '판벌려'를 통해 개그우먼들이 뭉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셀럽파이브'가 대박을 터트린거죠. 이에, 그녀가 이토록 콘텐츠 기획자, 제작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살펴보는 기사들이 많았고, 그녀에 대해 자세히 다룬 기사들도 훨씬 많았지만 저의 관점에서 그녀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획자의 자세'를 살펴보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똑같이 베껴도, 누가 먼저 하는지가 중요하다

사실, 셀럽파이브가 이번에 선보인 무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1년 전 일본 오사카에 있는 TDC 고등학교댄스팀이 선보이며 유튜브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무대를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물론, 노래 가사를 한국어로 바꾸고 개사를 하긴 했지만 복고풍 복장, 화려한 화장 등의 '무대 컨셉'은 TDC 고등학교 댄스팀의 무대에서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그 때의 유튜브 영상을 볼 때와 같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미 유튜브에서 TDC 댄스 영상을 봤던 시청자들은 화제가 됐던 무대를 똑같이 '개그우먼'들이 패러디했다는 점에 유쾌해했고, 처음 무대를 봤던 시청자는 개그우먼들의 충격적인 무대 컨셉을 재밌어했습니다.

 



▲ 일본 TDC 고등학교 댄싱부가 선보였던 무대. 이 무대를 모티브로 셀럽파이브는 무대를 구성했다

 

제가 이 포인트에서 들었던 생각은, 똑같이 카피를 한다고 할지라도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1년 전에 화제가 되면서 왠만한 개그맨, 개그우먼들은 이 영상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먼저 시도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관심을 '누가' 가져가는지를 달라지게 했습니다. "이건 너무 똑같잖아" "이건 이미 한번 유행해서 재미가 없을거야" 라며 말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직접 2달 동안 춤연습을 하면서 음악 방송 무대로 선보이고 대중 앞에서 시험 받아보는 '도전'이 결국 이 사례에서 제일 배울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우리를 찾는 채널이 없다면, 직접 '채널'을 만들자

대한민국 예능을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나 눈치를 채시겠지만 '남성 예능인' 위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성 예능인이 설만한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무한도전' '1박 2일' '라디오 스타' '아는 형님' '한끼 줍쇼' 등과 같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는 모두 '남성'이죠. 여성 예능인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반짝 스타로 뜨고 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2016년 모바일 방송국 비보티비(VIVO TV)를 개국했습니다. 본인들이 설 수 있는 채널이 없다면, 본인들이 직접 '채널'을 만들어 대중 앞에서 서겠다는 의지였습니다. 그렇게 처음 선보였던 콘텐츠가 개그우먼 김숙을 단독 주연으로 내세웠던 '나는 급스타다' 였습니다. 이 영상을 시작으로 비보티비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비보티비 방송국만의 고유 팬 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https://youtu.be/t5il3ME6Jf4


▲ 송은이가 2016년 개설한 비보티비의 첫 프로그램 '나는 급스타다'

 

또한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비밀보장' 팟캐스트를 시작하면서 다른 개그우먼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게 됩니다. 남성 예능인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선보이는 몸개그,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미션 등으로 대중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면, 개그우먼은 남성 예능인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수다'와 '말'로 재미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게 됩니다. 이 선택과 전략은 매우 탁월했습니다. 

사실, 방송국와 예능 PD들이 여성 예능인에 비해 남성 예능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더 망가지고, 더 험한 모습(!)을 시청자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남성 예능인의 경우 샤워 하는 장면에서도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고 욕설을 한 뒤 삐- 처리를 하면서 재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예능인은 아직까지 방송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점으로 인해 여성 예능인이 영상으로,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웃기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계속 영상의 시대에서는 남성 예능인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송은이는 개그우먼이 개그맨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곳이 바로 '팟캐스트'였습니다.




▲ 송은이와 김숙이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 

 

그녀의 기획력을 세상이 인정해준 건, 작년 하반기 큰 인기를 끌었던 '김생민의 영수증' 이었습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송은이 김숙의 비밀 보장' 팟캐스트의 고정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청취자분들이 영수증을 보내주면, 짠돌이 캐릭터로 유명한 개그맨 김생민이 '스튜핏'과 '그뤠잇'을 외치며 청취자의 소비 습관을 평가해주는 컨셉이었습니다. 김생민의 캐릭터에 최적화된 코너였습니다. 청취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 코너는 하나의 고유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이 되었고 그의 어록들이 온라인상에 바이럴이 되면서 인기 랭킹 1위까지 오르게 됩니다. 급기야 KBS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규 편성이 되면서 지금은 매주 1시간씩 시청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의 한 코너로 시작해, 지상파 예능 정규방송으로 편성된 사례는 '김생민의 영수증'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기획력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KBS 정규방송으로 편성된 '김생민의 영수증'


# 꼭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된다

송은이가 만들었던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면 '송은이'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많지가 않습니다. 그녀는 제작자로 나서면서 그녀 주변에 있는 능력있는 개그맨과 개그우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2016년, '최고의 사랑' 예능을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된 개그우먼 김숙의 더 큰 비상을 위해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영상 콘텐츠 (나는 급스타다)와 오디오 콘텐츠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선보였습니다. 2017년에는 20년간 연예가중계 리포터를 하며 얼굴과 인지도는 알렸지만, 뚜렷한 전성기가 없던 개그맨 김생민을 주인공으로 전격 내세우며 '김생민의 영수증'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그녀 주변에서 능력은 있지만, 그 인물에 최적화된 프로그램 컨셉을 아직 만나지 못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못한 능력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주인공이기보다는 조력자를 자처하며 프로그램의 감칠맛나는 양념 역할을 해주는 것에 스스로 머물렀습니다.

 

 

 

▲ 송은이와 김숙, 그리고 송은이와 김생민. 송은이는 모두 자신이 주인공이기 보다 철저히 주인공을 떠받쳐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콘텐츠 기획자라면, 누구나 '주인공' 욕심을 내게 됩니다. 내가 이 콘텐츠의 주인공이고 싶다는 생각이죠.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콘텐츠 기획자는 확실히 '조력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내가 생각해본 기획의 컨셉이 누구에게 제일 잘 맞을 것인지, 그리고 그 매칭이 대중들에게 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기획자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그 콘텐츠에 출연한 주인공 보다 기획자가 떴다면, 제 생각에는 그 기획은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획에는 주인공과 컨셉의 매칭이 1차적으로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마치며

작년의 윤종신, 김생민 그리고 올해의 송은이까지, 자신의 업에서 꾸준하게 차곡차곡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분들이 주목받는 시대를 보면서 참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분명 온라인과 모바일은, 상위 몇 프로만 주목받던 세상을 바꾸어놓았고, 더 많은 성실러들이 대중에게 '발견'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는 TV 또는 영화에 출연해야지만 '스타'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튜브, 팟캐스트,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서 재능있는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기회 속에서도, 콘텐츠 기획자의 자세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짝은 꾸준함을 이기지 못하고, 안일함은 도전을 이기지 못합니다. 또한 내가 비록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라고 할 지라도, 조력자의 올바른 태도와 자세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날이 분명 있습니다. 송은이가 개그우먼을 넘어 기획자, 그리고 제작자로서 지금의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걸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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