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의 매거진

모두가 알아야 할 디자인 프로세스

an.other

2020.10.16 11:09
  • 4775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4
  • 5

왜 그래픽 디자이너는 

우리가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것처럼 선택받아서 우리만의 스타일과 느낌을 낼 수 없을까요? 왜냐하면, 그런 디자인을 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우리는 디자인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98%의 디자이너는 누군가의 오더 아래에 일을 하고,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국내 유명 디자인 회사 레드 클XXX, 마이 케XX, 가지 XX, 아이디어 XX 등 자신들만의 색깔이 뚜렷하게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이 좁고 척박한 대한민국 디자인 세상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래픽 디자인 세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아주 뛰어나고 저명한 예술가가 아 닌 98% 디자이너 이 자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때문에 누군가의 상업적인 디자인을,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해 주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고객들은 디자이너에게 어떠한 디자인적 색깔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들은 고객의 눈에 차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서 급히 마무리 짓고, 또 다음 과정을 급하게 이어나가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바로 <Process>입니다. 

우리는 98%의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필요하고, 만약 이러한 프로세스가 없다면 디자이너들은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없습니다.

 

*직접 정리한 이 프로세스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누어진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디자인 회사의 구성 형태

 

 

1. 컨셉 설정 제안: 광고주와 디렉터, 디자이너가 모두 참가하여 컨셉에 대한 설계를 함께 협의하는 단계입니다. 이 초기 단계에서는 컨셉 확정단계가 아니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서로 이해관계의 합의점을 찾습니다.

 

2. 컨셉 설정: 1단계에서 도출한 컨셉을 구체적인 제안서로 제안하는 단계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분위기와, 여러 가지 시각적 효과들에 대한 컨셉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광고주에게 제시합니다.

 

3. 디자인 시안 제작: 광고주는 컨셉안을 받아보고 디자인으로 보고 싶은 컨셉을 디자이너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광고주가 말한 컨셉으로 디자인 시안을 제작합니다. 한 가지 컨셉에 두, 세 가지 시안을 만들 수도 있고 각각 다른 세 가지 시안을 하나씩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에서 시안의 개수에 따라 디자이너가 받는 견적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4. 광고주 디렉터 컨펌: 시안을 받아본 광고주가 앞으로 더 디밸롭 시켜야 하는 시안을 채택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한 단계이며, 컨셉을 정해주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디자인 시안을 추가하여 진행합니다. (시안이 추가될 때는 비용 또한 발생) 마음에 드는 시안을 채택하면 이제 이 시안으로 <디테일>적인 요소를 디벨롭 시켜서 다시 제안합니다.

 

5. 수정단계: 컨셉이 확정된 이후의 수정에서는 *전체의 맥락 아래에서만 수정이 되어야 합니다. 즉, *디테일적인 것에서만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만약에 이 단계에서 광고주의 마음이 달라져 최초의 기획과 달리 요청하거나, 컨셉이 달라지는 요청을 하면 또 다른 시안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더욱 딜레이가 되며 서로 감정적으로도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컨셉 확정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물론 추가 시안 제작 비용을 받고 디자인을 할 수는 있지만, 매우 비효율적이고 일정 또한 딜레이 될 수 있습니다.

 

6. 제작 단계: 디테일 수정이 완료가 되면, 오탈자 및 최종 확인 후 최종 아웃풋 작업을 진행하여 마무리합니다. 

 

 

컨셉 회의, 제시 - 시안 제작 - 컨셉 확정(시안 채택) - 디테일 수정 - 제작 

위의 단계가 일률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광고주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작업 일정 내에 일을 마감할 수 있는 효율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정확하게 협의되지 않으면 말 한마디로 컨셉이 바뀌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작업했던 시간만큼 다시 해야 하고, 나를 평가하는 누군가에게 평가절하가 되게 되며, 여러 가지 감정적인 리스크까지 감수하게 됩니다. 말 한마디로 우리가 했던 노력과 시간들을 다시 투자해야 하는 건 대표적인 갑질이라 할 수 있고 이런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은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일처리 방식, 태도입니다.

 

*전체의 맥락이란?

 

 

디자인을 하는 단계는 마치 나무가 자라는 순서와 비슷합니다.

 

[ 컨셉 = 나무의 뿌리와 기둥 / 디테일 = 나무의 가지와 잎 ]

가지와 잎을 보고 컨셉을 바꿔달라는 경우는 있을 수도 없는 경우이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컨셉 확정단계가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말한 것입니다.

 

*질문 : 그러면 도대체 컨셉이 무엇인가요? 포스터 디자인을 예시로 설명해보면


컨셉_1 

 


컨셉_2 

 

컨셉이란 것은,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성격>이나 마찬가지이며 성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방향이 정해지고, 그 방향에 맞게끔 디자인을 설정해야 합니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 포스터 디자인할 건데, 쌍화점 포스터에 사용된 서체 효과를 사용해주세요(X)"

- 안돼요. 처음부터 컨셉 설정 다시 하고 시안 다시 잡아야 합니다.

 

"내가 블랙 메탈을 할 건데, 가을방학 앨범 커버처럼 디자인 수정해주세요.(X)"

- 안돼요. 처음부터 컨셉 설정 다시 하고 시안 다시 잡아야 합니다.

 

"면접 때 입고 갈 옷 손 좀 봐줘. 문신 토시 정도로 수정해주면 될 것 같아."(X)

- 안돼요. 처음부터 컨셉 설정 다시 하고 시안 다시 잡아야 합니다.

 

사람이던 사물이던 추상적인 무엇이든, 성격이란 것은 존재하고 성격에 맞는 디테일을 정하는 것 또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렵고 추상적이지만 다자이너에게는 너무나 쉽고 구체적입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컨셉에 대한 이해를 하면 됩니다. *디자인 수정이라는 것은, 컨셉이 확정된 이후의 단계이며 그것은 디테일(컨셉이 훼손되지 않는 경우에서) 적인 요소만 수정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98% 디자이너입니다. 우리 개인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해있는 디자인 회사조차 수천만 원대의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고 많게는 수백 적게는 1~20 만원 가지고 밤을 새워 일을합니다. 적은금액의 일을 하면서 말 몇 마디 하나로 컨셉이 바뀌고 또다시 시간을 소모하며 작업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광고주가 말하면 알아주는 대기업이고, 만약 우리가 받을 돈이 수천만 원이면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 수 있겠지만 말 한마디에 다시 몇 달 동안 작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회사는 그렇지 않고 당장의 현실은 바뀔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리는 프로세스가 꼭 필요합니다.

  • #디자인
  • #프로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