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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재훈

2024.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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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LL-E3 (편집 : 이재훈)
 

지난주 금요일, 쿠팡이 와우 멤버십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멤버십 회원수도 워낙 많거니와 많은 매체에서 기사화됐기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특히,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58%나 인상된 만큼 구독을 유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아지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쿠팡이 구독료를 인상한 배경을 살펴보고, 이 변화가 기업과 소비자 양쪽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짧은 고찰을 해보고자 합니다. 

 

욕은 먹더라도 돈은 더 벌 수 있다

먼저, 구독료 인상의 배경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쿠팡와우 회원이 약 1,400만 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를 토대로 간단한 수익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인상 전 연 수익 : 4,990원*1,400만 명*12개월 = 약 8,383억 원
인상 후 연 수익 : 7,890원*1,400만 명*12개월 = 약 1조 3,255억 원

쿠팡이 새로운 구독료를 적용하고 기존의 회원 수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최대 4,872억 원의 추가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회원수가 현재 대비 36.7% 줄어도 인상 전과 동일한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회원수가 감소하더라도 충분히 많은 이득이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쿠팡으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수치이며, 구독료 인상의 주요 배경 중 하나입니다.

물론 쿠팡이 단순히 수익을 증가시키겠다고 인상을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도서산간과 인구감소 지역 등 '식료품 사막' 환경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지방 인구소멸을 막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도록 투자해 나간다는 방침을 제시했는데요. 이 자체로는 굉장히 좋은 취지의 발언이지만, 애석하게도 현재 멤버십 회원에게는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아닌 만큼 눈에 들어오지 않을 확률이 높으며, 대부분은 수익 증대를 위한 조치로 해석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투자 계획은 인상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고, 쿠팡 역시 수익 증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을 텐데요. 과연 그 기대처럼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쿠팡플레이나 쿠팡이츠는 쿠팡과 다르다

이번 인상 발표에서 쿠팡이 가장 강조하는 내용은 "타사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10가지 이상 혜택 제공"입니다. 넷플릭스, 티빙 등 주요 OTT의 멤버십 가격 대비 저렴한 가격을 강조함과 동시에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과 쿠팡이츠의 배달비 포함 혜택을 두드러지게 부각하고 있는 것인데요. 그러나 쿠팡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가 각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와우 멤버십의 혜택에 포함되었기 때문이지, 각 서비스의 경쟁력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출처 : 쿠팡

 
특히 쿠팡플레이는 콘텐츠 부족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무료로 볼 수 있기에 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쿠팡이츠 또한 타사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무료배달의 차별화가 사라진 상황인데요. 즉, 이 두 서비스 모두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면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충성도가 낮은 서비스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서비스를 근거로 구독료를 인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쿠팡 와우회원으로 월평균 8만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숫자로 눈속임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무료 배송' 항목 절약 금액은 개인의 연간 택배 사용 횟수와 택배 비용을 분리하여 조사한 뒤, 이를 곱하여 산출한 금액인데요. 실제로 160회 택배 모두에 비용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며, 쿠팡에서 무료 배송 혜택을 받았다 하더라도 제품 자체의 비용이 조금이라도 더 비싸다면 3,000원만큼의 비용이 온전히 절약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즉, 실제 절약되는 금액과는 괴리가 크다는 것입니다. 



출처 : 쿠팡

 
OTT 항목에도 연간 14만 원이 절약된다고 표기되었지만, 실제로 OTT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와우 멤버십 비용이 인상되면서 오히려 비용이 추가되는 셈입니다. 특히, 총계는 97만 원으로 빨간색 큰 글씨로 강조하면서, 주석에는 작은 글씨로 구독료를 제외하면 87만 원이 절약된다고 기재한 것은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다크 패턴의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쿠팡이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 이런 메시지를 적은 의도 자체는 이해하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는 쿠팡플레이 안 보는데?" 혹은 "쿠팡이츠 무료배달은 다른 데서 구독 없이도 제공해 주는 건데, 이게 혜택이라고 볼 수 있나?"등과 같은 반발 심리를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이번 구독료 인상에 대한 피드백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혜택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넷플릭스가 가격을 전반적으로 인상함과 동시에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선택권을 주어 반발심리를 최소화시킨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는데요. 그러나 쿠팡은 넷플릭스와 달리 와우 멤버십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의 '*락인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주요 목적임을 고려할 때, 쿠팡이 이 전략을 실제로 활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락인 효과 : 고객이 특정 서비스나 제품에 의존하게 만들어, 다른 대안으로 쉽게 전환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

 

왜 하필 지금?

사실 구독료 인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소비자의 반발과는 무관하게 현재 혜택에 비해 구독료가 저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발표 타이밍은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판단됩니다.

최근 쿠팡이츠는 "고물가 시대에 고객의 배달비 부담을 줄이겠다"라고 강조하며 무료 배달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되지 않아 멤버십 구독료 인상 소식을 전하면서, 이전에 선언한 배달비 절감 효과를 사실상 무효화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발언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어버렸고,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기만한다고 느껴질 수 있는 요소입니다.

만약 무료 배달을 선언하는 시점에 구독료 인상을 발표했다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조금 더 수긍하고 반발심리가 줄어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뭐가 달라졌나..틀린그림찾기?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구독료 인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그 명분과 당위성이 충분한가를 되묻게 됩니다. 1차(4,990원) 인상 당시에도 쿠팡플레이 혜택은 동일하게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나마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혜택이 있지만, 이는 현재의 배달앱 시장을 고려했을 때 혜택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출처 : 쿠팡 (편집 : 이재훈)


여기에 쿠팡이 포함된 이커머스 시장 상황도 변했습니다. 알리와 테무의 급격한 성장으로 쿠팡의 가격경쟁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SSG(쓱) 새벽배송이나 네이버의 당일배송 등 이커머스 업계의 배송 속도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며 쿠팡의 로켓배송이 더 이상 차별화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팀구매 시스템의 '올웨이즈', 생산자 직거래 시스템의 '오아시스'와 같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플레이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쿠팡의 주요 장점들이 약화된 상황에서 와우 멤버십 혜택이 체감할 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구독료를 인상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를 따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구독료 인상은 소비자로 하여금 이러한 변화를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할 것이며, 쿠팡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쪽이 문제의 원인은 대개 부모에게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 금액에 이 정도 혜택이면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인데 왜 이렇게 반발이 심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쿠팡이 흑자로 전환된 지는 얼마되지 않았고, 영업 이익률은 여전히 2%가 채 되지 않으며 주요 경쟁사 대비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모든 금쪽이 문제의 원인은 부모에게서 나온다는 것을요. 쿠팡은 그동안 상상 이상의 혜택을 제공해 왔고, 소비자들은 이에 익숙해졌습니다. 아무리 이번 인상 조치가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이끄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는 먹던 것을 빼앗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고객에게 "그동안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고 생각하게 만들자는 목표 아래 굉장한 성장을 이룬 쿠팡이지만, 이번 정책의 변화로 "맞아. 우리는 그동안 쿠팡 없이도 잘 살았었지"라고 다시 생각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 보이는데요. 과연, 이번 발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어느 때보다 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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