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앤비의 시선

카카오톡 사태와 브랜드 전환비용(Switching Cost)

봄앤비 뷰

2022.11.01 09:00
  • 2287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0
  • 2

평온했던 지난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대한민국은 카카오톡의 장애로 패닉 상태가 되었다. 필자는 단톡방에서 시간과 장소를 주고받아야 했는데 전혀 송수신이 안되었고, 선물하기에 담겨진 여러 가지 받은 선물도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카카오T와 카카오내비가 멈췄고, 모든 카카오 기반 서비스는 장애 메시지가 떴다. 여기저기 SNS에서는 카톡이 안된다고 난리가 났는데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톡 장애는 공식적으로 127시간 30분, 날짜로는 5일 7시간 30분이라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국민 4500만명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데 5일이 넘는 장애로 인해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택시 기사분들은 영업을 할 수 없는 사태가 발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톡이 안되면서 오히려 뭔가 알 수 없는 평안함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필자는 카카오톡이 안된다고 해서 다른 메신저를 깔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다른 메신저를 통해서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빨리 복구가 되길 기다렸을 뿐이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마케팅 하는 사람으로 한 가지 의구심은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카오톡 이외에 메신저를 쓰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쓰는 라인의 국내 이용자는 48만명 수준이었는데 카카오톡 장애로 128명으로 가입자가 순간 폭증했다. 그러나 카톡 서비스가 복구되자 모두 다시 카톡으로 돌아왔다.

 

이런 사태를 보며 마케팅에서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라는 개념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와는 다르지만 과거 우리 나라 대표 커뮤니티였던 프리챌이 유료화 하면서 서비스가 하향길로 갔던 케이스가 떠올랐다. 

 

전환 비용(Switching cost)는 한 제품에서 경쟁사의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생산자나, 소비자가 현재 사용하는 기술, 제품, 서비스에서 다른 기술, 제품, 서비스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소비자의 비용을 말한다. 전환비용은 금전적인 비용 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희생 등 무형의 비용도 포함된다.

 

사람들은 왜 카톡이라는 메신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단톡방이라는 온라인 감옥

카톡 장애가 나자 대체 메신저로 라인과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다운로드가 늘었지만 장애가 복귀되자 다시 원복 했다. 무려 5일이나 장애가 발생해서 제대로 서비스가 동작하지 않았지만 잠시의 이탈만 있었을 뿐, 서비스를 완전히 떠나지는 못했다.

 

 

(자료. 한경닷컴)

 

전환비용이 저렴한 소비재들은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재빨리 다른 것을 갈아치우거나 잠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사용 중인 서비스를 바꾸는데 물리적인 비용 뿐만 아니라 시간적인 부분이나 노력 등이 많이 들어가게 되면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카톡을 쓰던 이들이 다른 메신저 앱으로 갈아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많은 단톡방이다. 카톡 이용자들 평균 단톡방 개수는 6.5개라고 하는데 필자의 단톡방 전체 리스트는 20개가 넘는다. 이중에서 평균 5~6개의 단톡방이 매일 울려 댄다. 

 

단톡방의 종류는 단순 친목만이 아니라 업무용으로도 활용된다는 점이다. 오픈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업무용 메신저로 카카오톡 사용이 53.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회사 자체 메신저이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카카오톡 메신저 사용 비율이 65% 달한다.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출시한 업무용 메신저는 사용이 매우 미비하고 팀즈나 텔레그램, 최근에는 슬랙이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수준이다. 

 

단톡방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다같이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지 않는 한 메신저를 나 혼자 갈아타는 것은 불편함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필자가 라인을 쓰다가 안 쓰게 된 이유는 일대일로 커뮤니케이션은 되지만 단톡방은 모두 카카오톡에 있다보니 라인과 왔다갔다하는 것이 불편해서 아예 안쓰게 되었다. 라인으로 개인톡을 주고 받던 사람들은 모두 카톡을 쓰고 있기 때문에 굳이 두가지를 다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커뮤니티가 된 오픈채팅

카카오에서 올해 오픈채팅방에 대한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는데 최근 오픈채팅방이 커뮤니티의 대체가 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픈채팅방을 전혀 사용하지 않다가 작년부터 하나씩 늘어나더니 필자가 활동하는 오픈채팅방이 현재 5개 정도 된다. 

 

대부분 2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한 방에서 활동하는데, 재밌는 것은 대부분 네이버 블로그와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연결된 방들이라는 점이다. 

 

많은 회사들이 이제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느끼면서 커뮤니티 관리를 하려고 하는데 몇 명의 인플루언서가 만든 커뮤니티에서 해당 카테고리에 대한 오픈채팅이 열리고 다양한 이벤트가 그 방에서 진행되는 방식으로 오픈채팅방이 운영이 되고 있다. 어떤 방은 만 명이상이 모인다고 하니 그야말로 회사들이 홍보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서비스를 놓쳐버린 네이버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트렌드로 인해서 카카오톡에서 다른 서비스로 대체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카톡 오픈채팅방)

 

 

✽ 수많은 연결과 익숙해진 편리함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 이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도 라인을 이용해 봤지만 일단 여러 가지 기능들이 매우 불편했고 무엇보다 이모티콘이 카톡에 비해서 뭔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많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그리고 카카오가 다양한 서비스를 카톡에 연결하여 제공하다 보니 굳이 다른 앱이나 서비스를 들어가지 않아도 카톡에서 모두 해결이 되는 구조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가 터지면서 각종 인증이나 코로나 현황이 제공되는 점이 특히 편리했다. 

 

    

 

(카톡에 연결된 서비스)

 

서비스의 연결도 한 몫하고 있지만 다른 앱을 다운받아서 다시 익숙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피곤한 일이다. 특별히 다른 메신저 앱을 전혀 모르고 쓰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더더군다나 어려운 부분이다. 

 

이와같은 이유들 때문에 카카오톡에서 다른 메신저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체 메신저로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수 백명씩 연결된 메신저를 바꾸는 것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한번 뒤돌아서면 칼처럼 무섭게 싹둑 자르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사라진 프리챌이란 서비스는 한때 대한민국 대표 커뮤니티 서비스였다. 프리챌이 그렇게 몰락하게 된 것은 유료화 선언이었는데 잘못된 서비스 전략으로 전국민의 커뮤니티가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프리챌의 커뮤니티는 다음과 네이버로 옮겨 가게 되었고 당시 프리챌의 모든 게시판을 옮겨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메신저의 전환 비용은 눈에 보이거나 비용적인 측면의 어려움이 아닌 연결에 기반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어렵다는 문제이다. 그러나 세대별로 보면 몇 년 뒤에는 카카오가 아닌 다른 메신저가 10대들에게는 대세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나스미디어의 자료를 보면 10대에게는 인스타그램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사용을 보이고 있는데 이번 카톡 장애가 났을 때 10대들 중에는 장애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자료. 나스미디어 2022년 인터넷 이용현황) 

 

10대들에게 카톡은 부모님이나 선생님하고 소통하는 도구이고 친구들과는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한다고 한다.

 

하나의 서비스가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은 때로는 큰 불편을 초래한다. 전국민의 90%가 카톡에만 의지해서 소통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지만 이것을 바꾸는 전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바꾸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돌아서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카카오가 좀더 철저한 대비를 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 #카카오톡
  • #봄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