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마케터의 시선

룰루레몬이 중고시장에 뛰어든 이유

이은영

2022.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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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복계의 샤넬 룰루레몬, 중고시장에 뛰어들다?  

 

  

 

(사진출처: 미국 뉴욕의 룰루레몬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룰루레몬이 미국에서 ‘중고 룰루레몬’ 상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12일 CNBC 뉴스를 통해 해당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라이크뉴(Like new)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룰루레몬은 기존 소비자가 구매한 레깅스, 상의, 재킷 등 상품을 보상판매, 재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소비자들은 더이상 입고 싶지 않거나 유행이 지난 룰루레몬 의류를 가져다주면 룰루레몬 본사에서 직접 되사주는 것입니다. 매입할 때 기프트카드, 상품권 등으로 주면서 소비자는 룰루레몬 신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럼 룰루레몬은 왜 중고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을까요?  

 

 

 

 

(사진출처: 한국 청담동 룰루레몬 1호점, 패션비즈) 

 

 

 

룰루레몬이 중고시장에 뛰어들게 된 배경 

 

룰루레몬은 기존 요가복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전격적으로 중고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물가급등에 따라 중고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 분위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은 지난 3월만 해도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8.5%를 찍었는데요. 이 수치는 40년만의 미국의 최악의 물가 폭등 수준이라고 해요. 그래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박으로 소비자의 지갑 사정이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추측돼요.

 

더불어 중고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미국의 지난 2015년 중고시장 규모는 1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코로나를 거치고 지난 2021년에는 150억 달러로 무려 6년동안 15배나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는 470억 달러로 그 규모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커질 거라고 하니 룰루레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겠죠.

 

이미 룰루레몬의 중고 시장은 형성돼 있습니다. 다양한 써드파티 업체들이 룰루레몬 중고 제품을 여러 오픈 마켓에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 룰루레몬이 뛰어들어 직접 중고 판매를 하면서 회사 추가 매출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로도 보입니다.

 

 

 

룰루레몬, 뭐 하는 회사죠?  

 

그럼 도대체 룰루레몬이 뭐하는 회사인가 궁금해 하실텐데요. 룰루레몬은 창업자 칩 월슨이 1998년에 설립한 업체입니다. 기존에 칩 월슨은 스노우보딩, 스케이팅, 서핑 관련된 의류를 생산 판매해 오다가 지난 1997년에 회사를 매각합니다. 그리고 고향인 밴쿠버에 가서 요가 수업을 듣는데 당시 요가 클래스에서는 땀에 쩔어 색이 바랜 목늘어난 반팔을 입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동작을 할 때 편해보이지 않던 걸 느꼈던 거죠.  

 

아무래도 기능성 의류가 아니다보니 통기성도 약하고 금세 땀에 젖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칩 월슨은 스노우보딩, 서핑복을 만들었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확장해 몸에 딱 붙으면서도 통기성, 땀 흡수성 등이 좋은 기능성 소재로 레깅스, 요가복에 진출하기로 한겁니다.  

 

창업자는 룰루레몬을 1998년에 론칭하고 나서 처음 렌트비를 충당하기 위해 디자인 스튜디오를 밤에 ‘요가클래스’에 빌려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시초가 되어 룰루레몬은 ‘체험형 매장’으로 포지셔닝하는 계기가 돼요.

 

 

 

 

(사진출처: 한경비즈니스)  

 

 

룰루레몬의 매장에 가게 되면 이 곳은 단지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닌 ‘요가 문화’를 향유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커뮤니티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매장 점원은 트레이너, 요가 강사 출신이 배치 되어 운동도 가르쳐주고 제품도 팔기 때문에 강사(Educator)라 부르고 있어요. 그리고 고객은 손님(guest)라 부르면서 그들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죠.  

 

결국 룰루레몬은 기존의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체험과 문화를 파는 공간으로 소비자들에게 바이럴이 되었던 거죠. 오프라인 단체 요가 클래스도 여러 번 진행되었는데요. 중국에서는 만리장성에 대규모 인원이 모여 단체로 요가수업을 진행하거나 코엑스 메인광장, 남산, 하얏트 호텔 아이스링크장 등을 대관해 단체로 요가를 하는 모습은 진풍경이었죠.

 

 

  

 

(사진출처: 룰루레몬 페이스북, 코엑스 메인 광장에서 단체로 요가를 하는 모습)  

 

 

이렇게 문화 전파자로서 룰루레몬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현재 전 세계 17개국 515개 매장을 운영 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은 62억 5,700만 달러에 영업이익은 16억 9800만 달러로 마감하는데요. 한화로는 7조 7천억원의 매출, 2조 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게 됩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7%나 되구요!  

 

 

 

 

(사진출처: 룰루레몬 상장 이후 꾸준한 성장세, 구글 주식)

 

 

 

룰루레몬, 우리의 경쟁사는 나이키!  

 

그런데 룰루레몬이 중고시장과 더불어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올해 운동화를 첫 출시를 했습니다! 지난 3월 22일 ‘블리스필(blissfeel)’이라는 러닝화를 148달러에 출시하게 된거죠.  

 

 

  

 

(사진출처: 조선비즈) 

 

 

현재 룰루레몬의 최고경영자 캘빈 맥도날드는 ‘여성만을 위해 고안한 운동화를 내놓겠다’라고 선포를 합니다. 기존 나이키, 아이다스를 생각하면 남성용 신발의 작은 버전에 불과했던 여성용 운동화 시장에서 벗어나,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만한 여성화를 선보이겠다고 한거죠.  

 

그 결과 정말 대박이 나서 출시한 운동화는 완판이 됩니다. 그리고 크로스트레이닝운동화, 슬립온슈즈, 스니커즈 등 다양한 운동화 카테고리를 확장해 출시를 한다고 밝혔고 차례대로 출시 중에 있습니다~

 

룰루레몬의 이러한 행보에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기존의 운동화 메이커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참고로 나이키는 작년 매출 445억달러, 영업이익 69억 달러로 룰루레몬 대비 7배나 큰 덩치를 가지고 있지만, 나이키는 영업이익이 15%인데 비해 룰루레몬은 27%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어요. 훨씬 룰루레몬이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거죠.  

 

게다가, 룰루레몬은 여성들의 팬덤 문화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20만원 대의 레깅스를 사는 여성들이 룰루레몬의 브랜드 로열티를 바탕으로 운동화도 구매한다면 자연스레 나이키, 아디다스를 구매했던 고객층이 빠져 나가게 되는 건 불보듯 뻔하구요.  

 

현재 시장에서는 룰루레몬 의류를 구입하는 여성 고객 중 나이키, 아디다스를 즐겨신는 고객의 얼만큼이 룰루레몬 운동화로 빠져 나갈지 긴장된 상태입니다~

 

 

  

 

(사진출처: 룰루레몬 홈페이지) 

 

 

 

  

 

 

마케터의 시선 

 

그럼 이번 룰루레몬의 행보에 대한 마케터의 시선 정리해볼까요?  

 

우선 룰루레몬의 이번 중고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저는 3가지 방향으로 풀고 싶습니다. 

 

첫째, ESG 경영 측면으로 보려고 합니다.  

 

최근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기업들의 착한 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SPA 브랜드들의 제품을 만들고 버리고 하는게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룰루레몬 역시 전략적인 측면에서 시장에서 리사이클에 힘쓰고 있다, 우리는 단지 제품을 팔지않고 중고제품을 되사주면서 자원의 낭비를 막고 있다 이런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거죠.  

 

 

둘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조치입니다.  

 

미국은 물가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미국 연준에서는 매월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면서 조금씩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지지난달 모두 금리를 올렸거든요. 아마 올해 내내 금리 인상 이슈는 있을거에요. 그러다보니, 물가압박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중고시장을 바라보는 상황이 더 짙어졌는데 이미 룰루레몬 중고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거든요. 그래서 룰루레몬은 중고시장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 모두 나의 생태계 안에 넣어두겠다 라는 생각으로 중고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이러한 중고시장 생태계를 통해 브랜드 로열티를 올릴 수 있습니다.

 

룰루레몬은 중고시장 생태계를 장악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충성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중고 제품을 회수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은 적극적으로 룰루레몬과 소통하고 참여를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브랜드와의 지속적인 스킨십은 자연스레 브랜드 친밀도를 올리면서 로열티를 증가하는 효과를 낳게 됩니다. 즉, 룰루레몬은 생태계 장악과 더불어 브랜드 충성도도 함께 올릴 수 있게 되는 거죠.  

 

한가지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중고 제품을 되팔 때 현금으로 받지 않고 룰루레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로 받는다는 겁니다. 결국 룰루레몬은 중고제품 팔고 남은 돈도 룰루레몬에서밖에 못써! 하고 가두는 거죠.

 

 

 

(사진출처: 패션 포스트)  

 

 

위 콘텐츠의 오리지널 버전인 ‘동영상’은 유튜브 채널 <마케돈>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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