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경영

아이디어 감각을 키우는 루틴

2022.05.12 09:10
1712
0
0

우리는 과연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누군가가 갑자기 이런 미션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의 역사를 2시간 정도 얘기해보시겠어요?”

한국 역사? 고조선부터? 나는 더듬더듬 설명을 시작하겠지만, 이내 소재가 떨어져서 머리가 하얘질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믿는다(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도대체 우리의 한국사 지식은 왜 이리 빈약한 걸까. 10년 가까이 정규 커리큘럼에 맞춰 공부해왔는데 말이다. ‘역시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라니까!’라며 괜히 분통을 터트리기 전에, 다음의 단어들을 살펴보자.

 

고조선, 백제, 신라, 고구려, 조선, 당나라, 청나라, 임진왜란, 위화도 회군,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웅녀, 주몽, 광개토대왕, 태조 이성계, 세종대왕, 왕건, 의자왕, 황희 정승, 장영실, 암행어사, 고려 백자, 한양, 과거시험, 양반, 짚신, 고무신, 주막, 김치….

 

얼핏 봐도 굵직한 왕조의 변화부터 사건, 인물, 문화까지 어우르는 한국사 키워드다. 정규 교육을 받은 성인이라면 대부분 키워드의 의미를 알고 있다. 황희 정승이 어느 왕 밑에서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높은 벼슬을 한 유명한 신하라는 정도는 아는 식이다. 적어도 이 책을 보는 분 중에는 “황희요? 고려 시대의 절세미인이었어요. 나중에 사약을 마시고 죽었죠”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아마 키워드를 몇백 개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국의 역사에 관해 2시간짜리 설명도 버거워하는 것, 하지만 한국사 관련 키워드를 몇백 개 제시해도 “아, 뭔지 압니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이라고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 이 기묘한 간극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한국사에 대한 우리의 기묘한 포지션은 우리의 지식이 일방적인 습득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성적과 과제를 위해 최단기간에 습득하고 목표가 달성되면 즉시 잊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우리 뇌의 한구석에 ‘들어본 적은 있지만, 확실히는 모르는’ 정보들이 흔적처럼 남게 됐다. 건드리면 먼지처럼 폴폴 올라오지만 연결되거나 활용되지는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말이다.

우리가 일하면서 습득하는 많은 정보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데이터와 좋은 경험을 통해 감각을 키워나가더라도 정작 활용할 때가 되면 오류가 난다. 나만의 관점으로 한번 더 깊게 생각해보는 훈련까지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무리 넣은 게 많아도 실제로 출력할 때가 오면 울퉁불퉁한 오프로드를 달리듯 덜컹거리게 된다.

 

깊게 잠수하는 법, 즉 한 단계 더 깊게 관찰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아이디어 감각이 제대로 키워진다. 앞에서 양질의 정보를 흡수하는 법을 소개했다면, 여기에서는 조금 뻐근한 근력 운동에 관해 말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훈련하고 키워나갈 수 있을까? 이 분야 전문가들이 조언한 방법 중에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를 골라봤다.

 

첫째, 문제를 설정하고

답을 찾아나가기

 

아이디어를 내는 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답을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일상을 둘러보며 매주 하나씩 질문을 뽑아서 자기만의 답을 채워가는 연습을 해보면 실력이 빠르게 성장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식당 키오스크는 왜 이 모양인가?

 

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이 편한 사람이고,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편안하게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키오스크만큼은 무척 불편하다. 무엇을 먹을지 완벽히 결정하고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쫓기는 기분이 된다. 처음 가보는 식당이고 뭘 파는지도 모르는 터에 얼른 눌러서 주문하고 결제까지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메뉴는 키오스크 앞에 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데, 일행과 “너는 뭐 먹을래?” 같은 얘기를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뒷사람의 따가운 눈초리가 날아온다.

 

더 속상한 건 부모님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그리고 비슷한 연령대 다수)은 키오스크로 파는 식당이라면 못 드실 테니까. 눈이 침침해서 디스플레이 화면의 글자가 번져 보이고, 더듬더듬 터치했더니 갑자기 앞 화면으로 바뀌고, 뒤에 선 사람이 답답한 마음에 한숨이라도 쉰다면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올 것이다. 물론 직원에게 요청하면 주문을 받아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평범한 일상마저 부탁하면서 살고 싶을까.

 

그러니 키오스크로 시작해서 질문을 다듬어본다.

 

기술 약자에게도 편안한 키오스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식당 키오스크가 불편하게 느껴질까? 고민을 시작한다. 키오스크별 인터페이스도 분석해보고, 다른 나라 사례도 살펴보고, 식당에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주문하는지도 지켜본다. SNS에 관련 키워드를 넣어 사람들의 리얼한 반응도 찾아본다. 그리고 어떤 키오스크가 나오면 고객 경험이 올라갈지 나름의 답을 찾아본다.

 

나는 기존의 오프라인 경험과 더 밀접한 버전이 추가로 나오기를 바란다. 식당에서 사람에게 주문하는 것과 기존의 키오스크 사이에 중간 기술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메뉴판을 천천히 보면서 일행과 무얼 시킬지 고민하고, 준비되면 “이거랑 이거요”라고 말하는 경험과 가장 유사한 버전으로 말이다.

 

이 생각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출입등록 시스템을 보면서 하게 됐다. 당시 나는 출입등록 방법이 QR코드와 수기라는 두 극단만 있을 뿐 중간 버전이 없다는 게 무척 불만이었다. 새롭게 생성되어 보안이 보장되는 QR코드와 누구나 볼 수 있게 종이판에다 적는 방법은 시스템 격차가 너무 크니까 말이다.

 

이후에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출입등록이 되는 시스템이 나와 조금 마음이 나아졌다. 주민센터에서 고유의 QR코드를 발급받아 도서관 카드처럼 만들어서 지갑에 넣고 다니는 시스템도 괜찮지 않았을까. 한 번쯤은 자녀가 깔아주더라도 매달 새로 인증을 해야 하는 QR코드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 명백한 기술 장벽이다.

 

자, 이제 좋은 대답을 떠올려보자. 키오스크에 중간 기술을 적용해서 오프라인 경험과 가장 유사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상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법을 이런 식으로 반복해보면 된다. 질문은 어떤 걸 골라도 상관없지만, 일하는 분야와 관련된 것을 뽑으면 좀 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처음에 10개 내외의 질문을 미리 적어두고 매주 하나씩 답을 해나가자. 3개월 정도만 그렇게 해도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 왜 A사 쇼핑몰은 막강한 자본을 가지고도 고전할까?

• 방지턱이나 굴곡에도 문제없는 바퀴 디자인은 무엇일까?

• 지하철 역사의 공간을 특색 있고 핫하게 구성할 수는 없을까?

• 무신사는 어떻게 메이저 쇼핑몰로 올라올 수 있었나?

• 배송의 라스트마일 비용을 줄일 방법은 무엇일까?

• 사람들이 남에게 대행시키고 싶어 하는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을까?

• ‘편안한 잠’처럼, 평범하지만 사람들이 이루기 힘들어하는 욕구는 무엇일까?

• 오늘 입사한 사람도 3시간 만에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으려면 어떤 매뉴얼이 필요할까?

• 시각 장애인이 점자 없이도 마트의 물건 이름을 바로 알 수 있게 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 소방관이 무리하게 수색하지 않아도 건물의 생존자 수와 위치를 알아낼 방법은 없을까?

 

나름대로 찾은 자신의 대답을 브런치, 블로그, 뉴스레터, SNS, 커뮤니티 게시판 등 선호하는 공간에 규칙적으로 올려보자. 왜냐하면,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하니까. 중요한 건 남의 대답을 정리한 게 아니라 자신의 대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리서치 능력이 아니라 답을 내는 아이디어 감각을 키우려고 하는 중이니까 말이다. 세련된 남의 의견보다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한 어설픈 오리지널리티가 더 가치 있다.

 

‘콘텐츠가 너무 부족한데 올려도 될까?’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내용이 시원찮으면 아무도 안 볼 테니 말이다(…아얏!). 비방, 표절, 악의적 해석 같은 잘못 없이 그저 살짝 허술한 내용이라면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그러니 용기 내 공유하시길. 그래야 루틴으로 자리 잡아서 실력이 올라간다.

 

둘째,

관점을 낯설게 하기

 

또 다른 추천 방식은 ‘낯설게 하기’다. 당연한 전제를 낯설게 바꾸는 생각법이라고 보면 된다. 여러 방법 중 《틀 안에서 생각하기》라는 책에서 추천하는 ‘핵심 요소 빼기’는 꽤 유용하다. 전체에서 절대 빼면 안 될 것 같은 핵심 요소를 하나씩 빼보는 방식이다. 책에서 소개한 질문은 이렇다.

 

냉장고에서 핵심 요소를 뺀다면?

 

오! 우리도 한번 해보자.

일단 흔하게 볼 수 있는 냉장고를 관찰한 후 요소별로 나눈다. 냉장실과 냉동실이 분리되어 있으며, 내부 공간은 선반 같은 형태로 칸이 나누어져 있다. 뒤쪽이나 아래쪽 어딘가에는 내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냉각 관련 부품들이 들어 있다. 공학과 디자인 분야에 지식이 있는 분들은 더 자세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하나씩 빼보는 거다.

문을 빼면 어떨까?

‘말도 안 돼. 냉장고에 문이 없으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겠지만, 우리는 그게 말이 된다고 가정하고 답을 찾아내야 한다.

 

‘애초에 문이 왜 있는 건가? 냉기가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러면 문 없이도 냉기가 유지되도록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문이 없으면 좋은 게 무엇일까? 마트의 신선 제품은 문 없이 진열하는 게 소비자들에게 더 편리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냉장고 문을 열어보는 식구들에게도 유용하겠네. 참, 그런데 문이 없다는 게 꼭 물리적인 것만 얘기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투명한 재질로 안을 볼 수 있게 만들면?’

 

냉장고의 문을 뺀다는 극단적 가정은 마트 쌈채소 매대에 가면 볼 수 있는 에어커튼, 냉장고 문을 두드리면 투명해져서 내부를 볼 수 있는 기술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다.

 

참고로, 《틀 안에서 생각하기》에서 뺀 핵심 요소는 냉각에 쓰이는 컴프레서였다. 컴프레서가 없으면 냉장고는 그저 네모난 가구에 지나지 않으니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경악했다. 그런데 컴프레서가 꼭 냉장고 안에 있어야 할까? 에어컨 실외기처럼 밖에 설치한다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이렇게 질문을 시작하자, 냉장고의 열기도 줄어들고 소음 문제도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외부의 컴프레서와 연결하는 방식을 활용한다면, 원하는 공간을 냉장고처럼 시원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예를 들면 주방의 서랍이 채소나 음료수 전용 칸이 되는 등 모든 수납공간이 냉장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GE에서는 이날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화를 했다고 한다.*

 

관점을 낯설게 하는 방식에는 ‘핵심 요소 빼기’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다음은 추천하는 생각법이다.

 

상관없는 두 가지 키워드 연결하기

책을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쳐서 키워드를 찾는다. 그리고 다른 성격의 책을 펼쳐서 또다시 키워드를 찾은 후 둘을 연결한다. 예를 들면 ‘가방-이동’, ‘과학-모자’, ‘규칙-대화’처럼 결과물이 나온다. 이 생각법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즐겨 썼다는 방법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과학’과 ‘모자’를 연결해본다면 무엇이 있을까. 방금 떠오른 건 ‘체온이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모자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신생아의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를 씌우는데, 그때 체온 이상이나 산소포화도 이상을 알려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또는 한국에서도 인큐베이터에 있는 신생아는 비니 같은 모자 형태로, 입원한 영유아는 머리핀 같은 형태로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입원하는 동안 손가락에 꽂고 있어야 하는 산소포화도 기기를 아주 싫어하고, 부모들은 수시로 열을 검사하고 싶어 하니까 말이다(혹시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라고 해도 예로 든 것이니 너그럽게 넘어가주시길).

이처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2개의 키워드를 연결해서 생각을 확장해가는 방식은 아이디어 감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제약 조건을 극단적으로 키우거나 줄이기

제약 조건을 10배로 변동해서 생각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습관적인 생각의 경계를 허무는 데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 ‘만약 지금 하는 업무에 10배의 예산과 인력을 준다면, 나는 어떤 프로젝트를 할 것인가?’

• ‘지금 프로젝트의 예산과 인력을 10분의 1로 줄이고 똑같은 성과를 내야 한다면 어떤 전략을 쓸 것인가?’

 

자원이 10배로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떠오르는 생각은 꼭 해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는 좋은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자원이 형편없이 줄어들었을 때 대처하는 전략은 사실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거나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일 수 있다. 인류가 마주한 문제를 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상금을 주는 ‘엑스프라이즈 재단’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재단을 창업한 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는 예비 혁신가들에게 비슷한 조언을 했다.

 

“10% 큰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과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모두가 10% 큰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10배 큰 것을 목표로 하면 그곳에는 당신뿐이다. 10%가 아니라 10배 크게 생각하는 것은, 꼭 100배 더 힘들지는 않지만 보상은 100배 더 크다.”

 

일하면서 성장하는 법 보러가기

책 링크 : http://gilbut.co/c/22043014Xp

 

 


 

 

#더퀘스트 #아이디어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수록 인사이트가 커집니다.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