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의 매거진

브랜드는 망했다

STONE

2018.07.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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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비장한 마음으로 글의 제목을 적고 나니 적잖이 부담이 앞선다. 브랜드 일만 10년 넘게 해온 사람이 할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왜 하필 브랜드는 망했다고 말한단 말인가.

국내에서 ‘브랜드’라는 말이 ‘유행’이었던 2000년대 초반은 브랜드 이름 하나 잘 지으면 기업의 삼대가 잘 먹고 잘 살 것 같은 ‘무지개빛 브랜드의 시대’였다. 몇백억 광고비만 있으면 브랜드 제국은 무너지지 않을 것도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광고에 수백억을 쏟아부었던 모 이동통신 서비스 브랜드 이름을 기억이나 하는가? 몇백억의 광고 예산이 있다고 해서 달라져버린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 브랜드의 타겟이 어디에, 언제, 왜, 어떻게 접속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예측이나 가능한가?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이 모든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일정량의 불안 지분을 나누어 주고 있는 시대에 과거의 방식으로 브랜드가 살아남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대기업이니까 괜찮을거야” 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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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역할, ‘고명’에서 ‘레시피’로.

 

 

과거의 브랜드가 시장성이 뚜렷한 타겟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나면, 그 제품의 특징을 가장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비주얼과 네임, 광고 등 음식 위에 얹는 ‘고명’의 역할에 가까웠다면, 초연결시대의 브랜드는 고명을 넘어 음식의 레시피 자체를 바꾸어버리는 비즈니스 혁신 차원으로 그 무대가 확대되고 있다. 철옹성같던 호텔 업계에 에어비앤비가 던진 충격을 생각해보자. 가난한 세 청년이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자본 하나 없이 플랫폼 하나로 ‘전세계의 모든 집이 호텔이 되고, 전세계인이 호스트가 되는 새로운 브랜드의 모델’을 만들었다.

 

경계가 사라진 시대에 브랜드의 중심을 잡는 일 

 

 

그렇다고 우리 모두 발벗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핵심은 에어비앤비가 세상에 던진 화두에 있다. 더이상 물리적인 자본만이 브랜드의 힘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언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에 유튜브는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대학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실시간 SNS 피드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스캔하면서 북유럽이 내 주방 스타일이 되고, 동양과 서양이 서로 영감의 원천이 되며 새로운 스타일을 쏟아낸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가 모호한 안드로지너스 룩이 힙한 트렌드로 떠오르며, 거대 기업의 브랜드가 아닌 의식있는 개인의 부티크 브랜드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20대 초반 대학생과 40대 직장인이 함께 독립출판워크숍에 참여한다. 경계가 사라진 시대. 브랜드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가?

 

진심의 설계, 팬심의 확보

 

 

그렇다면, 어떻게 ‘지향 공감의 지점’을 설계할 것인가? 그때그때 바뀌는 소비자들의 취향도 잘 담아야겠지만, 결국 본질만이 답이다. 그 브랜드가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했을 때,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을것 같다면, 안타깝지만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재정의해야 할 적기이다. 파타고니아가 소비자를 넘어 ‘팬’을 확보한 이유는 그들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사의 옷을 자주 사지 말고 ‘꿰매 입고, 재활용하고, 더 오래 입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진심의 용기 때문이다.

다양한 공유오피스들이 있음에도 유독 위워크가 돋보이는 것은 자신들을 office sharing으로서가 아닌 “Community for Creator”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진심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팬이 되고, 팬을 가진 브랜드는 천하무적일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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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가 높은 것이 브랜드의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그 브랜드의 세계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커뮤니티이자 팬클럽이 되어 그 브랜드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시대.

미래는 공감의 지점을 섬세하게 설계하는 브랜드의 것이다.

 

 

By He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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