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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히는 스타트업 보도자료 쓰기

심두보

2020.02.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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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매일 수 건에서 수십 건의 보도자료를 받습니다. 보도자료란 기자에게 일상 중 하나입니다. 모든 보도자료를 꼼꼼히 보진 않습니다. 그럴 여유도 사실 없죠. 순간적인 판단으로 보도자료를 기사로 쓸지 결정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보도자료도 묻히기 십상입니다. 또 정보의 가치가 낮더라도 때론 기사화하기도 하죠. 그 경계란 모호한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스타트업이 보도자료를 준비할 때 고민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스타트업에게 큰 이슈라도 기자에겐 그렇지 않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마일스톤으로 정한 목표가 하나씩 돌파될 때마다 스타트업 구성원은 희열을 느낍니다. 그렇게 스타트업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소식을 외부로 전하고 싶죠. 하지만 대부분의 마일스톤은 기자에게, 즉 대중에겐 큰 의미가 없는 일일 수 있습니다.

 

가령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시다. 이 숫자는 클 수도 적을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처럼 메신저를 지향한다면 이 숫자는 작습니다. 중고 레고 시장 분야라면 이 숫자는 큽니다. 어떤 시장 내 사업 아이템이 위치했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단지 10만 명이란 숫자 때문에 보도자료를 썼다면 애석하게도 기사로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10만 명의 의미입니다. "왜 기자가 10만 명이란 숫자를 놓치면 안 되는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1달 동안 이 숫자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 속도라면 연내 1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할 수 있다"라던지, "10만 명 중 활성화 유저의 비중이 매우 높아 다른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라던지, "특정 지역(강남 등)에서 만의 가입자가 이 정도"라던지 기자가 화두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거죠.

 

 

회사 소개보단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

회사의 사업 내용 그 자체로 이목을 끄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아이템 자체가 뉴스가 되는 거죠. 하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스타트업의 홍수 사이에 새로운 아이템이란 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보적인 자신만의 장점을 가장 앞으로 내세워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스타트업이나 기존 기업과 싸워 우리만의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거죠. 초기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주목을 받은 배경입니다. 기존 서비스와 거의 유사하지만 그 기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또 활동을 기반으로 보상을 제공한다는 스토리는 수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유사한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나오자 이런 사업 아이템만으로 기자의 이목을 끌기엔 어려워졌습니다.

 

 

MOU 보도자료를 남발하면 안 된다

이목을 끌기 어려워진 스타트업 팀이 자주 쓰는 보도자료 전략입니다. 바로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을 전하는 거죠. 이른바 'MOU 기사'는 스타트업이 외부에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곤 합니다. 다만 MOU 보도자료는 계속 보내지만 이와 연관된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소식이 없다면, 기자나 미디어는 해당 스타트업의 소식을 전하는 데 점점 꺼려합니다. '인맥 MOU'나 'MOU 뿌리기'로 인식하기 때문이죠. 구속력 없는 계약인 MOU는 양날의 칼입니다.

 

MOU 보도자료의 가치는 '상대방'입니다. 누구와 MOU를 체결했냐가 중요한 거죠. 시장의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이라면 자신의 브랜드만으로 충분합니다만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이 더 많겠죠. 그래서 스타트업은 중견 혹은 대기업과의 MOU 체결 소식을 전가지보(傳家之寶)처럼 여깁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입장에선 자신과의 협력 소식을 호재로 삼아 외부에 알리려는 움직임 자체를 꺼립니다. 협력을 위한 MOU가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했습니다.

 

 

투자 유치 소식은 대부분의 기자가 좋아한다

MOU와 달리 '투자 유치 보도자료'는 기자들이 패싱 하지 않는 부문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투자회사가 해당 사업 아이템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MOU와 달리 명확한 실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유치에 대한 보도자료에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누가 얼마를 투자했느냐"보단 "누가 왜 투자했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그리고 투자사의 담당 심사역이나 대표의 코멘트를 넣는다면 더 좋겠지요. "회사는 이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다"라는 내용도 담기면 좋습니다. 그리고 투자 유치 내용과 더불어 그동안의 회사의 성과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모호한 대표의 코멘트는 피하고 구체적인 워딩을 쓰자

보도자료에 많이 담기는 게 창업자 혹은 대표의 '말'입니다. 기자들은 그 '말'에 인사이트가 담겨있다면 제목으로 뽑기도 하죠. 그런데 아쉽게도 많은 스타트업의 보도자료에 담긴 대표의 말은 모호하거나 의례적입니다. "산업에 이바지하겠다"라거나 "MOU를 맺게 돼서 기쁘다"와 같은 것들이죠. 누구나 산업에 이바지하고 싶고, 또 MOU를 체결하면 기쁠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에 보도자료의 일부를 할애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런 워딩을 넣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번 MOU는 대기업 OOO가 스타트업과 맺은 첫 사례입니다. 우리 XXX는 OOO와 물류 혁신을 위해 협업할 계획입니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XXX는 개발 인력을 확충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1차적으로 검증되었다고 판단하며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는 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전화 한 통화, 미팅 한 번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자신이 알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 호의적입니다. 한 번이라도 실제 만났거나 전화 통화로 보도자료가 나갔다고 전해주는 스타트업의 보도자료를 더 챙길 수밖에 없죠. 비단 기자의 세계만 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스타트업과 기자 모두 의미를 찾는 일을 한다

 

스타트업은 의미가 있는 사업을 찾습니다. 기자도 마찬가집니다. 의미를 전할 정보를 찾습니다. 둘 모두 의례적인 사업 관행이나 형식적인 업무 내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파내고자 하는 거죠. 보도자료는 말 그대로 보도를 위한 자료를 보내는 겁니다. 전송인은 그 자료가 기사로 나갔을 때의 수혜자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보수적인 태도로 그 자료를 봅니다. 그리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보도자료를 '킬(kill)'합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이 통념에 부합하지 않거나 과장되었다면, 기자는 오히려 그 자료를 바탕으로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보도자료가 되는 거죠.

 

스타트업 내부에 언론을 잘 알거나 보도자료를 잘 꾸미는 담당자가 있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사업 핵심 개발에 집중하는 작은 스타트업 팀에 그런 인력이 포함되어 있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럴 땐 제삼자에게 미리 보도자료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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