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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의 고스트와 브랜드의 영혼

콘텐타

2019.05.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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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제작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놀라운 연출과 혁신적 영상미,깊은 철학적 사유로 큰 파란을 일으켰고 그만큼 수많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영상 콘텐츠들에 채 다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영감을 줬다. 대표적으로 ‘제5원소(뤽 베송)”, “매트릭스(워쇼스키 자매)”가 있는데, 공각기동대는 20여년 전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로 재해석될 여지가 풍부하다.(공각기동대는 동명의 콘텐츠가 많다.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 각각 다른 감독의 극장판 3편, TV 시리즈, 게임, 소설,  2017년 개봉한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실사 영화 등이다.이 글에서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5년 극장판을 대상으로 한다.) 게다가 철학, 과학 등 이미 많은 학술 분야에서도 전문적 관점으로 영화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데카르트와 니체의 고뇌를 이 영화 한 편 속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공각기동대에서 브랜드 관점의 질문을 발견하고 그 답의 실마리를 살펴 보려 한다. 공각기동대의 영어 제목은 “Ghost in the shell”이다. 영화 속에서 ‘고스트’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다. 이것은 인간의 영혼이자 스스로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전뇌화(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상호 연결되는), 의체화(육체의 일부 또는 전체가 기계로 대치되는)가 진행된 사이보그의 육체 속에서 어디까지가 남과 차별화된 고유한 (고스트를 지닌) 인간이며, 어떤 경계도 없이 끝없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네트의 세계 속에서 자아 보존과 자아 확장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지 치열하게 탐색한다. 인간다움을 규정하는 최소 단위이자  타인과 구별되는 정체성의 기준으로서 ‘고스트’는 끝없이 갈구되고 의심되고 재정의된다.


이것은 브랜드의 나다움의 근간이자,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출발지점, 소비자와 관계 맺는 가장 진실하고 원천적인 정신으로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그 의미 및 상징성을 공유하고 있다. 모든 브랜드는 마치 모든 인간 개개인이 그러하듯 이미 자신만의 정신(가치관, 비전)과 독자적 경험(그것이 시간적으로 짧든 길든, 풍부하든 단편적이든), 기억, 인식, 물리적 실체(제품, 서비스)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유된 팩트들만으로 나만의  ‘브랜드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과신해서는 안된다.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가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것처럼 브랜드들도 어쩔 수 없이 ‘브랜드다움’의 근원과 실존을 고민하게 된다. 아니 고민하고찾아내야만 한다.


 


 

그 브랜드다움의 가장 핵심 지점에 있는 것이 ‘브랜드 영혼’이다. 내 브랜드를 가장 나답게 차별화하고 소비자와 공감하게 하는 것은 그 브랜드만의 훼손 불가능한 순수 에너지를 지닌 ‘브랜드 영혼’ 때문이다. ‘브랜드 영혼’은 그 브랜드의 대체불가능한 존재 이유이며 아무리 복제하고 융합해도 구별해 낼 수 있는 차별적 가치다. ‘브랜드 영혼’에 대한 깊이있는 탐색과 냉철한 정의없이 그저 보기좋은 비주얼과 귀에 걸리는 문구만으로 브랜드 플레이를 하고 비즈니스를 성장시켜 나갈 수는 없다.


설사 그렇게 ‘쉘’을 잘 구축한 능력있는 브랜드 / 비즈니스를 탄생시켰다 하더라도, 결국 그 브랜드는 무한히 확장되는 네트의 복잡하고 예측 어려운 세상 속에서 정처없이 자기 부정과 혼돈에 빠질 지점을 맞닥뜨리게 된다. 마치 아무리 완벽한 육체와 지위, 사회적 역할을 지녔어도 자기 정체성의 바다 속에 끊임없이 침잠하는 쿠사나기 처럼 말이다. ‘브랜드 영혼’은 내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세상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답을 근본적으로 상실한 브랜드는 없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묻혀 있을 뿐이다.


그저 좋아 보이기 위해, ‘있어빌리티’를 위해 멋을 부리거나 트렌드를 좇으면 안된다. ‘브랜드 영혼’이 진정성의 칼날로 명쾌하게 날서 있다면, 그 브랜드는 어떤 예측도 자신하기 어려운 거대 시장에 던져져도, 어떤 자기 확장이나 융합의 필요에 처해져도 의연할 수 있다. 융합을 통해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 탄생된 쿠사나기의 새로운 존재처럼, “자, 이제 어디로 갈까? 네트는 광대해.”라고 말하며

 

두려움 없이 거대한 세상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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