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부스터의 매거진

브랜딩이 잘 되면 영업은 필요가 없을까? – 하

브랜드부스터

2018.12.1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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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브랜딩

어떤 브랜드 컨설팅 에이전시에서 면접을 볼 때 항상 나오는 첫 질문이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두 개념의 차이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 어렵다. 현대 마케팅에서 '브랜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고, 급기야 마케팅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인 '마케터'처럼 브랜드를 다루는 사람인 '브랜더'라는 용어도 쓰이고 있다. 워낙 섞여서 쓰이다 보니 이 두 개념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위에서 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해 시장을 이해했듯이, 브랜딩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브랜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는 가축의 소유자를 구별하기 위한 낙인이 그 기원이다. 즉, 브랜드는 원래 구별을 위한 수단이었다. 나의 소와 너의 소를 구분하는 기준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구별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별은 차이를 부르고 차이는 차별을 부른다. 차별은 궁극적으로 우위와 열위를 나눈다. 명품으로 자신과 타인을 차별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브랜드를 통한 표현이다.

 

 

 브랜드는 원래 가축을 구별하기 위한 낙인이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의 소에 A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A는 수완이 좋아서 소가 튼튼하고 젖도 잘나왔다. A가 파는 소는 일도 잘해서 부지런하다는 칭찬을 받았고, A의 소를 도축해서 나온 소고기는 육질이 맛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A를 믿게 되었고, A가 판매하는 우유와 치즈까지도 구매하게 되었다. A는 축산 및 낙농업계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판매대에 A상표와 B상표, C상표가 각각 붙은 우유가 나란히 놓인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A상표가 박힌 우유를 집어든다. A상표가 비싸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구매한다. 어차피 같은 우유라면 A우유가 더 맛과 품질이 좋다고 믿는 것이다.


 

  

벽돌에도, 신문에도 Supreme이 박히면 마법 같이 느낌이 달라진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마치 사람이 사람을 믿고 신뢰를 주듯이, 브랜드와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를 맺는 셈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니까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격이 높아도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브랜드라면 기꺼이 믿고 사용하는 것이다.

 

위에서 밝혔듯이 구별의 상징으로 시작된 브랜드는 의사결정할 때 최대한 쓸데 없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 이득보다 손실에 예민한 인간본성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발전했다. 우리 뇌 입장에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일일히 따지고 고려하는게 스트레스고 에너지 낭비라고 한다. 아마 이런 스트레스 모두를 뇌가 받아내면 과부하가 걸려 견딜 수가 없을 거다. 운전할 때 평소에 가던 길을 가는 것과 난생 처음 보는 길을 가는 것은 스트레스와 피로의 용량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 뇌는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의사결정 시 고려사항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한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그 날 입을 옷을 고민하는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

 

 

한번 구매했던 제품이 별 탈이 없으면 계속 구매하는 이유는 굳이 다른 제품을 사서 실패할지도 모를 불안감과 리스크를 가지느니, 차라리 이 전에 성공적으로 구매한 제품을 재구매하는 것이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대상 제품을 '좋은 브랜드'로 '신뢰'하는 브랜드 옹호자가 된다. 다시 말해 우리 뇌에서 '음, 이 브랜드를 이용하면 나의 욕망이 충족되는군. 내가 굳이 고민하지 않고 이 브랜드만 소비해도 괜찮겠군.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고마운 존재야.'라고 인식한다. 브랜드를 신뢰하고 선택함으로써 인간은 구매에 있어 의사결정에 소비하는 에너지와 피로감을 최소화시킨다. 한 마디로 고민 안하고 살 수 있게, 편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대한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브랜드가 옹호자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를 망각하는 순간, 브랜드 옹호자들은 순식간에 가장 강력한 반대자로 둔갑한다. '내가 준 사랑이 얼만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버거킹에 와퍼가 없다고? 이게 말이 돼?? (출처 : Whopper freakout)

 

 

10여년 전에 버거킹이 'Whopper freakout'이라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만들었다. 손님이 버거킹에 와서 와퍼를 찾는데 이제 와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할 때의 손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다. 대부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버거킹=와퍼'라는 강력한 기대를 가지고 찾아온 브랜드 옹호자들의 반응은 생각 외로 격렬했다. 몰래카메라라서 다행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거대한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현재의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는 상징을 넘어서 사용자의 신념을 대변하고 사용자가 자신과 동일시 하는 수단이다. 브랜드가 표방하는 철학, 가치, 비전에 공감하고 해당 브랜드가 자신을 수식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 브랜드를 사용하며 자신을 표현한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애용하고, 재활용품으로 만든 가방을 사용하며, 신선한 식재료만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활용하는 행위가 모두 이 표현의 연장선에 닿아있다.

 

브랜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소비자는 A제품이 B제품보다 우월하다고 해서 무조건 구매하지 않는다. 마케팅에서 강조하는 가격, 기능, 디자인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마케팅이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듯이, 브랜딩 역시 이러한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제품들이 상향평준화되어 비슷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너무 많아졌다. 눈에 띄게 우월하기보다 부분적으로 좀 더 나은 제품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즉, 기존의 '경쟁'을 중시하는 마케팅만으로는 '시장'에서 유의미한 구매를 일으키기 어렵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은 전통있는 명품처럼 자기 제품을 있어보이게 하는 '브랜딩'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브랜딩을 겉보기에 있어보이게 하는 시각적 스킬로 착각한 기업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했다.

 

 

 브랜딩이라고 검색하면 시각적으로 통일감을 준 객체들을 나열한 이미지가 많이 보인다.

 

 

흔한 브랜딩 에이전시 홈페이지를 가면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브랜딩의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2010년대 초중반에 이런 붐이 일어났다. 시각적으로 통일감을 주는 것부터 브랜딩을 시작하자는 전략이었다. 사실 이것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한 실수다. 브랜드의 시각적 통일은 결과로 나오는 수단인 것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덕분에 저런 작업 해놓고 브랜딩 다했다고 하는 기업들을 많이 봤다. 명확한 비전 없이 으리으리한 상표에 화려한 네이밍에 요란한 광고가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브랜딩이란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발전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브랜딩은 시장 내 경쟁에 집중하는 마케팅과 궤를 달리한다. 마케팅이 경쟁을 통한 시장 카테고리에서의 '1등'을 추구하는 반면, 브랜딩은 브랜드만의 철학, 가치관, 비전을 토대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머지를 '가짜'로 만들어 버리는 '진짜'를 추구한다.

 

고등학생으로 비유해 본다면 반 내에서 1등이 되려는 목표수립과 그 1등이 되는 과정이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고 자아성찰을 통해 남을 즐겁게 해주는 게 좋아서 개그맨이 되려는 목표수립과 개그맨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다. 남보다 더 뛰어남을 추구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자신만의 무기를 개발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결과는 같을지 모르나 과정은 확연히 다르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혼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 활동으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가 증대되는 현상 때문이다. 위에서 밝혔지만 인간은 많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인간은 필요한 것만 기억하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구매기준을 충족하면 그때부터 브랜드만 기억한다. 따라서 제품의 상표명, 가격, 기능, 디자인 등을 토대로 하는 마케팅을 거듭한 결과값이 브랜드 인지도/선호도가 되는 상황을 '브랜딩'이라고 여기게 된다.

 

사실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지도'다. 말 그대로 뭔지 알아야 물건을 살 것 아닌가? 이런 논리에 따라 한국은 2000년대, 아니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방대한 오프라인 유통망과 활발한 대량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기업들이 브랜드를 구축했던 시대였다. 검색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처음에는 TV광고를 했다. 이때만 해도 매출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브랜드를 인지하는 현상을 브랜딩이라 했다.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제품 및 서비스, TV를 통해 보는 제품 및 서비스를 브랜드로 인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구매고려군 1순위가 대기업 제품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본이 많은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유통점을 많이 만들어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자본으로 광고를 만들어 뻥뻥 터트리면 되는 것이다. 신문, 잡지, 라디오, TV, 거기에 포탈사이트도 대량 광고의 첨병이 되었다.

 

 

 

 인지도가 구매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예가 선거다. 대부분 정책이 아닌 이름 한번 들어봤다는 이유로 투표한다. (출처: 서울신문)

 

 

웹의 발달로 이 판도가 서서히 기울어지다가, 2009년 말에 탄생한 아이폰이 이 판도를 뒤집었다. 아이폰의 날개짓이 모바일의 폭발적인 보급을 이루어내었고 우리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 결제 한 방으로 물건을 사고, TV를 아예 안보고 인스타그램을 보기에 바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도 취향이 다르면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개성과 취향이 확고해진 시대에서 기존의 마케팅은 레거시가 되었고 지금은 그 단점을 보완한 '브랜드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적 구매동기로 신뢰를 쌓아 브랜드로 구매를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의 이상향이다.

 

 

여기서 '브랜딩'과 '브랜드 마케팅'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소비자가 이성적 구매동기를 넘어 브랜드로 구매를 결정하게끔 만드는 목적은 같다. 하지만 '브랜드'로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 내려는 '브랜드 마케팅'은 최종적으로 시장 내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의 구매기준으로 삼게 하려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브랜딩은 시장을 뛰어넘어 명확한 가치관을 확립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다르다. 애플이 아이맥(PC)에 갇혀있지 않고 아이팟(MP3), 아이폰(스마트폰), 아이패드(태블릿PC), 아이튠즈(콘텐츠)로 사업확장을 해도 사람들은 단순한 사업확장이 아닌 애플이 가진 철학에 의한 당연한 움직임으로 이해한다.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니까.

 

브랜딩은 '왜? 우리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체계화하고 명료화하여 소비자에게 고차원의 구매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 단순히 로고 만들고 네이밍하는 것은 브랜딩의 일부다. 브랜드를 광고로 알리는 것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지 브랜딩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왜 우리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가? 라는 궁극적인 존재이유와 비전을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 브랜딩이다. 그 존재이유에 부응하고 공감하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옹호자가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가장 명쾌한 설명을 제공하는 사이먼 시넥의 이론을 인용해보자. 그의 저서 'Start with Why'에서는 뇌의 단면과 일치하는 골든서클을 제시하며 인간의 공감과 행동을 일으키는 방법을 설명한다.

 

 

 

 골든서클은 인간이 이성적 판단보다 신념에 이끌리는 존재임을 나타낸다.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아주 쉽다. 우리는 훌륭한 컴퓨터를 만듭니다. 우리는 맛있는 치즈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자동차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이야기가 가능하다. 차별화의 이야기다. 우리의 훌륭한 컴퓨터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 매우 편리합니다. 우리의 맛있는 치즈는 강원도에서 온 원유로 만든 신선한 치즈입니다. 우리의 새로운 자동차는 유려한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왜 하는지 이야기하기는 아주 어렵다. 사람에 비유해보면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왜 이 일을 좋아하는가? 나는 왜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이유를 말하는 상황이다. 이건 어렵다. 이런 이유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닌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진심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유를 지어내면 상대방은 진심이 아닌 것을 깨닫고 신뢰하지 않는다. 왜 하느냐는 비전과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다. 리더의 비전에 공감하게 되면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알게 되는 충신, 심복, 가신, 동료는 이러한 과정을 겪고 따르는 것이다.

 

People don't buy 'What you do'

they buy 'Why you do it'

 

최종적으로 브랜드를 접하게 되는 사용자의 뇌리에 남아 있어야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그 이전에는 상표일 뿐이다. 문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브랜드를 만나는 사용자의 뇌리에 어떻게 남아 있느냐다. 사이먼 시넥은 브랜드가 단기기억이 아닌 장기기억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뇌의 가운데에 있을수록 유리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왜 우리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가진 브랜드만이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아는 브랜드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이 신념을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고, 그 이야기에 공감한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해당 브랜드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브랜딩은 일생동안 자신의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사람의 일생과 닮았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삶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살다보면 타협할 때도 있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타협하는데 남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일생을 일관되게 살아온 사람은 우리가 존경하는 위인이 된다.

 

사람도 이렇게 살기 어려운데 하물며 그 사람이 만든 브랜드는 어떻겠는가? 당장 회사가 이익이 안나서 원가절감으로 이익을 최대화시키는 순간, 제품의 마감이 소홀해지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브랜딩은 실패다. 작년에 나온 제품 디자인과 올해 제품 디자인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두 제품 사이의 맥락도 없고 연관성도 없어서  한 기업이 했다는 사실을 회사 내부 사람들 밖에 모른다면 그것 또한 실패다.

 

브랜딩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진행하는 것이기에 일종의 가이드나 지침에 가깝다. 어떤 사항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개인의 취향이나 한순간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함께 합의한 비전, 가치관, 신념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자고 모인 거니까. 이런 의사결정이 일관성 있게 쌓인 브랜드는 첫인상부터 다르다. 브랜드를 경험하는 사용자도 느끼게 된다. '이 브랜드가 믿음직스럽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같구나.'

 

 

 



 

브랜드에 공감한 사용자는 주변 지인에게 추천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사실 사람은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친하기 마련이다. 그 비슷함은 소득수준, 취향, 지역 등 다양하다. 그래서 지인이 추천하면 그가 자신과 비슷한 상황임을 알고 있기에 제 3자가 추천하는 것보다 더욱 신뢰가 간다(여기서 지인이란 오프라인에서의 주변인뿐만 아니라 SNS에서의 친구도 포함된다). 이 브랜드는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지게 된다. 어느 정도 해당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커져서 하나의 집단이 되면 이는 트렌드로 전환된다. 전혀 상관 없던 사람들도 이 브랜드가 대세임을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고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브랜드가 된다.

 

 

3.

여기까지만 보면 브랜딩은 굉장히 멋져보이고 영업은 후져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이득을 제공하는 영업, 시장을 창출하여 지속적인 수익기반을 만드는 마케팅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표로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브랜딩과 수익을 연결하여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당연하다. 단기적으로 브랜딩은 수익은 커녕 돈만 잡아먹고 허구의 이야기로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어렵고, 이를 성공시켜 수익을 이룬 기업은 극히 손에 꼽는다. 하지만 어렵고 보이지 않는다고 배척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브랜딩을 하는 기업이 살아남고 이윤을 창출하게 되어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브랜딩은 마케팅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절약해준다. 소비자가 열렬한 브랜드 옹호자가 되어 브랜드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될 때부터 브랜딩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얘기할 수 있다. 브랜드만 보고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효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한 사람을 믿기까지 기본적인 시간이 걸리듯이, 사용자가 브랜드를 신뢰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브랜딩은 마케팅과 영업 이전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마케팅과 영업의 호흡과 상관없이 계속되어야 하지만 기업이 그때까지 버티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영업과 마케팅이 브랜딩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 기업은 돈이 아닌 존재이유를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영업에서 브랜딩으로 발전하는 양상은 위에서 밝혔던 사이먼 시넥의 골든 서클과 비슷하다. 결국 이 과정은 기업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단순히 좋은 물건이 아닌 사용자의 가치관과 동일한 존재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선택받을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목적은 돈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마치 삶의 목적은 숨쉬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그 비즈니스의 생존방식이다.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게끔 만들기 위해 좋은 제품, 더 나은 제품을 넘어 나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경쟁력 확보 이전에 생존하기 위해 기업은 돈이 아닌 존재이유를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영업이 없으면 마케팅은 없고, 마케팅이 없으면 브랜딩도 없다. 영업, 마케팅, 브랜딩은 서로 배척하는 대상이 아닌 서로를 지탱해주는 형제들이다. 영리한 기업은 이 세 가지 개념을 적절히 조합하여 사용한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되짚어보자.

 

브랜딩이 잘 되면 영업은 필요가 없을까?

질문 자체가 틀렸습니다. 브랜딩이 잘 되려면 영업부터 잘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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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랜드 부스터

- 가끔 요리하고 글 쓰고 노래하고 운동하는 남자

- 본능적인 욕망을 추구하며 날것의 언어를 사랑하는 기획자

- 종합광고대행사의 AE였다가 브랜드 마케터로 전향한 직장인

- 세상을 브랜드로 이해하며, 브랜드 부스팅 전략을 탐구하는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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