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아의 매거진

당신 회사는 당신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한원아

2020.08.0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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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야근을 안 하잖아요? 30일 동안 프로젝트로 퇴근 시간에 사무실 전경을 찍어서 나중에 블로그에 남기면 어떨까요? 

점심을 마치고 당근거실(당근마켓 회사 내부의 작게 마련된 쉬는 공간)에서 쉬다가 나왔던 이야기였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하던 마케터 니콜, 개발자 벤, 시피, 매튜 등 재밌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현재 당근마켓은 개발자 채용 중에 있습니다. 개발자 채용을 위해 당근마켓의 기업문화로써의 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당근마켓 개발자의 인터뷰를 블로그 콘텐츠로 진행하는 것, 동영상의 형태로 만들어 보는 것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30일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왔던 것입니다. 그동안 컨퍼런스, 세미나 등에서 당근마켓을 알릴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거기서 '야근을 하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시청하고 있는 사람의 반응이 꽤나 좋았기 때문에 실행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방식은 간단했습니다. 30일 동안 퇴근 시간에 당근마켓 구성원이 업무하고 있는 사무실을 찍고, 30일이 지나면 그동안 찍었던 이미지 그리고 당근마켓의 기업문화 등을 적절히 섞어 글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해당 내용을 회사 공유 메신저 슬랙을 통해 알렸고, 이야기를 함께 했던 대부분의 구성원은 '원따봉'을 주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CO-CEO인 폴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죠.

 

이거 미안한데 안 하면 안 될까요? 설명드리기 조금 복잡할 수 있어서.. 회의실에서 잠깐 설명드려봐도 괜찮을까요? 

긍정의 시그널을 날린 당근마켓 구성원들과 회의실을 들어갔습니다. 폴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야근이 없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좋다'는 본질에서 벗어난 것 같다. 우리 회사가 야근이 없는 건 맞지만, 어떤 사람에겐 일이 즐거우면(?) 야근을 해서라도 일을 끝마치고 싶을 것이고, 또 야근이 없다는 것 자체가 기업문화라고 하기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물론 저는 '야근이 없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좋다' 또는 '야근이 없는 건 우리 회사 기업문화 중 하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흥미를 일으킬만한 요소 중 하나가 '야근'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고 그것으로 유도를 하여 당근마켓의 진정한 기업문화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폴의 말에 적극 공감하였습니다. 과연 개발자(또는 다른 직군)가 '야근이 없다'는 텍스트에 흥미를 일으킬까?, 그 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죠.

 

우리 회사는 구성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저는 '가치'에 방향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당근마켓은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당근마켓은 휴가 자율에 9시~11시 자율 출근에 회사에 먹을게 많고 점심도 제공하고 스터디/세미나/도서비 지원에 매주 목요일은 재택근무고 넷플릭스도 무료고... 등... 

 

ㅇㅏ... 뭔가 부족해...

 

아.. 이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나 자신, 그리고 우리 동료의 가치를 높이는 본질과는 멀어 보입니다.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그렇습니다! 당근마켓이 나에게 주는 가치. 생각났습니다. 그것들을 지금부터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여러분도 이 글을 읽으면서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1.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당근마켓은 입사가 확정되면 스스로 업무에 관련된 모든 장비를 정할 수 있습니다. 노트북, 데스크탑, 모니터, 마우스 등 내가 앉는 의자까지 선택권을 줍니다. 노트북, 데스크탑 둘 다 필요하다고요? 그럼 둘 다 사는 겁니다! 책상은 구성원 모두가 높이 조절이 가능한 전동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업무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업무와 가장 직결되는 장비들이 지속적으로 그 힘을 받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기본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회사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의 절반 이상은 회사에서 지냅니다. 잘 생각해보면 내 집보다 더 오래 있는 곳이 회사입니다. 내 하루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공간에, 그것도 내 능력을 소비하는 공간이 불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제 일을 하려고 하면 다른 일이 들어오고, 또 전혀 제 일과는 상관없는 일들로 하루를 보내다가 비로소 제 일을 할 때가 되면 퇴근시간이 되곤 했어요. 당근마켓은 그런 거 없이 오로지 제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당근마켓 개발자 션이 말한 당근마켓의 좋은 점입니다. 션은 '온전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의아해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대답을 통해 저는 그 말의 본 뜻을 이해했습니다. 정말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중요한 거니까요.

 

 

2. 동료로부터 배울 수 있는 환경

당근마켓은 채용할 때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와 같이 하게 될 사람이 '우리보다 뛰어난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 말은 즉슨 우리는 동료로부터 배우기를 원합니다. 또한 동료와 많은 잡담을 나누는 것을 권장하며, 그 속에서 나오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붙잡고자 합니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서 엄청 대단한 것을 요구할 것 같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울 점이 한 개라도 있다면, 우리에겐 그 사람은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러니 역설적(?)이게도 모든 사람이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점심 후에 당근거실에서 구성원과 나누는 잡담을 정말 좋아합니다. 사소한 개인사부터 IT 트렌드, 비즈니스 관련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그 순간순간이 하나의 작은 강연과 같습니다. 그만큼 동료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지요. 저 스스로도 '발전해야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말들을 해주고 싶다' 같은 생각을 들게끔 만들죠. (진짭니다)

 

이렇듯 당근마켓은 참 뛰어난 분들이 많습니다. 구성원을 채용할 때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3.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

당근마켓의 업무 스타일은 보통의 회사와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 회사의 경우 상사가 존재하고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업무를 주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라면, 당근마켓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정확하게 말해서 이런 업무방식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구성원은 특별히 직급(직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구성원 모두 다른 구성원을 부를 때 영어 이름을 말합니다. (물론 '님'을 붙이지도 않습니다)

 

당근마켓은 수평문화를 아주-아주 중요시합니다. (수평문화를 표방하는 회사들이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여긴 진짭니다)

 

 

여긴 지...진짜였어...

 

아무튼 그래서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거나, 어떠한 업무를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실행하면 됩니다. (단순) 다만, 그 과정에서 해당 업무의 필요성,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말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서비스인가?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나?

우리 이미지와 맞나?

.. 

등의 내용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 리더가 되어 실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필요한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거나 협업하여 일을 진행하지요.

 

이런 업무 스타일이 누군가에게는 단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자율이 있는 만큼 책임감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또,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듭니다. 자율은 더 깊은 생각을 만들고, 책임은 실행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4. 새로움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율적으로 선택을 하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도 적극적입니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영역에 존재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구의 승인도 받지 않습니다. 팔 운동 또한 승인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겁니다. 

 

1)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몇몇 구성원은(저도 포함입니다..) 핸드드립 관련 물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혔고, 선호도를 조사한 후에 구매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맛있는 핸드드립을 마시고 있답니다. 핸드드립 커피 마시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함정)


 

 

 

 

 

 

당근마켓 팀페이지를 노션으로 옮겼습니다.

 

2) 기존에 팀 내에 사용하는 협업툴에 한계를 느꼈고, 한 구성원으로부터 새로운 툴 도입 의사와 함께 '노션'이라는 협업툴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노션이 저희 팀 온라인 사무실입니다. 오프라인은 서초역 3분 거리..

(우리 팀페이지 구경은 여기에서..)

 

 

3) 모바일 어트리뷰션 툴의 필요성을 느낀 당근마켓 마케팅팀의 니콜이 제안을 하여 어트리뷰션 툴을 도입하였고, 현재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구성원 각각의 의견이 모두 수용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서로 투명한 의견 공유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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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저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저만의 기준을 토대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쭈-욱 쓰다 보니 얼떨결에 회사 자랑(?)을 잔뜩 한 기분이 드네요. (사실 자랑 맞습니다.)

주변에 이직 또는 퇴사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같은 고민을 했었고, 고민이 실행이 되어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고민하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다시 한번 더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의 회사는 당신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나요?

어떠한 가치도 당신에게 주지 않는다면, 이미 당신 하루의 절반은 말 그대로 '가치 없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번 뿐인 인생 '가치 있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P.S. 아,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가치는 연봉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지만, 저희 회사가 지향하는 바 중에 하나는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입니다. 끝까지 회사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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