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노의 매거진

헤어 디자이너로부터 배우는 디지털 마케팅 퍼널 전략

오피노

2020.06.23 18:41
  • 7013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3
  • 16

안녕하세요? 오피노 마케팅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마케터 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제가, 업무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단골로 다니고 있는 S 헤어샵, 헤어디자이너 실장님입니다. 디지털 마케팅을 하면서 왜 쌩뚱맞게 오프라인 업을 하고 있는 헤어 디자이너냐구요? 왜냐면 그 분은 제가 본 사람들 중에 “마케팅 퍼널 전략”을 오프라인 상에서 가장 잘 실천하고 계신 분 중 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마케팅 퍼널이 뭐지? 

 

 

 

마케팅 퍼널(Funnel) 구조 이미지

 

 

깔대기를 의미하는 퍼널 분석은 보통 마케팅 분야별, 목표별, 산업별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Awareness(인지) / Consideration(고려)/ Conversion(전환) / Loyalty(충성) / Advocacy(우호/옹호)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그럼, 오프라인 헤어 디자이너로부터 어떻게 마케팅을 배웠는지 제 에피소드를 말씀드릴게요.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기 전에 당시 S 헤어샵 방문 이전의 저라는 고객을 정의해보면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특정 헤어샵을 고정적으로 다녀본 적이 없음(단골 헤어샵 없음)

- 그동안 헤어 관리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음. 

- 내 맘에 쏙드는 헤어 디자이너를 만나본 적이 없어 여러 헤어샵을 전전했음. 

- 예쁜 머리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나한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음. 

- 내맘에 드는 머리를 한다고 해서 가격이 엄청 비싸지 않길 원함

- 처음 했던 헤어 스타일이 유지가 안된다거나 사후관리가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음.  

 

이런 제가 처음 S헤어샵을 알게된 건, 전 직장에서 근무했을 때 였습니다. 어느 날 회사 오피스 근처에 작은 헤어샵이 하나 생기더군요. 그러곤 몇 일 뒤, 오피스 문밖에 헤어샵 런칭 기념 행사를 한다는 전단지가 붙어있던 것을 보게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S 헤어샵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지하게 되고 약 한달이 지났을 때, 저는 앞머리를 잘라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머리 자르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근처에서 빠르게 자르자는 생각을 했고 전단지에서 봤던 근처 헤어샵이나 가자는 마음에 퇴근길에 그곳을 방문하였습니다. 

 

보통 앞머리만 자른다고 하면 대부분 대충 빨리 자르고 내보내기 마련입니다. 왜냐? 단순히 앞머리를 자르는 것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헤어 실장님은 달랐습니다. 

 

“앞머리를 이런 느낌으로 자르면 훨씬 머리가 가벼워 보이실거 같은데요? 그리고 이런 앞머리에는 이런 펌 느낌도 같이주면 고객님 얼굴형에 잘 어울리실 거 같은데 제가 한번 보여드려도 될까요?” 

 

저는 고작 3000원짜리 앞머리를 자르러 간거였지만, 실장님은 한번 유입된 손님을 절대로 놓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앞머리 이외에 저의 전체적인 머리에 드라이와 고대기로 간단히 펌을 보여주셨습니다. 앞머리만 해주셨으면 딱히 이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텐데, 나머지 머리에도 가벼운 펌이 들어가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보이더군요. 제가 이것저것 머리에 관한 질문을 이어나갔음에도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으며, 나갈 때 문 앞까지 살뜰하게 배웅해주셨습니다. 그로 인해 앞머리 자르는데 40분이나 소요됬음에도 저는 굉장한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앞머리 자르는데 10분이면 다 끝남) 

 

40분 동안 그 헤어샵에서 3000원짜리 앞머리를 자르면서 제가 얻었던 효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내 얼굴형에 맞는 머리 스타일 정보 획득

- 앞머리에 어울리는 가벼운 드라이펌(비록 하루밖에 가지 않지만)

- 오랜만에 친절한 헤어 디자이너를 만나 즐거움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다음에 헤어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반드시 이 헤어샵으로 오리라. 헤어 디자이너님은 3000원 그 이상의 서비스(=일종에 무료체험)을 보여주셨고, 그에 감동한 고객(=저)는 정식 헤어 서비스 이용할 결심(=본 제품 구매 결심) , 즉 구매 전환을 결심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한 달 여 뒤, 결국 저는 머리를 하기 위해 다시 S헤어샵을 방문하게 됩니다. 헤어 실장님은 저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죠. 지난 방문에서 저라는 고객에 대해 이미 파악해두셨는지 헤.알.못인 제가 당황하지 않도록 제 얼굴형과 머리 상태에 맞게 추천 헤어 스타일을 3가지 보여주셨고, 각각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주시며 빠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셨습니다.  또한 귀차니즘이 심한 저를 파악하시고, 머리 관리가 편하면서도 오래 이쁘게 유지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을 고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헤어 서비스가 끝나고 저는 실제로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제가 원했던 머리 스타일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일단 서비스(=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결제 단계에서 실장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00님, 지금 이 머리는 19만원인데 미리 선결제 30만원을 하시면 즉시 사용하실수 있는 30,000원 적립금을 드리고 있습니다. 할인 혜택을 보실 수 있는데 선결제로 처리해드릴까요?” 

 

이 말을 듣고 저는 “와 진짜 고객 리텐션 전략을 잘 짜셨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 제 머리 기장과 펌, 염색 가격을 생각하면 17만원-20만원 초반대의 가격이 나오는 편입니다. 근데 만약 제가 30만원 선결제를 하게 된다면 약 10만원의 가격이 여전히 남게 됩니다. 헤어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던 경험이 있고 그 미용실에 10만원 정도의 내 돈이 남아있다면, 다시 동일한 헤어샵을 재방문하여 서비스를 재구매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번에 재방문해서 또 20만원 가량을 소비할거고, 그러면 저는 추가 할인을 받기 위해 30만원을 또 선결제하겠죠? 저는 이렇게 이 헤어샵을 벗어날 수 없게되는 겁니다….)

 

새로한 머리가 맘에 들었고, 3만원 적립금(=할인 혜택)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저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던 30만원이라는 가격을 선뜻 결제해버렸습니다. 결제하고 나오는 길에 다음 방문 전까지  머리 관리 잘하라고 주신 3만원짜리 트리트먼트 마저 절 행복하게 만들었죠. 제 평생 가장 만족스러웠던 헤어샵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한번 전환된 이후로 제 생애 최초로 한 헤어샵만 고정적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S헤어샵만 재이용(=재구매)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처음 했던 머리 스타일이 오랜 기간동안 유지 된다는 점(=제품력 우수)  

- 재방문 시, 처음 머리했던 스타일과 다시 재방문하기까지의 기간동안 길었을 기장 길이를 고려하여 새로운 머리 스타일을 추천해주신다는 점(= 고객 상황에 맞는 제품 추천 큐레이션 제공)

- 서비스 받는 동안 개인 맞춤형 헤어 관리 꿀팁 제공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

- 재방문 고객에 대한 비정기적인 할인 혜택 OR 추가 서비스 제공

 

그러다보니, 제 주변 지인들이 헤어샵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마다 항상 S헤어샵을 추천하곤 합니다. 제품이 만족스럽다보니 자연스레 스스로 ‘바이럴’을 하고 있는 것이죠. 

 

헤어 실장님께 여쭤보니  마케팅을 제대로 배워보신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치 퍼널 전략을 정확하게 배웠던 사람처럼 Awareness(인지) / Consideration(고려)/ Conversion(전환) / Loyalty(충성) / Advocacy(우호/옹호) 퍼널 단계에 맞춰 고객 입장에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셨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다보면 “퍼포먼스” 영역인 데이터 분석이나 광고 매체 스킬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정작 “마케팅”의 본질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궁극적인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저는 풀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때마다, 이  헤어 실장님의 사례를 떠올리려 합니다.  나는 마케터로서 헤어 실장님처럼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 전환 유저에게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적절한 혜택과 메시지를 발송하였는지, 제품의 품질은 우수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등 고객 입장에서 마케팅의 본질을 하나하나 점검하다보면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인 마케터 분들이 계신다면,  내가 혹시 퍼포먼스에 매몰되어 마케팅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차근차근 점검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 안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 #마케팅퍼널
  • #퍼포먼스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