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방법

나를 미치게 하는 회사 내 소통 빌런

더퀘스트

2020.06.1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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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세요.

정확하지 못한 소통은

비싼 비용을 치릅니다

 

‘송배전 손실률’이라는 전력 용어가 있습니다. 전기가 A에서 B로 이동할 때 중간에 얼마나 사라지는지를 비율로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 발전소에서 100만큼 전기를 보냈는데, 우리 집에 30만 도착했다면 손실률이 70%라고 평가합니다. 손실률이 높으면, 발전소에서 전력을 아무리 풍부하게 보내도 대부분 길바닥에 버려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손실률을 낮추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직장에서도 이런 송배전 손실은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매일 머릿속 생각을 상사에게, 부서원에게, 또는 고객에게 쉴새 없이 말합니다. 문제는 이 송배전 과정에서 자꾸만 오류가 생긴다는 겁니다. 오류 때문에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허무하게 버려집니다. 손실률이 50%라면 고생의 자그마치 절반이 날아가는 셈입니다.

 

 “에이, 설마 소통 오류 때문에 50%나 손해 보겠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중간쯤에 “아니, 제가 얘기한 건 그게 아니고”라는 식의 핀잔과 함께 전면 재수정하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그러면 그 전까지의 노력은 0이 되는 셈입니다.

 

외국인 대상의 치킨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담당자가 막내 직원에게 치킨 구매를 시켰더니, 요즘 유행인 극강의 매운맛 치킨을 사오는 웃픈 상황도 종종 벌어집니다. 외국인이란 단어를 주의 깊게 듣지 않았거나 외국인이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생각을 아예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소통 오류 하나로

담당자의 몇 주 노력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입니다.

 

 

소통을 막는 악당 3총사

: 서로 다른 필터, 인지적 구두쇠, 모호함 선호

 

첫 번째 악당: 서로 다른 필터

 

첫 번째 악당은 ‘사람마다 다른 필터’입니다. 인지과학에 따르면 우리는 정보를 처리할 때 원석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해석하고, 기억하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같은 말을 들어도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 특성 때문에 소통의 결정적인 오류가 생겨납니다.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실험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오른쪽 그림은 우주선 모양의 아이콘 세 개가 길 위에 나란히 있는 그림입니다.

 

“어느 우주선이 앞에 있나요?”

 

에 따르면 동양인은 가장 크게 보이는 우주선이, 서양인은 가장 작게 보이는 우주선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똑같은 정보를 주더라도 자라온 문화에 따라 정반대로 해석하는 겁니다.

 

 

 답은 없습니다.

 

그러니 만약 세일즈맨이 “가장 앞에 있는 우주선이 A 고객사의 제품입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누구는 가장 큰 우주선을, 누구는 가장 작은 우주선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심각한 오류가 생겨나는 거죠. 나중에 제품을 받아본 고객이 약속과 다르다며 컴플레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세일즈맨은 ‘정확’하게 말했다고 확신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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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악당: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이 개념은 미국의 수잔 피스크Susan Fiske 교수와 셸리 테일러Shelley Taylor 교수가 1984년에 발표한 후 유명해졌습니다. 구두쇠가 ‘돈’을 아끼듯이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아끼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정보를 꼼꼼하게 수집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등의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은 뇌에 부담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일을 웬만하면 피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합니다.

 

우리는 이런 인지적 구두쇠를 매일 일터에서 목격합니다.

많은 사람, 특히 상사와 클라이언트는 우리의 얘기를 웬만해서는 집중해서 듣지 않습니다. 일터는 종이컵의 식어버린 커피처럼 흥미 없는 언어가 넘쳐나는 곳입니다. 온갖 평범한 아이디어 제안, 푸념같은 설명, 장황한 배경 얘기, 회의를 위한 회의 등이 가득하니까요.

 

피곤한 그들은 ‘을’인 우리와의 대화를 기본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합니다. 대충 흘려듣다가 중요한 얘기가 나오면 그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하죠. 그러니 귀로는 듣고 있어도 뇌는 듣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소비자는 더 구두쇠입니다. 소비자와 소통하는 사람은 상사나 클라이언트가 ‘그나마 듣는 척’이라도 하던 것과는 달리, ‘아예 안 듣고 있는’ 끝판왕을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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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악당: 모호함과 복잡성 선호

 

세 번째 악당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는 사실 모호하고 복잡하게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니라며 펄쩍 뛰지만, 진실이 그렇습니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흐릿하고 모호하게 말하는 게 훨씬 쉽고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Q: 예산이 얼마 듭니까?

A: 3억 원 정도 듭니다.(단순/명확)

B: 꽤 들 것 같습니다.(복잡/모호)

 

Q: 이번에 어떤 콘셉트로 할 건가요?

A: 최근 P사의 광고 보셨죠? 그것처럼 유머 코드로 할 생각입니다. 20대의 호응이 눈에 띄더라고요.(단순/명확)

B: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하려고요.(복잡/모호)

 

 

 대충 넘어가지마세요.

 

A처럼 단순하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보다 B처럼 모호하게 말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B는 제대로 몰라도 할 수 있는 대답이며, 결국 아무 말도 안 한 셈이기 때문에 나중에 트집잡힐 일도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이 악당과 의도적으로 싸우지 않는다면, 자꾸만 모호하게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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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세 가지 악당이 기세등등하게 가로막고 있거든요.

악당들의 이름은 ‘서로 다른 필터, 인지적 구두쇠, 모호함 선호’입니다.

일의 언어를 배울 때는 이 악당들과 싸울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읽어보기 http://gilbut.co/c/20057453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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