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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의 깡은 밈(meme)이 되었을까?

마케팅하는 천대리

2020.05.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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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인기 순위에 항상 떠 있는 목록이 있습니다. 바로 비의 노래 '깡' 영상인데요, 이 노래는 2017년 발매한 노래이지만 최근 다시금 주목받으며 하나의 밈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밈(MEME) : 대개 모방의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 따위를 말한다.

 

1일 1 깡, 깡팸 등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비의 깡, 과연 어떤 것들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있을까요?

 


1)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B급' 콘텐츠 

 

비 깡 유행의 시작은 한 여고생(호박전시현)의 커버 영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300만이 넘는 조회수를 자랑하는 이 영상은 버전 2, 뮤비 버전까지 나오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상을 살펴보면 굉장한 킬링 포인트가 많습니다.

강도 높은 비의 춤을 따라 하는 '여고생' 캐릭터, 비의 몸을 흉내내기 위해 만들어 낸 '고릴라 같은 체형', 비의 과한 제스처를 모두 따라 하는 모습, 어딘가 허술한 비디오 워킹과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오디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사람들이 좋아하는 완벽하진 않지만 웃긴 B급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영상의 원조인  비의 영상으로 몰려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고생이 커버한 것처럼 비 영상은 굉장히 많은 요소를 담고 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트렌드도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의 깡은 2017년에 발매했다고 보기에는 그 당시 시대 감수성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월드스타로 인기를 떨치던 비의 인기는 깡 발매 당시 다소 떨어지고 있었지만 과한 제스처, 꾸러기 표정, 자기 과시적 가사들은 그대로였습니다. 또한 비 본인답지 않은 노래를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나온 힙합 장르의 노래는 비와 어울리지 않았죠.

 

숨듣명 (숨어 듣는 명곡)과 온라인 탑골공원을 보며 '그땐 그랬지' 하며 웃음 짓는 시대에 옛날 감수성으로 무장한 시대착오적인 가사와 춤들은 어딘가 보기에 창피하지만 재미있는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비를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노래의 클리셰들을 모두 때려 박은 그의 노래에 사람들은 놀림과 조롱을 더했고 이것이 일종의 놀이로 변모하였습니다.

재밌으면 찾아보는 요즘 세대들에게 이 놀림과 조롱이 일종의 B급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각종 패러디, 깡팸등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2) 멋진 사람에 그렇지 못한 노래

 

비를 놀리는 댓글에는 물론 놀림도 섞여있지만 애정도 서려있습니다.

특히 화제가 되었던 '비를 위한 시무 20조' 댓글만 보아도 진심으로 비를 위해 '직언'하는 팬의 마음이 담겨 잇습니다.

 

 


 

출처 : 유튜브

 

 

비는 객관적으로 멋있는 사람입니다. 2000년대 초반 솔로 가수 원탑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만큼 매력 있는 외모와 찾아보기 힘든 피지컬, 엄청난 춤 실력을 자랑합니다.

단, 노래만 빼고 말이죠.

 

사람들은 이런 비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을 지니게 됩니다.

저 하드웨어를 저렇게 쓰다니, 이것만 바뀌면 좋을 텐데,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 등 비의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그에 대한 의견과 조언이 넘쳐납니다.

 

국가적 인재를 노래 때문에 손실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힘을 합쳐 그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비 바꾸기 놀이가 된 셈이죠.

 

또 본인들의 취향과 의견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요즘 세대의 특징이 맞물려 유튜브 댓글을 통해 깡에 대해 서로 소통하는 것 또한 이 인기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3) 팬덤과 인식의 변화

 

비의 깡은 개연성이 없는 노래의 흐름으로 유명합니다.

난 최고이고 후배들도 날 존경한다는 자기 과시적인 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사랑을 얘기하죠. 또 중간에 뜬금없이 100달러라는 가사가 나오기도 하고요.

 

내 아이돌은 어떤 노래를 해도 최고야!라고 외쳤던 그 팬덤의 나이는 이제 20 후반 혹은 30대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각 또한 바뀌게 되었죠.

 

하지만 비는 여전히 2000년대와 똑같은 형식으로 자기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팬덤의 외면을 넘어 조언을 만들어 내기 충분한 조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비의 자기 과시적인 가사들, 난 최고였다 하는 가사들은 어쩐지 '라떼는 말이야~'를 생각나게 합니다. 공감할 수 있는 노래들이 더 먹히는 세상에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가사들로 가득 찬 노래는 '나 때는 말이야' 꼰대 문화에 반발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먹잇감이 되기 충분합니다.

 

 

4) 대인배적 모먼트

 

비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주말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인해 깡을 몰랐던 사람 또한 깡을 알게 한 계기가 되었죠.

검색어 상승량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량

 

 

 


 

유튜브 검색량

 

 

 

사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도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에 대해 온 국민이 조롱과 놀림을 보내는 순간들이 사실 좋지만은 않은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는 놀랍게도 조롱과 놀림을 뛰어넘어 이를 감사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왜 1일 1 깡만 하냐, 1일 7 깡 정도는 해아지 하며 유쾌하게 받아치며 웃음을 안겼습니다.

 

또 해당 프로그램에서 시무 20조를 읽어보며 타협하는 모습들, 과거의 노래들을 모두 소환해 열심히 재현하는 등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이며 사람들의 놀림을 호감으로 바꾸었습니다.

 

어딘가 마음 불편하게 깡을 봐왔던 사람들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비의 모습에 더욱 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고, 비의 대인배적 모습은 또다시 바이럴 되며 그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습니다.

 

비 또한 유튜브가 만들어낸 제2의 전성기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더 이상 B급이 아닌, '비급'이 멋있다는 의미로 통용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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