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답시대에 Z세대가 나타났다

침묵, 버블, X, Z 당신은 어떤 세대인가요?

심두보

2020.05.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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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구분 짓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기준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시간, 지역, 국가, 기술, 인종, 역사적 사건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결부된다. 또 여러 이름이 붙기도 한다. 누군가가 속한 세대는 여럿일 수밖에 없다. 세대를 이해하는 건 역사를 알아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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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국의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미국과 유럽의 세대를 연구한 자료를 2019년 1월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쟁과 기술, 그리고 정치 등이 세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세상에 환멸을 느낀 세대다. 19세기 말에 출생한 이들은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전쟁에 삶이 노출되었다. 극단적인 경험으로 인해 이들은 시대를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극히 현실적인 태도를 지니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잃어버린 세대의 뒤를 가장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가 이었다. 1900년부터 1927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의 이 세대는 어린 시절 대공황이란 경제적 위기를 경험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는 역사적 사건도 겪었다. 또 대공황을 극복하고 미국의 황금기를 주도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미국의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라는 가치에 매료되었다. 한편으론 인종차별이란 시대적 오명을 짊어지기도 했다.

 

암울한 이름의 세대도 있다.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다. 1928년부터 1945년 사이에 출생한 침묵의 세대는 별다른 특징을 보이지 않았다. 언론사 <타임>이 이 같은 특징을 꼬집었다. 이 세대는 침묵의 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 인구가 적은 인구학적 특징도 지니고 있다. 정치적 목소리도 크게 내지 않았다.

 

1946년과 1964년 동안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Baby Boomer Generation)는 풍요로운 미국에서 성장했다. 역사상 가장 안락한 삶을 보냈다는 견해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출산율은 급등했다. 무려 7600만 명이 태어났다. 이처럼 압도적인 인구층을 구성했기 때문에 이 세대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띤다. 젊었을 땐 미국의 생산을 채임 졌고, 나이가 들어선 소비의 주축이 됐다. 미국의 황금기였기에 인권도 개선되었으며, 사회복지 시스템도 빠르게 갖춰졌다. 이 베이비 부머 세대는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경제 성장기 때의 경험이 그들의 정체성을 만들었고, 따라서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된 지금 시대의 세대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압도적인 인구수는 정치적 영향력으로 연결되어 성장하는 새로운 세대를 능가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 다음이 그 유명한 X세대(Generation X)다. 1965년과 198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앞선 세대보다 성공에 이르기가 더 어려워졌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부유하다는 통념이 깨진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러 번의 위기를 경험한 X세대는 가족주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독립은 X세대를 대변하는 단어 중 하나다.

 

밀레니얼 세대(Millenial Generation)는 1981년과 1996년 사이에 태어났다. 인터넷 기술이 세대를 가르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X세대와 마찬가지로 비정기적인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이 늘었다. 독립을 지향했던 X세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부메랑 세대 혹은 피터팬 세대라는 별칭은 이 때문에 생겼다. 대마초, 동성애, 낙태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 부머 세대에 대한 반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Z세대(Generation Z)는 지금의 청소년과 어린이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에 경험이 있다면, Z세대는 디지털 세계에서 시작됐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란 별칭이 붙은 이 세대는 완전한 세계화가 이뤄진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편견이 다른 세대에 비해 두드러지게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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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웃나라 일본의 세대 구분도 살펴보자.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세대 구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1912년과 1926년 사이에 태어난 다이쇼 세대는 전쟁으로부터 매우 큰 영향을 받았다. 일본 역사상 징병제를 겪은 마지막 세대다. 관동 대지진이란 재앙과 세계 대공황이란 인재를 경험했다. 또 남자들은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에 끌려갔다. 이 세대 남성의 16%가 전쟁에서 죽었다. 전후 이 세대는 일본의 경제를 이끌기도 했다. 

 

청소년기를 불행한 전쟁 속에 보낸 쇼와 한 자릿수 세대는 1926년과 1934년 사이에 출생했다. 어린 나이에 군사 교육을 받았고, 또 군수공장에서 일했다. 불운한 일부는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로 전쟁에 희생양이 되었다.

 

불탄 자리 세대(1935년~1946년 출생)는 이름대로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회에서 자랐다. 유소년기를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보냈다.

 

단카이 세대(1947년~1949년 출생)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첫 세대다. 하지만 사회를 바꾸진 못하고, 결국 사회에 흡수됐다. 시라케 세대(1950년~1964년 출생)에 이르러선 학생운동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됐다. 오타쿠 문화는 이 세대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황금기인 버블 시대를 지낸 버블 세대(1965년~1969년 출생)는 꽤 안정적인 청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곧바로 닥친 경제 불안으로 인해 다음 세대인 빙하기 세대(1970년~1986년 출생)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범주에 포함되는 사토리 세대(1987년~2004년 출생)는 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이전 세대에 비해 안정적인 직장, 높은 급여, 결혼 등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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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일제강점기 세대

말도 못 할 고초를 겪은 세대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이들은 극심한 공출과 수탈을 겪었다. 8.15 광복, 그리고 6.25 전쟁도 경험했다. 폐허가 되어버린 우리나라를 사람 살 수 있는 곳으로 산업화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박정희, 최규하,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이 이 세대에 속한다.

 

 

광복 세대 / 한국전쟁 세대

해방과 6.25 전쟁 종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특히 1945년에 태어난 사람을 해방둥이라고 부리기도 한다. 이 세대를 산업화 세대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들의 힘으로 무너진 국가가 빠르게 회복했다. 노무현, 박근혜 등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 세대다.

 

베이비부머 세대

195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은 지금의 기성세대를 대표하고 있다. 전쟁 후 출산이 급격히 늘었다. 미국과 마찬가지의 경우다. 이때 우리나라에 약 900만 명이 태어났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광복세대가 다진 토대 위에 공장과 기업을 세웠다. 근대화에 따른 발전을 이끌고, 또 수혜를 봤다. 정치적으로는 독재 정권을 겪었다. 박정희의 독제 치하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특히 유신 독재의 공포통치도 경험했다. 이 영향으로 이 세대는 무의식적으로 자기검열을 하는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X세대

경제 성장의 풍요를 어린 시절 경험한 세대다. 우리나라에서의 X세대에는 1970년대생이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이 누린 경제적 풍요는 오래가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문이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혹은 갓 입사한 신입사원 때 외환위기가 닥쳤다. 사회 진출 초반부터 발목을 잡힌 셈이다. 광복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가 평생직장을 누렸다면, X세대부턴 점차 직장의 안정성이 사라졌다.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 비정규직은 점차 비중을 넓혀가고 있으며,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별개로 X세대는 사회 문제보다 자신에 대해 집중한 첫 세대다. 개성을 중시한다고는 하지만 X세대는 유행에 휩쓸리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개인의 취미나 취향이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첫 시기였다.

 


 

에코세대

1980년대생인 이들은 앞선 세대 덕분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정착한 시대를 살았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 풍요는 상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와 에코세대 간 가치 충돌이 빈번했다. 특히 문화적 괴리는 심했다. 그야말로 구세대와 신세대였다. 유교적 가치가 에코세대에겐 고리타분한 역사 속 개념이었다. 구세대는 에코세대의 개인주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코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둘 모두에 익숙한 세대다. 발전하는 IT 기기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이들은 DOS와 전화기 모뎀, 삐삐 등도 사용했으며, 지금에 와선 매년 출시되는 스마트폰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세대다. 산아 제한이 한창일 때 태어난 에코세대는 하나 아니면 둘의 형제, 남매를 두었다. 가끔 자녀의 수가 넷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중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은 에코세대와 Z세대 사이의 세대다. 이 세대는 지금의 디지털 산업을 이끌고 있다. 급격히 성장한 여러 스타트업의 대표와 창업자가 여럿 이 세대에 속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핸드폰을 사용했으며, 빠르게 깔린 인터넷 인프라를 적극 사용했다. 

 

이들은 부모가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았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대학교에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녔던 세대인 이들은 생존과 효율, 가성비 등에 집중했다. IT 시대가 도래하며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오히려 수많은 젊은이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이는 과열경쟁과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이들 세대에게 '안정'을 찾게끔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높은 공무원 합격 경쟁률은 공무원 준비가 '안정'은 아님을 방증한다.

 

 

Z세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보다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첫 세대다. 디지털 네이티브다. 외환위기 즈음 태어난 이들은 경제 성장이 둔화된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 완전한 세계화 속에서 사는 Z세대는 누구보다 정보를 찾아내는 데에 익숙하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앞선 세대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낮다. 경제와 사회, 기업의 모델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Z세대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적응해 나가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비교도 너무 쉽기 때문에 한국의 단점에 대해 비판적이다. 헬조선과 같은 단어가 유행하는 것도 이 영향이다. Z세대에겐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던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이들에게 민족과 북한과 같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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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대는 개별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수많은 역사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글에선 미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세대가 어떻게 나뉘고 있는지 살폈다. 과거엔 각 국가의 상황별로 세대가 갈렸다면, 글로벌화로 인해 세대 구분은 점차 국가끼리 동질화되어 가고 있다. 즉, 우리나라와 미국의 1960년대생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Z세대는 더 동질적이다. IT 기술은 점점 더 세대의 특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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