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미의 매거진

마케팅 글쓰기, 6가지 기본 원칙

남미미

2020.04.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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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케터에게 꼭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 ‘글을 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잘’이란 글이 사용되는 때, 용도, 목적에 맞게 쓰는 것을 말합니다. 광고 카피라면 다소의 문법 파괴가 있더라도 눈을 사로잡는 언어유희가 필요하고, 사용자 매뉴얼을 만든다면 누구나 편하게 읽기 쉬운 단문을 사용하는 게 좋은 것처럼요.

 

디지털 시대, 마케터에게는 참 많은 범위의 글쓰기가 요구됩니다. 마케터라는 직함을 달고 지내온 지난 9년여 동안, 저는 매장에 걸리는 신상품 POP 문구부터 사용자 매뉴얼, UI 텍스트, 심지어는 이용약관을 쉽게 해석하는 글까지 써봤습니다. 덕분에 글쓰기 실력이 반 강제로 늘었으니 좋긴 하지만, 어떤 요청이 와도 겁먹지 않고 타자를 누르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고의 시간이었네요.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제가 얻은, 마케터가 글 쓸 때 명심하면 좋은 여섯 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대단치는 않지만 잊기 쉬운, 그래서 저도 틈틈이 꺼내보는 것들입니다. 

 

 

마케터는 어떤 글을 쓰나요?

마케터는 고객과 만나는 최전선에서 필요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 웹사이트나 서비스의 공지사항

- 웹사이트나 앱, 서비스 내의 UI 텍스트

- 고객에게 발송되는 모든 종류의 이메일 및 모바일 메시지

- 고객향으로 발송되는 광고 내의 모든 메시지

- 마케팅 용도로 사용되는 다양한 콘텐츠(아티클, 매뉴얼, 혹은 영상의 스크립트)

- ARS나 아웃바운드/인바운드 콜의 스크립트

- 기사 배포를 위한 보도자료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겠죠. 아마 더 많을 겁니다. 그밖에도 내부에서 사용되는 기획서나, 내부 직원을 위한 안내문구를 마케터가 작업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써야 할까요? 

저는 아래 여섯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합니다. 유려한 글을 쓰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목처럼, 이 글은 '마케터의 글쓰기'를 위한 글이니까요. 

 

1. 고객(사용자)의 언어로 쓴다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언어, 즉 마케터의 언어가 아닌 고객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읽는 독자가 한 번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마케터가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글입니다. 시처럼 곱씹어서도 안되고, 개발 용어나 디자인 전문 용어를 남발해 외계어처럼  들리는 건 더 안됩니다. 우리만 이해하는 단어, 전문 용어는 최대한 피해 주세요. 꼭 써야 한다면 최대한 풀어쓰고, 필요시 부가 설명을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이해하기 쉽게 쓴다

  

출처: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쉬운 글이 좋은 글입니다. 어려운 내용일수록 쉽게 써야 합니다. 일단 문장은 짧게 씁시다. 한 문장에는 주어 하나, 서술어 하나가 제일 좋습니다. 또 가급적 쉬운 단어를 사용합시다. 어려운 외래어보다는 한국말이 좋고요. 

 

3. 긴 글도 한 문장부터

아무리 장대한 콘텐츠라도 핵심 내용은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업 전에 내가 이 콘텐츠를 통해 판매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한 줄로 정리해보세요. 글의 핵심 메시지를 적어 두고 시작하면 옆길로 샐 염려가 줄어듭니다.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면 이제 내용을 풀어갈 흐름을 잡을 차례입니다. 본격적인 작문 전에 이 글을 어떻게 전개하고 싶은지 도식화해보세요. 보통 목차를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만약 장문의 아티클이라면 문단별 주제문을 잡는 과정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완성된 문단별 주제문을 차례로 읽어보았을 때 핵심 내용이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된다면 잘 세운 개요입니다. 여기까지 잘했다면, 살 붙이기는 쉽습니다.

 

4. 용어는 통일해야 합니다. 

특히 매뉴얼이나 UI 가이드를 작성할 때 자주 하는 실수가 이 대목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기능을 ‘다시 보기’, ‘돌려보기’, ‘되감기’ 등 여러 용어로 지칭하는 겁니다. 

 

 
 

사용자는 포인트를 물었는데 점수로 답하는 건, 용어 가이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세븐나이츠 공식 카페)

 

이런 실수는 콘텐츠 제작 시 준수해야 할 용어 가이드(Terminology)가 없을 때 종종 생깁니다. 용어 가이드란 기능이나 메뉴명은 띄어쓰기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 특정 대상을 어떻게 지칭할지(고객이라고 할지 사용자라고 할지) 등을 정해놓은 내부 가이드입니다. 마케팅팀이나 고객 접점의 콘텐츠를 제작/배포하는 모든 팀들과 함께 공유하는 용어 가이드를 만들고 준수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세요. 마케터를 포함해 우리 모두는 한 몸이고, 누가 쓴 글이든 고객에게는 우리 서비스의 목소리로 들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5. 맞춤법을 확인해주세요.  

한국어는 어려운 언어입니다. 틀리기 쉽죠. 하지만 틀린 문법은 콘텐츠의 공신력을 떨어뜨립니다. 맞춤법 검사가 필요하면 국립국어원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세요. 네이버의 맞춤법 검사기는 문맥 확인을 하지 못해서 자주 틀리니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을 지양하세요. 국립국어원 공식 카톡 채널인 @우리말365를 통해 문의하면 몇 시간 내로 정확한 답변을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출처: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또 잘못된 경어 사용에 주의합니다. 예를 들어 ‘확인해주실 수 있으실까요?’는 ‘확인해주시겠어요?’와 같이 한 번 높여 표현하는 걸로 충분합니다. ‘요청하신 매뉴얼이 준비되셨습니다'는 ‘요청하신 매뉴얼이 준비되었습니다'로 사물이 아닌 사람 주체만 높여 써야 합니다. 

 

6. 팩트 체크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전달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실 관계 오류가 반복되면 우리가 만드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죠. 콘텐츠를 작성할 때 반드시 유관부서와 확인을 거쳐주세요. 확인한 데이터는 따로 보관해두거나, 여러 사람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관계 부서가 교차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정례화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 외 소소한 주의사항

- 제목에는 마침표(.) 및 특수문자를 가급적 쓰지 않습니다. 특히 이메일의 경우 보는 이의 기기 사양, 브라우저에 따라 깨질 확률이 높습니다.  

- 링크를 삽입할 경우 반드시 링크 유효성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이때 '새 창에서 열림'을 권장합니다. 에디터에 기능이 없으면 를 href로 시작하는 링크 코드 앞에 넣어주세요. 

- 하나의 콘텐츠에 들어간 CTA 버튼 및 약물 기호는 통일성을 유지합니다. 

- 데이터 삽입 시 반드시 데이터 출처 및 추출 시점을 넣어주세요.  

 

 

마치며

새로운 걸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시작조차 두렵다면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 둔 유사한 콘텐츠를 참고하세요. 예를 들어 도움말을 써야 한다면 이미 만들어진 도움말의 개요, 톤 앤 매너를 그대로 활용해보세요. 공지나 이메일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몇 개를 따로 보관해뒀다가 필요시 꺼내 보세요. 꼭 우리 회사의 콘텐츠가 아니어도 됩니다. 좋은 글, 따라 해보고 싶은 콘텐츠를 차곡차곡 모아두면, 필요할 때 큰 자산이 되니까요.

 

 

**마케터에게 추천하는 글쓰기 책

웹 기획자가 알아야 할 서비스 글쓰기의 모든 것, 위키북스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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