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해빗의 매거진

모두를 위한 전략은 없다

유저해빗

2019.10.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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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실패의 기억

저는 유저해빗에 들어오기 전, 교육 카테고리에 속한 앱을 약 5년간 서비스했습니다. 이름은 스터디 헬퍼. 공부시간을 측정하고, 해당 시간동안 공부에 방해되는 앱을 막아주는 이른바 '스마트폰 세대에 특화된' 유틸리티 애플리케이션이었죠. 앱 기획 당시, 저희가 타깃한 고객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에 가장 익숙하고,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당시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막 대두되던 시기였습니다. 언론을 비롯한 여러 매체의 주목을 받으며 앱은 쑥쑥 성장해 나갔습니다. 마케팅비를 1원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서비스 시작 약 6개월 만에 1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50만 다운로드 고지를 바라 보았으니 말이죠. 성공이 눈 앞에 펼쳐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플레이 스토어에 적힌 리뷰와 각종 문의메일을 살펴보면 우리가 타깃한 고객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였거든요. 가깝게는 고등학교 1학년 및 2학년 학생들이 있었고, 중학생과 공시생 및 고시생, 심지어는 초등학생들까지 수많은 연령대와 니즈를 가진 사람들이 스터디 헬퍼라는 앱으로 몰려들었던 겁니다.

 

그때부터 긴 방황이 시작됐습니다. 수익을 어디서 내야 할지 당최 알 수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닥치는 대로 일을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여학생을 타깃으로 한 각종 문구류 상품을 만들었고, 중학생을 주 타깃으로 하는 오프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연관이 있어 보이는 거의 모든 업체에 광고 제안서를 돌렸던 거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학생이나 고시생 모두에게 '괜찮지 않을까?' 싶은 각종 아이템을 떼다 팔았고, 관련 업체 및 사교육 업체와 협업을 논의했습니다. 결국 전 번아웃이 되고 말았죠.

 

 

고객 이해를 위한 첫 걸음, 세그먼테이션

이런 상황은 비단 저뿐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은 B2C 모델을 가지고 운영되며, 이 경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서비스의 우수 고객은 어떤 사람이냐'라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지거나 장광설을 늘어 놓는 경우가 다반사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눈 뒤 각 조각에 대해 깊은 관찰을 하고 이해하는 '마켓 세그먼테이션'을 요구받게 됩니다. 여기서 마켓이란 사용자(또는 고객) 전체를 의미하며, 세그먼트는 그 고객을 분류하여 만든 그룹을 의미하죠. 다시 말해, 마켓 세그먼테이션은 넓은 범위에 펼쳐진 고객들을 유사한 그룹으로 세분화한 뒤 각각의 그룹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말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그렇다면 대체 무엇으로 고객군을 분류해야 할까요?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는 인구 통계별 분류가 있을 겁니다. 국가나 지역, 나이, 성별 등을 기반으로 분류하는 것이죠. 사용 경험에 따른 구분도 가능하겠네요. 처음 우리 앱을 방문한 사용자인지, 재방문 사용자인지 혹은 몇 회 이상 방문한 사용자인지 등을 확인하는 겁니다. 어떤 채널을 통해 유입된 사용자인지도 확인 가능할 겁니다. 다시 말해 SNS를 통한 유입자인지, 직접 검색을 통해 들어왔는지 등등을 살펴보는 것이죠. 이를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용자 속성’에 따른 분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밖에도 사용자 행동에 따른 분류도 가능합니다. 한 번 앱을 실행하면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 어떤 화면을 방문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앱을 종료했는지 등을 토대로 세그먼트를 나누는 것이죠.

 

  

 

앱 특성과 매출을 내는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조합을 추천합니다. 우선 인구 통계별로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그 중 우리가 매출을 내는 페이지(결제 완료, 광고 클릭 등)에 방문한 사용자인지 여부를 바탕으로 세분화 작업을 진행합니다. 가능하다면 사용경험(최초 방문, 재방문 등)에 따라 한 번 더 정제 작업을 거치는 것도 좋겠네요.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그먼트별로 새로운 인사이트가 도출될 겁니다.

 

'어떤 페이지로 사용자의 방문을 유도했더니 결제로 이어지는 비율이 몇% 상승했네!'

'A로 유입된 사용자는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구나!'

'우리가 들이는 노력 대비 가장 많은 매출을 안겨주는 고객 집단의 나이와 성별은 이러이러해!'

 

라고 말이죠.

 

세그먼트별 행동 패턴에 따른 마케팅 및 UI/UX의 차별화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마케팅과 UI/UX 또한 차별화(또는 개인화)될 수 있습니다. 가령 월 1,000만 원을 우리 앱에서 사용하는 사용자 집단에게 3,000원짜리 쿠폰을 제공하는 것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자신을 인정해주고 신경쓰고 있다는 앱 내외적인 액션들이 필요하겠죠. 반면 B라는 상품군에 관심을 가지는 사용자를 타깃으로 해당 상품군에 대한 할인쿠폰을 제공한다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차별화되며 효과적인 마케팅과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바로 이 마켓 세그먼테이션인 것이죠.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서두에 이야기한 저의 번아웃 사태 이후 회사는 재정비를 시작했습니다. 무분별하게 벌려두었던 사업을 정리했고, 잘 하는 분야/중장기적으로 매출을 신장시킬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죠. 결과는 당연히 좋았습니다. BEP를 넘겼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역시 좋은 파트너사를 만나게 되었죠. 2년 혹은 3년 전의 제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스터디 헬퍼, 그리고 회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요? 아마 지금보다는 조금 더 멋진 서비스, 좋은 회사로 성장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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