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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의 답도 ‘행동 데이터’에 달려 있다

유저해빗

2019.09.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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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습니다. 때는 2000년대 초, 이전만 하더라도 재래시장과 백화점이 양분하던 유통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업체가 생겨난 건데요. 대형마트의 시초 격인 이마트가 많은 수익을 내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뒤를 이어 생겨났습니다. 2000년에 전국 163개에 불과했던 점포수는 2006년이 되자 342개로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전체 소비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9.1%에서 16.6%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죠. 대형마트가 들어선 지역의 재래시장과 상가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쾌적한 환경을 무기로 삼은 대형마트로 소비자의 발길이 자연스레 이동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형마트의 위상은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2019년 2분기에 창립 26년만에 처음으로 분기실적 적자를 기록했으며, 롯데마트 역시 영업손실이 지난해 270억 원에서 올해 340억 원으로 늘어나 적자가 심화되었죠. 홈플러스는 비상장 기업이라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실적 파악은 어렵지만, 앞선 두 업체와 사정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형마트의 위상이 달라진 이유로는 유통업체 간 경쟁 심화, 온라인 쇼핑 비중 증대, 월 2회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 업계 불황 등이 꼽힙니다. 하지만 문제가 정말 이뿐일까요?

지난 20여 년간 대형마트의 시장 접근 방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하나. 제품을 경쟁상대(재래시장, 백화점 등)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면 소비자를 모을 수 있다.

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최대한) 많이 사서, 많이 파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이 생각을 바탕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목 좋은' 곳을 찾아 점포를 늘려, 어디서든 우리 마트에 갈 수 있도록 '유입 경로'를 확대한다면 끊임 없는 성장이 가능하리라 믿었던 거죠.


그러므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매출' 중심의 데이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 이번주, 이번달, 지난해 동기간 등 일정한 기간을 기준으로 '무엇이 얼마나 팔렸는지 분석한 뒤, 적절한 재고량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이들의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전략은 오늘날에 들어 결국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받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으며, 단순히 지난날의 매출 기록에만 의존해 재고를 쌓아 두는 전략 역시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죠. 게다가 거대해진 조직 구조를 유지하는 데에도 점차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형마트가 고수해온 성장 전략이 오히려 그들의 성장에 발목을 잡은 것이죠.


혁신과 성장의 새로운 키워드, '사용자 행동 데이터'

대형마트가 이처럼 난관에 봉착했을 때, 오히려 새로운 데이터를 기반 삼아 성장에 가속도를 이룬 업체들이 나타났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대표주자인 쿠팡, 마켓컬리 등이 그 주인공이죠. 모두가 알다시피 쿠팡의 급격한 성장에는 '로켓배송'이라는 배송 정책이 한 몫 했습니다. 말 그대로 '로켓처럼' 24시간 내 주문한 상품을 배달해주는 배송 정책을 말하는데요.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용자의 79.9%가 ‘빠른 상품 배송’ 때문에 쿠팡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을 정도이죠.


 

 

 

하지만 로켓배송이 아무런 계획이나 전략 없이 단지 '사용자가 만족하면 되기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보면 오산입니다. 지금은 500만개가 넘는 모든 상품 카테고리를 다루고 있지만, 초창기 로켓배송은 ‘유아동’, ‘생활용품’, ‘식품’, ‘반려견용품’ 등의 상품군에 집중되었습니다. 사용자의 '반복구매'가 주로 일어나는 상품군을 분석하여 이들 상품의 빠른 배송에 우선 집중한 것이죠. 이후에는 초기 9900원 이상이던 로켓배송의 기준도 19900원으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이 역시 사용자들의 구매 패턴을 정교하게 분석한 결과였죠. 


마켓컬리 역시 '샛별배송'이라는 독특한 배송 전략을 토대로 정장했습니다.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특성을 반영한 결과였는데요. 이후 고객층이 쌓이고 주 타깃이 30~40대 여성 주부라는 것이 명확해지자 기저귀, 휴지, 제습기, 냄비 등의 비식품군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충성 고객의 구매 특성을 반영해 일반적인 생활용품보다는 조금 더 친환경적이고 높은 퀄리티의 상품으로 제품군을 갖춰 나간 것도 특징이죠.


이들이 집중한 데이터도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한 발 더 들어가 조금 더 세밀한 데이터를 들여 보았을 뿐입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말이죠.


하나. 반복 방문자는 얼마나 되는지, 그 고객군의 특징은 무엇인지?

둘. 반복 방문자의 유사 상품 구매율 또는 조회율은 얼마나 되는지?

셋. 특정 금액 이상 구매한 사용자와 그렇지 않은 사용자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대형마트의 질문과 달리 '사용자의 행동'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닙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되죠. 우선, 지역별, 성별, 연령대별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불필요한 재고가 쌓이거나 물량이 부족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과거 판매 데이터에 기대어 '잘 팔렸던' 상품을 가져다 놓고 팔리기만을 기다리던 방식과는 천지 차이이죠. 더불어 고객이 '진짜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가져다줄 수 있게 됨으로써 사용자의 만족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됩니다. 고객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만족한 고객은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고, 이를 토대로 더 세밀한 고객분석이 가능하게 되는 선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거죠.


매출 신장을 위한 사용자 행동 데이터 분석의 핵심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 안에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판매'와 '사용자 행동'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죠. 물론 이를 위해 고객 경험을 경로별, 단계별로 나누어 데이터 추출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두는 것은 필수적이고요.


이렇게 데이터를 쌓아가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주요한 타깃은 누구인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의 확장이 가능할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겠죠. 우리가 무심코 혹은 모르고 지나쳤던 고객의 '행동' 속에 성장의 답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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