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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는 왜 더블브이가 아니야?

더퀘스트

2019.08.28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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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철은 들지 않았고 유치한 말장난은 뇌를 거치기 전에 입에서 먼저 튀어나온다.

사실 철이 들 생각 자체가 없다. 철이 드는 순간 내 크리에이 티브는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엉뚱한 생각으로 재미난 크리에이티브를 뽑아내며 살고 싶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 출처: 아는 형님 스크린 캡처

 

 

여러 사람이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느라 정작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을 비유한 속담이다. 그런데 이 속담을 삐딱한 시각으로 보면 나름 크리에이티브하게 보인다. ‘배가 꼭 바다로 가야 해?’ 이렇게 역발상으로 해석해보라. 익숙한 문장이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가. 산꼭대기 위에 놓여 있는 배를 상상하기만 해도 굉장한 임팩트가 느껴진다.

 

MBC 인기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에서 제일 크리에이티브 하다고 생각하는 멤버는 박명수다. 일단 이분의 생각은 예측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수긍하는 일에도 꼭 시비를 걸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다들 “예스”라고 할 때 혼자서 “노”라 고 말한다. 그의 이런 삐딱함이 좋다.

 

또 ‘박명수 어록’이 있을 만큼 가슴에 와닿는 말도 잘 던져준다. 어록을 살펴보면 우리가 잘 아는 익숙한 속담들을 살짝 비 튼 것이 많다. 예를 들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생 끝에 골병 난다’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가는 말이 고 우면 얕본다’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하나같이 촌철살인, 허를 찌르는 걸작이다. 다소 시니컬한 정서가 담겨 있긴 하지만 원래 속담보다 공감대가 훨씬 넓다.

 

 


 

흔히들 ‘명언’이라고 하면 그것이 대단한 진리인 양 맹목적이라고 할 만큼 단번에 받아들인다. 이의를 제기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질문하기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니 기존 지식에 의구심을 갖는 경우도 거의 없다.

 

나 역시 질문하는 힘이 부족한 터라 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지 는 연습을 하다가 일명 ‘질문 노트’라는 것을 만들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가리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그냥 막 적어두는 노트다. 의미 있는 물음도 있지만 대체로 엉뚱한 질문들이 노트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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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더블유만 보더라도 의문투성이다. W라는 알파벳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더블유라고 읽는다. 학습된 뇌가 그렇게 말하라고 입으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어린아이들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질문을 한다.

 

 


 

“V가 2개 붙어 있잖아요. V브이V브이니까 더블브이라고 읽는 게 맞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이 아이의 부모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응, 그건 사회적으로 약속한 이름이야. 그니까 그게 뭐로 보 이든 그냥 ‘더블유’라고 외워, 알겠니?”

 

이렇게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이 말 듣고 보니까 정말 더블브이같이 생겼네!” 뭐 이렇게 맞장구쳐주지 않을까?

 

우리는 더블유가 더블브이라고 문제를 던지는 데 별 관심이 없다. 물론 역사적으로 접근하면 이유가 설명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걸 찾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뇌에 ‘W=더블유’라고 인지시킨 다음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우리 대부분은 호기심 많고 질문 많은 어린이로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이 끝날 즈음 교수님이 “혹시 질문 있는 학생?” 하고 물었을 때 손을 드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 시간 몸에 밴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수동적인 학습 태도가 질문 능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질문하는 사고 자체를 방해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일본 예능 방송 중 <치코짱한테 혼나요!チコちゃんに叱られる!>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꼬마 캐릭터가 나와서 어른들을 상대로 퀴즈를 낸다. 주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질문이다. “왜 ‘안녕ʼ 하고 인사를 할 때 손을 흔들까?”, “왜 사진을 찍을 때 ‘치즈’라고 할까?” 하는 식이다.

 

재미있는 점은 퀴즈를 내는 캐릭터를 다섯 살 어린이로 설정 한 것이다. 아마도 세상의 여러 가지 문제에 ‘왜’라는 의문을 가장 많이 던지는 때가 다섯 살 무렵이라 그렇게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프로그램의 영문명은 ‘Donʼt sleep through lifeʼ로 의역 하자면 인생을 무감각하게 살아가지 말라는 소리다. 다섯 살 꼬맹이의 질문에 어른들이 “그냥 다들 원래 그렇잖아요.” 같은 안 일한 대답을 내놓으면 바로 꾸중을 듣는다. 단순한 포맷의 퀴즈쇼지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메시지를 담고 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태도가 날 선 시각을 만들어낸다. 수동적인 받아들임보다는 능동적인 받아침이 새로움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능동적이기 위해서는 모든 지식에 의심을 품고 언제든지 당돌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의심이 크리에이티브를 ‘엣지’ 있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물음에 답하기보다 스스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보며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잊지 말자.

왜? 왜? 왜? ‘왜’가 새로운 길을 만든다.

새로운 Way는 언제나 뜬금없는 Why에서 시작되었다.

W를 그냥 더블유로 받아들이는 무미건조한 생각을 삐딱함으로 들이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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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하우만을 담지는 않았다. 묵묵히 하다 보니 단련으로 이어진 나의 일상과 생각을 한자 한 자 써나갔고 꾸준히 쓰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을 따름이다. 오직 크리에이티브만을 향한 발악을 진솔하게 담았으니 나름 건질 만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습관은 평범하지만 과정은 평범하지 않았던 나날들의 진심이 투명하게 전해진다면 더없이 좋겠다. 아무쪼록 재미나게 읽어주길 바란다."

- 오롯이 혼자 되는 새벽녘에 이채훈(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왜'라는 질문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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