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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지켜야 할 단 하나의 약속, 미션 스테이트먼트

STONE

2019.07.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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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만난 홀푸드마켓의 핵심 가치

얼마 전 발리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발리의 한적한 자연에 파묻혀 쉬려고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는 않더군요. 발리에서 머무른 우붓이라는 지역은 전세계 디지털 노마드족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자 요가의 성지로, 발리 섬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이 우붓의 메인 거리에서 우연히 ‘마케팅  3.0 박물관’을 만났습니다.

 

 

 

 

< 마케팅 3.0 뮤지엄 입구. 왜 이 아름다운 발리의 한 가운데에 미국의 마케팅 바이블 서적의 박물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네, 그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이 맞습니다. 그 마켓 3.0 책의 내용을 다룬 박물관이었죠. 필립 코틀러는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도 알고 있는 마케팅 그루로, 마켓3.0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7년 만인 2016년 마켓4.0의 책이 출간되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27개국에 번역이 되어 발간되었습니다.

 

마케팅3.0 박물관은 마켓3.0 책의 내용에 충실한 마케팅 방법론들을 제시하는 회사들의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GE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마케팅 사례 연구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죠. 그 중에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의 핵심 가치(Core Value)였습니다.

 

미국에 머물 때면 매일 홀푸드마켓에서 장을 볼 만큼 개인적으로 이 유기농 마트의 빅팬이지만 홀푸드마켓의 명문화된 핵심 가치를 그전에 본 적은 없었더랬습니다. 박물관에서 홀푸드마켓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이 기업의 사명문에 명확하게 적혀있는 기업의 목적과 목표가 실제 매장과 제품, 그 직원들에게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발현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죠. 제가 수년간 느끼고 체험해 온 홀푸드마켓의 실체와 가치가 그 문장들 안에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홀푸드마켓은 그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그대로 실현해 낸 결과물에 불과했지요.

 

 

 

 

< our core values 외에도 our leadership principles, our declaration of interdependence 와 같은 다른 성명서들도 읽어보시라 (클릭시 이동) >

 

아주 뻔하고 명징한 목표와 가치가 거기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읽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의 무게를 그들은 어떻게 다루고 또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했는지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마켓 3.0에서 마켓 4.0으로

마켓 3.0 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간중심의 마케팅’이었습니다. 핵심은 3.0과 큰 차이를 두고 있지 않지만 4.0에서 기술한 시대 변화는 격변의 디지털 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배타적인 마케팅 목표는 포용적인 마케팅 자세로, 기업의 수직적 혁신은 수평적으로 변했고, 치밀한 연결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개인적인 선택에서 사회적인 선택으로 많이 치중된 점들을 마켓 4.0의 주요 환경변화로 꼽고 있죠. 분명한 것은 지금 마케팅 분야에서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공유경제, 옴니채널, 콘텐츠 마케팅, 소셜CRM 등의 트렌드가 생겨나게 되었고 본래의 4P,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Promotion)으로 판가름 나던 마케팅믹스는 이제 4C, 공동창조(Co-creation), 통화(Currency),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 대화(Conversation)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필립 코틀러는 말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고객 경로와 세일즈퍼널 이론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마켓4.0에서의 고객 여정은 4A(인지-태도-행동-반복행동)에서 5A(인지-호감-질문-행동-옹호)의 단계로 변화하고 있다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투명성의 시대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마케팅 기술론들 중에서도 마켓 4.0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뽑으라면 그것은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마케팅이 수직적, 배타적, 개별적 차원에서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가 가지게 된 권력과 권한에 기인합니다. 투명한 디지털 세계에서 가짜의 것으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통제하는 일은 더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 투명성 때문에 기업이 해야하는 마케팅도 기존과 같이 주입식일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소비자를 오디언스로 규정하고 오디언스가 바라는 콘텐츠로 소통하는 콘텐츠 마케팅이 전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브랜드 포지셔닝, 브랜드의 가치 제안

“브랜드는 강력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해서 확실하고 일관된 포지셔닝이 필요하며, 그와 함께 포지셔닝을 지원할 수 있는 진정한 차별화 요소를 내세워야 한다. 브랜드 포지셔닝은 기본적으로 마케터가 고객의 생각과 마음을 얻기 위해 전달하는 매력적인 약속이다.” – 마켓4.0 중에서

 

마케팅믹스(또는 마케팅 그 자체)가 가장 이상적으로 설계되어 기업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목표는 브랜드의 가치 제안을 잘 전달해서 판매를 수월하게 하는 일입니다. 브랜드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은 브랜드가 가지는 비교우위 또는 장점을 기업이 고객입장에서 제안하는 것을 뜻하지요.

 

하여, 바로 이 브랜드의 가치 제안은 소비자가 기업의 목표와 가치가 기업의 활동에 ‘투명’하게 투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됩니다. 그 내용은 value statement, mission statement, core values, manifesto 등 에서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기업이 사명서를 그 기업의 모든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건물 외벽에 붙여 두거나 모든 상품마다 적어두는 것은 아닙니다(‘착하게 살자’를 팔뚝에 새겨넣은 80년대 조폭마냥 건물 외벽에 붙여 놓은 회사가 있긴 합니다). 그 사명은 기업과 조직원들이 그들이 고객이라고 상정한 사람들과 암묵적으로 체결한 약속이지요. 그 계약서를 그 전에는 못 봤던 저 같은 고객이 어느 날 발리의 숲 한 가운데에서 미국의 홀푸드마켓의 사명을 보고 이들이 여태 내게 이 계약을 잘 지켜왔다는 사실에 감명을 금치 못하는 겁니다.

 

네, 우붓의 마케팅 3.0 박물관에 적혀 있던 홀푸드마켓의 내용은 다름 아닌 이들의 핵심 가치와 미션 스테이트먼트였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들의 미션스테이트먼트

이참에 그야말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미국 기술 기업들의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확인해볼까요?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하지만 얼마나 그 기업이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회사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Connect the world’s professionals to make them more productive and successful.

 

세계의 전문직들을 연결하여 그들을 더 생산적이고 성공할 수 있게 한다.

 

– linkedin

 

Make your working life simpler, more pleasant, and more productive.

 

당신의 회사 생활을 단순하고, 쾌적하고, 그리고 생산적으로 만든다.

 

– slack

 

Give people power to share and make the world more open and connected.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세계를 더 열고 연결하게 하자.

 

– facebook

 

Give everyone power to create and share ideas and information instantly, without barriers.

 

모든 사람들에게 장벽없이 생각과 정보를 창조하고 공유할 수 있는 힘을 주자.

 

– twitter

 

Accelerate the advent of sustainable transport by bringing compelling mass market electric cars to market as soon as possible.

 

멋진 양산 전기 자동차를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어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의 창조를 가속화 하자.

 

– tesla

 

Empower every person and every organization on the planet to achieve more.

 

이 행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 microsoft

 

Create a world where you can belong anywhere.

 

어느 곳이든 당신이 소속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 airbnb

 

To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세계의 정보를 정리하여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든다.

 

– google

 

To be Earth’s most customers-centric company.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을 지향하는 회사가 되자.

 

– amazon

 

Make cities more accessible, opening up more possibilities for riders and more business for drivers.

 

도시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승객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운전자들에게 더 많은 일거리를 창출한다.

 

– uber

 

개인적으로 에어비엔비의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좋아합니다. 문장으로 아름답고, 그럼에도 에어비엔비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고, 고객은 에이비엔비를 통해서 무엇을 향유할지 넓지만 분명히 인지할 수가 있습니다. 이들이 하려는 혹은 해왔던 그 많은 것들이 “아, 그것 때문이었어? 그래, 그랬던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본인들이 하는 일이 ‘이 행성’이나 ‘세계’에 대한 일임을 분명히 적어두었습니다. 이미 저들은 전지구적인 기업이긴 합니다만, 저 미션 스테이트먼트에 부합되는 기업이 되려면 정말 엄청난 일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그 일은 무척이나 어렵겠지요?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단.히. 명료한 목표를 위해서 일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쉬워집니다. 우버의 목표를 보세요. 테슬라의 목표를 보십시오. 저기에 명료하지 않은 것이 있나요? 쉽습니다. 단, 그 가치가 단단하고, 운영진에서 말단 직원까지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그 목표를 동의하고 일을 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형성된다면 말이죠. ‘지구를 구하는’ 것 따위의 미션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기업의 약속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이윤 추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달릴 것인가

 

 

<'We a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이라고 회사 소개페이지의 첫 문장이 적혀 있다. https://www.patagonia.com/company-info.html>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그로 인한 환경 피해를 유발시키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을 수립하고 실천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파타고니아의 미션 스테이트먼트입니다. 멋진 말이지요. 하지만 너무 먼 이상향 같기도 합니다. 많은 기업은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가치 기준의 수준으로 움직일 수만은 없습니다. 많은 NGO나 사회적기업이 있긴 하지만 보편적으로 이러한 지구적 사명을 위해, 또 커다란 사회 문제를 위해 기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랬다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었겠지요.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존재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맞는 말인데 요즘은 그것이 꼭 전부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는 기업과 브랜드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러한 브랜드와 기업들에 둘러싸여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투명성에서 비켜갈 수 있는 기업과 브랜드는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게 정치인이든, 디젤 자동차든, 생수 한 병이든.

 

 

미션 스테이트먼트 = 정확한 약속

그럴싸한 사명문을 만들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를 적고 조직 구성원들이 그것을 따를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그 사명에 따라 만들어진 상품을 소비자에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느 회사에서 ‘meaningful sensation’ 이라고 핵심 가치를 적어 두었다면 정말로 고객에게 meaningful sensation을 줘야 합니다. 최소한 그것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고객이 수긍해야 합니다.

 

기업의 마케팅은 바로 저 한 문장에서 시작합니다. 그 문장이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숨겨져 있어도 상관 없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왜 만들었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기업의 제품만큼 매력없는 상품이 또 있을까요?

 

“아니, 테슬라 같은 20만불짜리 전기차를 파는 게 아니라 2,900원짜리 실리콘 휴대폰 케이스를 판다고!” 라고 항변하고 싶다면 해도 됩니다. 카테고리의 차이는 존재하긴 합니다만 과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요? ‘휴대폰 실리콘 케이스’로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하면 7,984,692개의 제품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2,900원짜리 케이스를 사실 건가요?

 

 

 

 

김해경

hara@stone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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