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시선

‘9시 뉴스’ 대신 넷플릭스 보는 시대

곽팀장

2019.07.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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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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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쏟아지는' 미디어 콘텐츠와 플랫폼 속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원합니다. TV만 틀어도 나오는 채널이 수 백 개지만 모바일과 스트리밍이라는 거대 흐름은 컨텐츠 소비를 바꿔놨고실시간 콘텐츠는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압도하는 콘텐츠 계의 양강 구도가 형성됩니다.

 

넷플릭스는 자신의 경쟁상대를 '유튜브'로 지목했지만, 이는 기업 관점일 뿐 고객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매일 신선한 콘텐츠가 거래되는 유튜브가 '시장'이라면 넷플릭스는 주력상품이 반 고정된 '백화점'이랄까요? 어쨌건 우리는 '시장'과 '백화점'을 오가며 마음껏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소비자'가 되었습니다. TV 한 대와 리모컨 하나로 온 가족이 '손품' 팔아 모두 같은 콘텐츠를 소비했던 때와는 풍경이 다릅니다. 저녁 9시가 되면 TV 앞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오손도손 과일 깎아 먹던 그 모습은 이제는 사라졌으며 콘텐츠를 매개로 한 소통도 과거 ‘대세 예능’이나 '국민 드라마' 같은 타이틀 대신 '어제 유튜브 그 영상 봤냐' 라던지, ‘넷플릭스 이번 신작 대박’이라는 식으로 변해갑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Z세대들이 잘 모를 옛날이야기로 시작해 컨텐츠 소비와 플랫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국내 가입자 153만 명을 돌파한 넷플릭스의 고속성장이 알려주는 메세지는 무엇인 지 알아보겠습니다.

 

 

Phase 1. '틀어주던 대로 보던’ 시대와 '보고싶은 대로 트는’ 시대

 

과거에 안테나와 수상기를 달고서 TV를 보던 시절에는 전국 공통으로 5~6개 채널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5개 채널만 보고 살 수 있냐고요? 디지털 '올드보이' 아니냐고요? 네, 옛날에는 그랬습니다. 모든 국민들의 콘텐츠 소비패턴이 같았습니다. 저녁에는 9시 뉴스를 봤고 뉴스 끝나면 드라마를 본 다음 드라마도 끝나면 잠자리에 들고 하루를 마치는 식이었습니다. 새벽에는 애국가와 화면조정 시간이 나오면서 다음 날 아침까지는 아무 방송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케이블 TV(유선방송)의 등장으로 수십 개의 채널이 생기고 콘텐츠 소비 패턴은 완전히 변합니다. 그간 단순히 '틀어주는 대로 보던' Needs는 내가 '보고싶은 대로 트는' Wants의 개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제는 온 종일 스포츠 채널이나 낚시만 보는 것도 가능했고 새벽 3시에도 TV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미디어 콘텐츠 ‘빅뱅’ 시대였던 이때는 리모컨, 즉 채널 선택권이 미디어 소비자의 주권이었습니다. ‘채널 고정’, ‘주파수 고정’과 같은 말이 반증하듯 그들의 경쟁상대는 동일 플랫폼 내 다른 채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tvN, JTBC 같은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면서 케이블 유선방송 시대를 한 층 뛰어넘어 콘텐츠 다양성뿐 아니라 새롭게 시도되는 콘텐츠 포맷이나 퀄리티로서 경쟁하는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Phase 2. '보고 싶은 컨텐츠'를 '보고 싶을 때' 보는 시대

 

주로 TV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소비하던 시대가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을 맞아서 큰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시작은 DMB였습니다. 우리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수맥봉 엘로드같이 생긴 안테나를 뽑아야만 했습니다. 이후 모바일 데이터망의 발전과 확장으로 Pooq, Tving과 같이 모바일 데이터를 소진해 미디어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주는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적어도 이 때부터 ‘영상 출력’ 관점이 아닌 ‘콘텐츠 소비’ 관점에서는 TV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을 하는 것 자체가 어색했지만, 지금은 어느새 익숙해진 것처럼 모바일을 통한 콘텐츠 소비 또한 변곡점을 지나 스마트폰과 모바일 데이터로 ‘스트리밍’하는 시대가 도래합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 3개 통신사에서는 Oksusu, 올레TV, U+모바일 TV 같은 서비스를 통해 단순히 실시간 스트리밍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예능 같은 라이선스 콘텐츠를 대여(TVOD)해주기 시작합니다. 이미 각 통신사가 IPTV(인터넷 TV)를 통해 서비스한 모델이기도 했으며,  일종의 디지털과 모바일 시대의 ‘으뜸과 버금’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이죠. (Z세대를 위해서 덧붙이면 ‘으뜸과 버금’은 과거 도서와 비디오를 전문으로 대여해주는 프랜차이즈입니다.)

 

  

 

 

 

 

 

Phase 3. '보고 싶은 것' 보던 시대와 '볼만한 것' 보여주는 시대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 모바일에서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나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콘텐츠라는 것을 들여다보니까요. 무료라고 보여주는 것들이 이미 극장에서 본 게 태반이에요. ‘무료영화’라고 올라오는 것들은 이미 봤거나 ‘신작’으로 등록된 것은 극장에서 보는 것과 가격이 같아요 그래서 ‘추천작’이라고 안 봤던 작품을 결제하고 봤는데 속된 말로 핵노잼, 포털에 쳐보니 별점이 낮아요. 이 때부터 고객들은 무료라는 달콤함과 컨텐츠 규모감에 현혹되어 차마 놓쳤었던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데 정작 볼 것이 없을까? 지금이 양으로 승부하는 ‘콘텐츠 산업화 시대’도 아니고, 작품 ‘하나를 보더라도’ 시간 아깝지 않고 인생 작품으로 되뇌어질 만한 매력적인 컨텐츠를 보고 싶다.“

 

아마 이때부터 ‘넷플릭스’, ‘왓챠’ 등 OTT라고 불리는 서비스들이 국내에 언급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해외 OTT 서비스들이 처음 내세운 가치는 콘텐츠의 양이나 무료 따위가 아닌 ‘고객의 취향’ 이었습니다. 콘텐츠 소비 패턴과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사용자들이 ‘보는 것’에서부터 ‘볼만한 것’을 분석해냈습니다. 예전처럼 볼 만한 콘텐츠를 헤집어가면서 시간을 낭비하거나 시청한 후에도 뒤가 찜찜할 일이 적습니다. 고객들은 이 서비스들을 유료로 구독하기 시작하는데, 2019년 넷플릭스 국내 구독자는 153만 명입니다.

 

 

  

사진 출처 : 로컬뷰

 

디지털 시대 ‘으뜸과 버금’과 주인 아저씨의 ‘안목’

 

어쩌면 사람들이 콘텐츠 플랫폼에 바랬던 점은 단순히 타이틀만 대여해주는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나도 잘 모르는 나의 취향과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콘텐츠 큐레이터’ 역할 아니었을까요? 쉽게 말해 고객은 ‘으뜸과 버금’도 필요했지만 비디오 대여점 주인아저씨의 ‘안목’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 시절 비디오 가게에 가면 주인아저씨가 자신의 기준대로 나름대로 볼만한 작품들을 추천해주거나 내가 빌려봤던 작품 이력을 토대로 다음에 볼만한 작품들을 추천해 줬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이동진이 있다면 20년 전 비디오 대여점에는 주인아저씨가 대중의 시각에서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는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때에 시청하고 또 추천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핵심만 다시 간추려서 정리해볼까요?

 

1세대 = 콘텐츠 다양성의 시대 (미디어 소비자의 권한이 집약되었던 ‘채널’과 '리모컨')

과거 TV 채널이 5개였던 시절도 있었던 만큼 미디어 소비자의 선택지는 굉장히 한정적이었습니다. 유선과 케이블은 콘텐츠 적 다양성에 기여했지만 결국 그 안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찾아야 했습니다. 내가 '볼만한' 컨텐츠가 어떤 채널에서 하는지 채널 전체를 한 바퀴 돌려서 찾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2세대 = 콘텐츠 옴니채널의 시대 (미디어 컨텐츠 소비를 변화시킨 ‘모바일’과 ‘스트리밍’)

내가 보고싶은 콘텐츠를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내가 보고 싶은 곳 어디에서나 소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TV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소비했던 기존 질서가 변화하는 디바이스 트랜스포메이션이 발생합니다. 결정적으로 모바일 데이터를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바일로 콘텐츠 소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됩니다.

 

3세대 = 콘텐츠 큐레이팅의 시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제공하는 ‘개인화된 경험’)

볼거리의 홍수 속에서 이제 사람들에게 중요한 점은 볼거리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볼 것인지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으뜸과 버금과 같은 플랫폼도 필요했지만 무엇을 볼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안목이 필요했고 넷플릭스와 왓챠는 이 점을 성공적으로 공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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