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미의 매거진

스타트업의 임파워먼트 마케팅과 브랜드 스토리텔링

최연미

2019.05.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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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필 프리티>를 보았다. 미국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 에이미 슈머의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 이어 또 한 번 유쾌한 코미디를 만났다. 사랑스러운 통통이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여주인공이 살을 빼러 간 스피닝 클럽 소울사이클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치게 된 사건에서 시작한다. 머리를 크게 부딪히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너무 날씬하고 예쁜 사람이 되었다고 본인만 착각하게 된다. 자신감이 과하게 올라간 여자 주인공이 세상의 주인공처럼 느끼며 발랄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이야기이다. 내용은 뻔하지만 에이미 슈머의 비타민 에너지를 보는 맛으로 가볍게 볼 만하다.

 


 

클럽 같은 스피닝 스튜디오

영화에 나오는 소울 사이클 스튜디오는 뉴욕을 중심으로 셀렙, 모델, 패셔니스타, 커리어 우먼 등이 많이 찾는 곳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45분간 스피닝 클래스를 받는 것인데 실내 자전거를 타는 게 뭐 새삼 새로운 비즈니스도 아닌데 유독 소울사이클의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심이 간다.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2016년에는 IPO 상장 직전까지 갔다. 2005년 오픈한 소울사이클은 2014년 매출 1억 1,200만 달러 (약 1,340억 원)였고 순이익은 316억 원이었다. 상장 신청 당시 미국을 넘어 캐나다에 진출하였고 74여 개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다. 2016년 이쿼녹스에 소울사이클 지분 97%를 넘기면서 두 창업자 엘리자베스 커틀러와 줄리 라이스는 각각 9천만 달러(약 1,000억)를 벌었다. 두 사람은 이사회 멤버로 남고 인수 기업인 이쿼녹스의 사업 부사장이었던 멜러니 웰런이 CEO로 오게되었다. 멜러니 웰런은 이쿼녹스의 피트니스 사업에 합류하기 전에 스타우드 호텔과 항공사 버진그룹을 거쳐 고객 경험과 브랜드 확장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Small Idea, Big Success


두 여자의 의기투합으로 만든 스피닝 스튜디오

창업 10년 만에 각각 천억을 거머쥐며 성공적으로 Exit를 한 엘리자베스 커틀러와 줄리 라이스는 서로 모르는 사이었다. 그리고 피트니스 업계 출신도 아니었다. 퇴근 후 같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우연히 알게 된 그들은 점심 식사를 짧게 하기로 하였다. 식사중에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 스피닝 클럽을 만들자며 잘 모르던 두 명의 여자가 의기투합하였다. 엘리자베스는 당시 고급 부동산 회사의 부동산 중개사였다. 아이 둘을 낳으며 찐 살을 빼러 요가를 했다고 한다. 줄리는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었는데 조깅과 하이킹을 즐겨했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만난 둘은 뭔가 다 같이 함께 의지하며 신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보자며 사업을 시작했다.


뉴욕의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첫 스튜디오는 중고 거래 사이트인 크레이그 리스트에서 찾아서 구한 곳이라고 한다. 참고로 크레이그 리스트는 벼룩시장이나 중고나라처럼 중고 제품이나 집을 거래하는 사이트이다.  각자 수건을 가져와 개어 놓고 단초롭게 두 여자의 창업이 시작되었다. 스튜디오 앞에는 인력거와 비슷한 릭샤를 노랗게 페인팅하여 놓았다.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놓았는데 가끔 불법 주차 위반 딱지를 떼일 때도 이었다고 한다. 소울사이클하면 레몬 밝은 노란 색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노란색이 그저 밝고 긍정적인 색상이라 노란색을 브랜드 컬러로 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란 레몬의 단면을 브랜드 로고로 만들었다. 쉽게 만들었지만 잘 만든 디자인이다.


   당신은 할 수 있다. 

테스트모니얼 마케팅과 임파워먼트 마케팅

소울사이클이 브랜드 스토리를 홍보하는데 예산이 많이 드는 매체 광고는 전혀 고려할 수 없었다. 자본 없이 시작한 작은 창업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마케팅을 고민하였다. 작은 스튜디오 하나인 소규모 창업 브랜드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 택한 방법은 입소문이었다. 브랜드를 경험한 사람들이 긍정적인 입소문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Waver(웨이버/고객의 칭찬)를 일으켜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담이 그 고객을 중심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가장 집중한 브랜드 스토리는 "당신은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방적인 브랜드 주입이 아니라 잠재 고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과 성공 체험을 북돋는 전략이었다. 


라이더(고객)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그와 관련된 스토리와 소울사이클 커뮤니티 소식을 콘텐츠로 만들어 돈이 들지 않는 owend platform에 꾸준히 실었다. 소울사이클 웹사이트,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회원들의 운동 성공담 이야기를 오늘의 전사(warrior)로 소개하였다.특히 Ally Rice라는 전직 테니스 선수의 무릎 재활 운동으로 시작한 소울사이클 이야기는 꽤 훌륭한 브랜드 스토리텔링 감이 되어 주었다. 재활 치료를 위해 소울사이클을 시작한 라이언은 실제로 소울사이클의 스타강사가 되었다. 이렇게 일반 회원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되는 소울 스토리(Soul Story)는 소울 블로그에 소개된다. 소울이라는 이름처럼 소울사이클은 정신적인 가치 또한 많이 강조한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에 퍼지는 자몽향의 노란 향초를 켜 두고 요가처럼 마음을 다스리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정신적인 에너지를 키워주려고 한다. 수업 끝에 나마스테를 하지 않나, 매장 오프닝 행사에도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브랜드의 적극적인 홍보 대사

임파워먼트 마케팅은 고객에게 브랜드 평가와 브랜드 홍보 권한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이다. 고객이 브랜드에 긍정적인 경험을 한 뒤에 스스로 주변 지인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매체 비용이 전혀 들지 않지만 효과가 높다. 특히 피트니스 센터와 같이 물리적인 위치가 정해져 있고 해당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해야하는 것은 지인에 의한 추천과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이 가장 확실하다. 물론 모든 고객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는 없다. 브랜드에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이든 부정이든 브랜드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 것은 일단 그 커뮤니티 안에 관심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부정보다는 긍정이 더 지배적인 의견으로 흘러가도록 한 명 한 명의 고객에 집중하면 전체적으로 인지도와 브랜드 호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고객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믿어야 한다. 부정적인 의견도 브랜드 경험을 개선시키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임파워먼트 마케팅은 아래와 같은 단계로 선순환 된다.


1. 브랜드 경험

2. 긍정적인 경험 축적

3. 고객에게 브랜드 홍보 권한 위임

4. 주변 지인 전파

5. 브랜드 커뮤니티 확장


이제 소비자 한 명 한 명이 거느린 소셜 미디어 영향력을 감안하면 소규모 창업자에게는 유료 광고보다는 임파워먼트 마케팅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쇼핑몰을 했을 때 검색 포털 사이트의 유료 광고 서비스를 진행해 본 적이 있다. 검색어 비딩 시스템이라 노출 결과와 광고 예산은 직결되어 있다. 하지만 검색 광고비용에 비해서는 크게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한정된 예산에서 그 마저도 마음 떨려서 진행하지 못한 적이 많다. 바로바로 줄어드는 예산이 보이기 때문이다.


소울사이클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Find it' 마케팅 캠페인은 소울사이클에서 강조하는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정신적인 연대감을 강조한다. 마치 클럽에 온 듯한 어두운 조명에 신나는 음악에 맞춰 고강도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화이트, 노란색의 밟은 스튜디오를 연출하였다. 일단 45분간의 수업이 시작되면 클럽 같은 조명에서 록스타(rock star)라고 불리는 코치들이 라이더(고객)의 흥을 한껏 올려 고강도 운동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록스타는 DJ처럼 각자 매번 다른 음악 프로그램을 틀며 하나의 기승전결이 있는 쇼를 하듯이 수업을 진행한다. 스타 강사들 또한 정규직에 동종업계보다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커뮤니티 마케팅

레몬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자전거 바퀴 모양 로고가 인상적인 소울 사이클 스튜디오에는 레몬 색상을 활용한 자체 운동복과 용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같은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운동하다 보면 회원들 간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미국 MBA 유학 시절, 마케팅 수업에서 같은 반 친구에게 곰인형을 주는 치과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치과 치료가 무서웠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에게 작은 곰인형을 선물해줬고 그걸 손에 꼭 쥐고 무서운 치과 치료의 순간을 잘 넘겼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나중에 커서 그 치과 곰인형을 받아본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묘한 동질감과 추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수업에서 “나 그 인형 아직도 있어”하는 친구도 있었다.곰인형을 꼭 쥐며 무서운 치과 치료를 이겨낸 아이들이 커서 각자의 꿈을 좇고 일을 하다 같은 치과 경험을 한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지듯이 건강해지고 싶은 도시의 젊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사랑방 같은 커뮤니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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