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카페지기 김씨의 매거진

백화점들의 옷은 왜 이렇게 비쌀까?

이씨카페지기 김씨

2018.10.18 18:28
  • 4465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0
  • 6

 

백화점들의 옷은 왜 이렇게 비쌀까?

대형 유통 업체의 갑질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백화점의 유통구조는 상당부분 ‘직매입’ 형태입니다. 직매입이란 백화점의 바이어가 제조사 또는 패션업체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이름도 이해하기 어려운 ‘특정매입’ 이라는 방식을 취합니다. ‘매입’이라는 단어때문에 한국의 백화점들이 상품을 브랜드로부터 직접 사들이는 것이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매입거래는 백화점이 제조사, 또는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한 뒤 팔고난 재고는 반품하는 거래형태를 말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외상매입거래’라고 부르면 좋을 것을 왜 이렇게 애둘러 이야기하는 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백화점은 외상으로 물건을 띄어다 판매하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어떤 분들은 백화점이 외상으로 매입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판매상’이라 착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아쉽게도 백화점은 판매상이라기 보다는 임대업자에 가깝습니다. 왜냐,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판매원의 급여는 물론 인테리어 비용, 매장 관리 비용 등을 모두 입점업체 곧 브랜드가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백화점은 판매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임대비를 30~40% 정도 가져갑니다.

이러다보니 백화점은 점점 더 높은 수수료와 각종 비용을 브랜드에 떠넘기고 있고 브랜드는 적정 수입을 보전 위해 물건 값을 슬그머니 올리는 상황이 뒤풀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제품원가에 더하여 고율의 백화점 마진과 판매비용 그리고 브랜드 마진까지 더해진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그렇지만 한국 경제가 저성장기로 들어서면서 많은 고객들이 백화점의 비싼 가격에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수요가 줄어드니 매출이 줄고 매출이 떨어지니 백화점의 이익도 하락하게 됩니다. 수수료 수익으로 평가받는 백화점의 바이어들은 입점 업체와 브랜드들을 쪼기 시작합니다. 빨리 빨리 할인상품을 가져오라고요.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소수의 대기업이 유통 채널의 대부분을 독과점하는 형태입니다. 당연히 브랜드는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의 요구사항에 순순히 응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시즌 백화점 **MD때, 구석진 자리를 배당 받거나 퇴출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백화점은 연중 세일행사로 정상가에 상품을 파는 날이 오히려 드문 판매채널이 되어 버렸고, 이런 할인가를 예상하고 제품가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 이젠 패션 브랜드의 관행처럼 굳어져 버린 상황입니다.

** MD : 시즌별, 층별, 카데고리별 백화점의 상품구성을 변경하는 행사, 이때 발생하는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비용은 업체, 브랜드가 담당..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3회째 진행된 ‘코세페’는 올해도 역시 별다른 성과없이 행사가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백화점 정기세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사에 소비자들이 시큰둥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하고 지원사격을 벌이는데도 ‘코세페’가 흥행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또한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불합리한 유통구조에 큰 원인이 있습니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한국의 거대 유통회사는 마트, 백화점, 아울렛 등 거의 모든 유통채널을 과점화하고 있습니다. 마트의 경우 사입비중이 타 채널에 비해 높지만 고객들이 패션상품을 많이 구매하는 백화점이나 아울렛의 경우는 여전히 위탁판매의 비중이 높습니다. 때문에 이들 채널의 경우 재고가 남든 안 남든 크게 게의치 않는 게 현실입니다.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백화점이 재고를 떠 안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다음 신제품이 나오기 전에 파격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없애야 합니다. 평균 할인율이 50%에 달하고 최고 90% 수준의 할인 상품이 나오는 까닭이 이 때문이지요.

하지만 한국은 년중 180여일에 가까운 세일을 진행하는 ‘할인공화국’입니다. 거의 이틀 한번 꼴이라 고객들이 체감하는 세일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백화점 등 진행하는 유통업체는 판매 수수료만 챙기려 하다 보니 ‘코세페’의 평균 할인 폭이 20~30%에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대다수 신상품이나 인기상품은 할인에서 제외되어. 소비자들이 ‘코리아세일파스타’를 통해 엄청난 할인 폭으로 상품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별다른 수요를 끌지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브랜드와 최종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현재와 같은 유통구조는 바뀌어야 하지만 거대 자본을 통해 임대업 본연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변화하기는 어려울 듯 보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시장을 흔드는 제 3의 유통업자가 나오는 것도 불가능해보이구요. 결국 슬프게도 소비자 스스로가 스마트해지는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노파심에 묻습니다. 백화점에서 정상가에 상품 구매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지요?

-

이씨카페지기 김씨,
15년간 브랜드 유통 특히 온라인 유통 업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나는 패션 브랜드, 쇼핑, 유통 마케팅 이야기를 합니다.
  • #eccafe
  • # 패션 리테일링
  • # 이씨카페지기 김씨
  • # 브랜딩
  • # 패션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