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미의 매거진

프리미엄 브랜드와 프리미엄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최연미

2018.10.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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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뜨거웠던 쉐이크쉑 론칭 
뉴욕에서 온 프리미엄 버거 쉐이크쉑. 첫날 오프닝 행사의 열기는 정말 뜨거웠다. 33도 폭염이 깔린 강남대로는 행사 시작 전에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전날 밤 10시부터 지방에서 올라온 첫 번째 고객을 시작으로 이른 아침부터 벌써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취재진이 몰렸고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모든 관계자들과 고객이 하나가 되어 행복한 오프닝 행사를 치렀다. 사실 한 매장에 하루 4,000여 명 이상 고객이 몰리는 것은 쉐이크쉑 오픈 사례에서도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대중적 흡입력이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 
프리미엄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게 된 계기는 이런 질문에서였다. 럭셔리, 패션, 뷰티 브랜드를 광고주로 두는 패션 잡지사를 거쳐 쉐이크쉑 국내 론칭과 5호점까지의 마케팅을 펼쳐오며 자주 듣는 질문이었다. 

지인들이 물어보는 ‘그런 브랜드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통점은 고급스럽고 화제가 끊이지 않으며 약간은 비싸지만 분명히 돋보이는 브랜드였다. 자신만의 색다른 문법으로 차별화된 가치와 독특한 브랜드 체험을 만들어 가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오래갔다. 또한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프리미엄 브랜드는 희소성을 추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특별한 가치를 지니지만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볼 수 있는 제품의 가격대와 상대적으로 쉬운 접근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시장 크기를 폭넓게 가져가고 브랜드가 오래가는 힘을 갖고 있었다. 

럭셔리와 프리미엄이라는 모호한 경계선을 가르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가격적인 측면에서 쉽게 구분해 보자면 이렇다. 동일 제품군에서 시장 평균 가격의 30퍼센트 이상의 가격을 인정받는 제품을 업 마켓 Upmarket 브랜드,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인정받는 제품을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한다. 그리고 5배 이상 또는 그 이상 비교할 수 없는 가격을 형성한 브랜드를 럭셔리 브랜드라고 부른다. 

두 배 이상 가격을 인정받는 제품이 
프리미엄 브랜드
프리미엄 마케팅은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프리미엄 마케팅은 단순히 프리미엄 브랜드를 마케팅 하는 것이 아니다. 프리미엄 마케팅은 차별화된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획부터 론칭,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차별화된 마케팅 관점을 녹여내고 돋보이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브랜드마다 내세우는 프리미엄 가치는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가격이나 품질, 성분 등을 집중해 마케팅해왔다. 하지만 프리미엄 마케팅은 약간 다르다.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무형의 이미지, 디자인, 브랜드 가치와 철학, 구매 및 소비 과정 등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하는 모든 접점에서 타사에 비해 돋보이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를 프리미엄으로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객이 굳이 웃돈을 내고 구입해야 할 프리미엄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고 선택되도록 정교하고 똑똑하게 기획하고 설계해야 한다. 그 브랜드를 갖고 싶도록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하며, 탁월한 가치를 세련되게 설득해야 한다. 또한 근사한 브랜드 철학을 올곧게 담아내야 한다. 

사실 살아가는 데 굳이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 프리미엄 가치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은 종합 예술을 통해 프리미엄 가치를 시각화하고 특별한 체험의 과정으로 연결시키며 지갑을 열게끔 마음을 뒤흔들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작업이다. 


우리 모두가 프리미엄 마케터
사실 럭셔리 브랜드를 한 세대에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두 현재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을 시작해 볼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가 생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개 10년이 안된 브랜드가 많다. 그 시작은 어쩌면 소소하지만 진정성 있게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오다 보니 어느덧 프리미엄의 반열에 오른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고객이 프리미엄을 느끼는 순간
    
고객이 오롯이
나만의 브랜드 경험을 하게 될 때 
프리미엄의 가치를 느낀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를 구분할 때 여백의 여부라고 설명한다. 동양화는 흰 여백이 많아 허전한 듯하지만 그림을 보는 사람의 상상력과 사색의 폭을 넓혀주는 느낌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특별한 체험은 주어진 것을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의미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특별한 경험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결과와 방향성, 기쁨, 살아온 경험을 반추하고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추가하게 된다. 사람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공유하고 싶게 하는 이유다. 마케팅은 내 안에 이미 내재된 긍정적인 경험과 생각을 발현할 수 있도록 섬세하고 세밀한 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이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융단이 아니라 고객이 따뜻한 관심과 섬세한 배려를 받고 있다는 온돌방의 아랫목 같은 느낌이 더 가까울 것이다. 

마케터는 정답을 내려서 고객에게 세뇌시킬 수 없다. 고객 경험이란 씨실과 날실을 엮어 각자 다른 체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다른 체험과 느낌이 발현되어 퍼져나가도록 두어야 한다. 꽉 채우지 않고 각자의 여백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인 소문의 진앙지를 만들어볼까요?
브랜드를 먼저 경험하고 적극적으로 퍼트려줄 긍정적인 소문의 진앙지를 만들면 효과적이다. 쉐이크쉑 매장 오프닝마다 항상 정식 오픈 며칠 전 진행하는 하우스워밍 파티는 핵심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고객들과 가장 먼저 만나는 소셜 개더링 파티이다. 하우스워밍 파티에는 인근 지역 잠재 고객들과  셀렙, 모델, 셰프, 브랜드, 유통, 금융, IT, 아티스트 등 다양한 영역의 고객들을 초청해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별다른 형식 없이 자유롭게 밴드 공연과 맛있는 메뉴들을 즐기면서 즐거운 사진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행사이다. 이 파티는 또한 오픈을 위해 그간 고생한 직원들과 매장 스텝들을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고객과 구분 없이 브랜드가 갖고 있는 세련되고 유쾌한 에너지를 뿜기도 한다.

줄을 서는 순간부터
브랜드 경험이 시작된다.
쉐이크쉑 1호점 강남점 오픈일은 한국에서 가장 더운 시기인 7월 말이었다. 그늘 없는 강남 한복판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지치지 않고 줄을 설 수 있을까가 우리의 고민이었다. 땡볕에 고객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쉐이크쉑 장우산을 만들어 오전부터 줄을 서 있는 고객들에게 우리는 이 우산을 빌려주었고 미리 준비한 시원한 생수와 아이스팩을 무료로 나누어줬다. 갑자기 한여름 소나기가 내려도 비를 맞지 않고 줄을 설 수 있었고 연인들은 우산 하나를 같이 쓰며 다정하게 줄을 서기도 했다. 쉐이크쉑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우산 행렬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고 그 줄에 동참하고 싶게 했다. 놀이동산에서 줄 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쉐이크쉑 줄 서기는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다.

이런 열풍을 ‘페스티벌 효과’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폭염 속에서 줄을 선 소비자들 대부분 짜증내기보다는 즐겁게 셀카를 찍고, 무료로 나눠주는 샘플링 음료로 목을 축이며 우산을 함께 쓰며 즐거워했다. 조금씩 줄어드는 줄을 마치 놀이동산에서 놀이처럼 즐기곤 했다.  ‘자신이 즐겁다고 생각되면 불편하더라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사회적 현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줄 대기하는 고객들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비가림막이 되어준 대여 우산

미국 에피소드 중에서 내가 들었던 미담 중 하나는 어느 연인이 식사하러 왔는데 남자가 같이 온 여성 고객 몰래 테이블보, 촛대와 초를 미리 준비해와서 테이블 위에 깔고 버거 트레이를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서프라이즈 고백을 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모두 같이 축하해주었다고 한다. 그 고객에는 쉐이크쉑 매장이 바로 특별한 고백을 할 가장 따뜻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브랜드를 체험하는 시작점인 줄 서는 과정 동안 내내 즐겁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따뜻한 호스피탈리티 철학을 고객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빼곡한 메뉴판을 보면서 이런저런 알짜 정보를 교환하며 메뉴를 고르는 고객들의 호기심 가득한 모습과 뜨거운 열기가 대형 선풍기 바람에 섞여 돌아갔던 그 한여름의 줄 서던 모습은 필자에게도 찐한 추억이다. 울며 웃으며 찐한 추억들과 함께 줄 서며 행복해했던 고객들의 얼굴 하나하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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