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TANK 최창규의 매거진

대행업에 대한 편견과 오해

THINK TANK 최창규

2018.08.2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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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업에 대한 편견과 오해

올바른 대행사 사용법

 

 

저는 대행업으로 밥을 먹고 삽니다. 세부 카테고리는 광고, 콘텐츠, 마케팅 분야이고 제 능력과 지식을 재화와 교환하는 지식 산업, 무형 서비스업 종사자입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목표에 맞는 최선의 결과를 내고 유유히 사라지는 전문직 '용병(傭兵)'과 같습니다. 어느 한 곳에 소속되거나 고용된 관계가 아닌 고객에게 일을 의뢰받고 객관적이고 동등한 입장에서 (사실 동등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THINK TANK를 창업하기 전 운 좋게도 인하우스 마케팅 담당자, 광고 에이전시 양 쪽 입장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대행업의 본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심정적으로는 갑의 위치보다는 을의 입장에서 더 오랜 시간 일 해왔고 현재도 대행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을의 입장이 더 공감이 가고 이 입장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전문직'이라 쓰고 '노가다'라 읽는 대행업 종사자입니다.

 

대행업으로 작게나마 회사를 꾸려가고 있고, 최근까지 모 스타트업의 마케팅 팀장 겸직 자격으로 타 대행사들을 관리하며 느낀 점은 많은 회사들이 외부 전문가, 즉 ‘대행’을 의뢰하는 것에 대해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각 회사의 업종과 상황, 이해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고 갑과 을 양 쪽 입장과 기대, 역할이 다르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대행업에 대한 많은 편견과 오해, 부정적 시선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입장과 특징을 잘 이해하고 협력한다면 효율적인 리소스로 서로에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양쪽의 입장이 워낙 다르고 확고하다 보니 제대로 된 협업이 이루어지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외부 전문가, 대행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생긴 배경에는 실력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가짜들이 무분별하게 설치면서 업계에 대하 편견을 심어준 점, 실력이 있어도 근거 없이 높은 비용을 고수하는 일부에 의해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행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일을 의뢰하는 '갑'은 어떻게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면 좋은지, 일을 의뢰받는 외부 전문가는 어떤 자세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총 4가지 편견과 함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 보았습니다. 

 

 

1/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 내부 직원들이 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업종의 대표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간혹 “직원들이 있는데 굳이 외부에 일을 맡겨야 하느냐?”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물론 대표,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기존 인적 자원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회사가 존속할 수 있기에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저도 사장이니까요.)      


하지만 대부분 회사들의 내부 직원 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 많죠. 내부 직원들은 본질적인 업무를 진행하기 앞서 (상당한 양의) 잡무와 잔업들이 주어집니다. (아이디어 도출, 기획서 작성, 내부 의견 조율, 경영진 설득, 이를 위한 각종 행정처리 등등) 거기에 사내에 돌아가는 다양한 변수와 이슈까지 대응해야 하니 정작 가장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내부 인력들은 각종 잡무에 치이고 내부 이슈에 대응하느냐 본업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즉 업무 구조상 내부 직원들이 본업과 미션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어떻게든 성과는 내야 하니 숙제하듯 피상적으로 ‘쳐내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회사의 체질과 실질적인 퍼포먼스는 점점 약해집니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의 성격이 회사에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고 보다 깊이 있고 인사이트와 전문적인 기술, 경험을 보유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의 사정상 내부에서 업무의 100% 일임하지 않더라도 서로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와 역할을 명확히 나누어 부분적으로 협업하는 방식도 매우 합리적입니다.

 

 

2/ 외부에 대행을 맡기면 영혼 없이 일한다?

외부에 일을 맡기겠다고 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대행사는 일을 영혼 없이 한다.’는 말이 돌아옵니다. 맥락상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서로의 다른 입장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간극’입니다. 


외부 전문에게 업무를 의뢰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자신들에게 투자해주기를 바랍니다. 일을 받는 외부 전문가는 대행업의 특성상 투입되는 예산에 맞는 시간을 투입해야 타른 일을 병행하며 생존할 수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예산에 맞는 수준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에 걸맞은 업무양과 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집중할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갑은 간혹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하게 되고, 을은 업무를 진행하며 많은 손해를 보지 않도록 방어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눈치게임’과 신경전이 깊어지면 서로가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죠.  함께 업무를 진행하기 전 양측은 사전에 정확한 업무 범위와 역할, 서로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이러한 내용이 계약서에 담기면 더 좋습니다. (현실적으로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매우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죠.) 

 

일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 단위의 불필요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지나치게 업무 컨트롤을 하게 되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로 인해 ‘영혼 없는’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조율한 내용을 기반으로 업무를 의뢰한 측에서는 외부 전문가에게 권한을 최대한 위임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3/ '쪼아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대행사는 ‘쪼아야 제 맛(?)’이라는 속설은 인하우스 담당자들에게 고전처럼 내려오는 명언입니다. (저 역시 인하우스 담당자로 있을 때 대행사에게 혹독하게 대하는 지령 아닌 지령을 받았었죠.) 일을 의뢰한 회사, 인하우스 담당자가 대행사를 ‘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대행사의 입김과 술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일종의 기선제압의 차원, 다른 하나는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한 일종의 채찍질인데요.    



지나친 갑을관계는 프로젝트를 망치게 됩니다.

 

전자의 경우는 간혹 해당 업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착한 담당자의 빈틈을 노려 이득을 취하려는 영악한 업체들에 대한 일종의 방어 전략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나쁜 업체들 정말 많죠) 후자의 경우 역시 대행사가 태만하게 업무를 수행하거나 긴장감 고조의 차원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업무를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견지해야 할 자세입니다. 다만 맥락에 관계없이 그 정도가 너무 과하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없습니다.

 

(나쁜 외부 전문가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 인하우스 담당자는 요구사항과 방향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최대한 명확하게 전달하고 그 기준을 맞춰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갑을관계라는 명분으로 무조건적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착취의 구조로 업무 지시를 한다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4/ 무조건 저렴할수록 좋다?

서로가 가장 민감하고 이견이 많은 지점이죠. 일을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고 싶고, 일을 받는 입장에서는 노력과 결과에 맞는 보상을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대가를 지불하는 갑의 입장,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 보니 을이 산정한 비용을 제대로 받기 쉽지가 않습니다. 때문에 갑은 실력과 과정, 맥락에 관계없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고집하고 찾습니다.     

 

이 역시 불문율과 같은 이야기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저렴한 액수로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제안하는 사람들은 일단 의심해야 합니다. 간혹 자신만의 철학이나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실력 저렴한 비용으로 알차게 일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진짜 전문가’가 아닌 저렴함을 이용해 적당히 돈 벌고 빠지거나, 부업 정도로 접근하는 비전문가, 사기꾼, 아마추어가 대부분입니다.      

 

 

저렴함을 강조하는 비전문가, 사기꾼, 아마추어 속지 마시길.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업무의 원리, 과정,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이해시키는 것보다 그저 저렴한 가격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런 치들에게 속아 피해를 보게 되고 저희 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더욱 쌓이게 됩니다. 시장 질서는 흙탕물이 되고 진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일하는 전문가들의 노동 대가는 소위 ‘똥값’이 되고 맙니다. 

 

물론 일을 의뢰 받는 전문가들의 태도와 눈높이에도 일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프로젝트의 목표, 범위, 체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자신만의 노력과 규모만을 기계적으로 계산해 무리한 예산을 요구하거나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서로의 이해와 눈높이가 지나치게 차이가 있다면 진행을 안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습니다.        

 

때문에 일을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전문가의 실력과 노력에 걸맞은 예산을 확보해줘야 합니다. 반대로 일을 의뢰 받는 전문가는 프로젝트의 목표, 규모,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들의 실력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 제안을 해야 합니다.  

 

 



대행업에 대한 오해를 풀고 서로 상생을 위해 고민하다 보니 글이 매우 길어졌습니다. 일을 맡기는 입장과 일을 의뢰 받는 입장의 관계는 마치 계약 결혼한 부부 같습니다. (사실 아직 결혼 안 했습니다.) 서로의 입장과 특징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일한다면 서로에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꿈같은 화두를 던져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대행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전문직 분들, 규모에 관계없이 자기 사업을 꾸려 가시는 모든 대표님, 사장님들께 사랑과 존경을 표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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