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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매출 올리는 새 기법, 프로그래머틱 광고”

블로터

2016.06.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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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사는 온라인 광고의 천국이자 지옥이다. 온갖 기법의 온라인 광고가 실험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천국이다. 반면, 뉴스와 콘텐츠를 보기 위해 거추장스런 광고들과 좁은 모바일 공간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기에 지옥이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막장이라 부른다. 웬만한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뜬금없고 맥락 없는 광고의 배치와 노출, 19금을 넘나드는 자극적인 내용. 서로 닮기 위해 베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딱 여기까지만 보면 디지털 광고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물론 배너광고라 일컫는 디스플레이 광고에 한정한 경우다. 실제 그렇게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영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 클레어 오브라이언 수석매니저는 지난 2015년 한 컨퍼런스에서 “배너광고는 단 한 번의 클릭을 만들어내기 위해 평균 1250번 서비스돼야 한다”면서 “낡아버린 배너광고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평한 적이 있다.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확산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주로 디스플레이 광고를 표적으로 삼은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보편성을 확보했을 정도다. 그만큼 광고 업계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아직 한국은 채택률이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안전지대라고 넋놓고 있기엔 증가세가 심상찮다. 심지어 모바일 영역까지 파고들 기세라 긴장감은 더해지고 있다.

 

프로그래머틱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프로그래머틱 광고시장에 대한 이마케터의 전망. (출처 : emarketer)


프로그래머틱 광고(Programmatic Ad)라 불리는 시장이 있다. 앞서 나열한 디스플레이 광고 생태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 기반의 광고 시장이다. 프로그래머틱 광고는 쉽게 설명하면 광고 상품의 증권거래소(Ad Exchange)라고 할 수 있다. 광고를 유치하려는 언론사(매체)와 광고를 게시하려는 광고주를 기술로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정밀한 매칭을 위해 머신러닝과 같은 자동화 기술이 동원된다.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취향의 사용자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추적하고 그들이 가장 선호할 만한 광고를 적시적소에 노출한다. 아울러 광고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광고주 순으로 보여줘야 하므로 실시간 비딩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테크놀로지와 데이터에 의해 수행된다. 통상 이 같은 플랫폼을 개발하는 사업체를 두고 애드테크 기업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래머틱 광고는 북미 시장에선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마케터에 따르면 이미 60% 이상이 프로그래머틱 방식으로 광고가 거래되고 있다. 사적 네트워크나 고전적 영업 방식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광고 집행 관행은 서서히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양새다.

 

국내에도 프로그래머틱 광고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애드테크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등이 국내 시장마저 장악하고 있는 애드 익스체인지 시장에 진입하려는 곳이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NHN TX가 주인공이다. NHN TX 신희진 대표를 지난 6월2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나 프로그래머틱 광고 시장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신희진 대표는 국내 프로그래머틱 시장에 대해 좁은 의미에서는 “아직 멀었다”라고 했다. 아직은 정교한 타기팅을 위한 데이터 확보,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해 구매할 수 있는 타기팅 시스템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덜 성숙한 측면이 보인다는 것의 그의 평가다.

 

“어뷰징 트래픽으로도 매출 커질 수 있게 됐다”



신희진 NHN TX 대표.


그에게 프로그래머틱 광고를 활성화하면 언론사에 어떤 유익이 있는지 단도직입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요지는 검색어 어뷰징 트래픽으로도 매출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과 퍼포먼스를 중요하시는 프로그래머틱 광고 시장이 자칫 혼탁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 대표는 “프로그래머틱 광고는 1명이 100페이지를 보는 것보다 100명이 1페이지씩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라며 “(어뷰징 트래픽은) 좋은 트래픽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UV가 늘어나는 게 괜찮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부연하면 이렇다. 타깃팅 되지 않는 트래픽은 여전히 의미가 없다. 그러나 프로그래머틱 광고 플랫폼이 이 명제를 바꿔놓고 있다. 의미 없는 트래픽조차 타깃에 맞춰 적정한 광고 노출 시점와 공간에 배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1초도 안되는 순간에 A라는 사용자게 선호할 만한 광고를 노출해 배정하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단 중요한 것은 PV보다 UV의 다양성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예전에는 프로그래머틱 광고 시장이 크지 않아서 트래픽이 늘어도 성과를 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트래픽이 늘면 매출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은 프로그래머틱 광고 시장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트래픽 증가는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췄다고 신 대표는 첨언했다.

 

“네이티브 광고? 광고 밸류의 핵심은 타기팅 기술”

 

신 대표는 배너광고 즉 디스플레이 광고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견해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디스플레이 광고의 대안으로 네이티브 광고를 거론하는 시각도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다. 광고의 포맷이 광고의 미래를 보증하는 수표가 아니라는 맥락에서다.

 

신 대표는 “광고의 밸류가 달라지는 것은 사용자를 추측해서 타기팅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타깃 예측이 되지 않는 네이티브 광고나 타기팅 되지 않는 디스플레이 광고나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포맷만 바뀌어 성인광고를 내보내면 다를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네이티브 광고를 “100%는 아니더라도 타깃의 50% 이상 관심 있을 만한 광고를 내보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것의 형식성보다 표적화 여부가 더 중요할 요소라는 판단이다. 신 대표 자신은 “디스플레이 광고가 네이티브 광고 형태로 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언론사 광고 영업직, 역할 바뀌거나 줄어들 것”

 


프로그래머틱 광고의 에코시스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양상이다.(출처 : IAB)


NHN TX가 개발한 토스트 익스체인지에는 조만간 2세대 타기팅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1세대가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표적 광고를 내보내는 리타기팅 방식이라면 2세대는 그룹별로 선호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유사 오디언스(Look-alike Audience) 타기팅 방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2세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머신러닝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기본 수준은 플랫폼 운영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는 7월 토스트 익스체인지에 부가될 유사 타기팅 기술은 그룹별 광고 선호 확률 계산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HN TX가 확보한 사용자 데이터가 100명(그룹)이라면 이들 100명(그룹)이 A라는 광고를 선호할 확률을 일일이 계산하는 분석 시스템이다. 당연히 모수가 늘어나고 광고가 다양해질수록 계산해야 할 데이터는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 시스템이 완비되면 광고주는 자사 광고에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은 사용자들에게만 한정해 광고를 노출하면 된다. 이 방식은 페이스북 등이 폭넓게 자사 광고 노출에 활용하고 있다.

 

신 대표는 NHN TX는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위해 더 이상 쿠키에만 의존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글 플레이가 제공하는 ‘AD ID’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담겨 있는 사용자 정보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이를 기반으로 NHN TX는 인구통계정보 추정 알고리즘, 관심사 추정 알고리즘, 유사 오디언스 순위 파악 알고리즘을 테스트 중에 있다. 신 대표는 “7월말 앱에서 론칭하면 웹과 앱을 연동해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페이스북의 효율까지는 안 나와도 국내 회사와 페이스북 사이 정도의 광고 효율을 이뤄낼 수 있을 같다”고 말했다.

 

유사 오디언스 타기팅 기술과 같은 프로그래머틱 광고 기법이 주류를 형성하면 국내 광고 영업 인력이나 광고 판매대행 업체의 역할에 변화가 생겨날 수도 있다. 대행업체를 거치지 않더라도 페이스북처럼 광고주가 직접 광고를 판매하는 구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사 입장에서도 직접 영업을 통한 광고 유치보다 네트워크 광고 비중이 커지면서 광고 영업 인력의 비중도 축소될 수 있다. 신희진 대표는 “광고 AE가 캠페인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역할에서 이제는 데이터 분석을 하는 그런 역할로 바뀐 것처럼 언론사 내 광고 영업의 역할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V 광고 시장도 타겟팅 영역으로 진화


HJ_SHIN_NHNTX_2신희진 대표는 국내 광고 시장의 한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는 퍼포먼스 기반의 광고 시장만으로는 시장 규모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광고주들 가운데는 광고 효율만큼이나 브랜딩 효과에 주목하는 광고주들도 여전히 많다고 했다. 두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때, 꾸준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점점 더 효과 기반의 광고 시장으로 조금씩 넘어가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언론사들도 이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T 기술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있으면 그런 광고주를 위한 시스템을 만든다거나 대응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 시장이 작다는 점을 유념해둘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프로그래머틱 광고는 TV 광고 시장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IP 기반으로 영상이 송수신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인구통계정보를 분석하고 추정하는 작업이 이젠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IPTV 업체들도 타기팅 기법을 도입해 적용한 터다.

신 대표는 “지금은 코바코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시장인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라며 이 시장도 곧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NHN TX는 지금 앱 기술을 응용하면 TV 타기팅 광고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수준으로도 사용자 패턴 분설을 통해 성별은 92%, 연령은 80% 후반대까지 맞힐 수 있다고도 했다. “허들이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 곧 사라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용어조차 낯선 프로그래머틱 광고는 알게 모르게 국내 광고 시장에 깊숙하게 침투한 상태다. 시장규모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애드테크 관련 기업이 등장하는 흐름과 속도를 보면, 광고 시장이 여전히 지옥의 상태에 머물러있다고 보긴 어렵다. 종언을 고해가던 디스플레이 광고마저도 머신러닝 등 기술을 만나 새 생명을 얻는 모양새다.

프로그래머틱 광고 시장의 성장이 새로운 디지털 수익 모델을 갈망하는 국내 언론사들에게 희망의 신호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확언할 수 있는 건 언론사가 양질의 트래픽을 모을 수만 있다면 광고를 유치할 수 있는 문턱은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대신 걸림돌이 있다. 포털이다. 신희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 포털이 뉴스 트래픽을 아웃링크로 언론사로 내보내고 그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갔다면 이 생태계는 훨씬 커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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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칼럼 출처  블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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