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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초거대 AI는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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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 AI

 


 

 

AI가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시대다.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은 그냥 AI가 아닌 초거대 AI를 개발하기 위해 전쟁 중이다. 초거대 AI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빅테크들의 격전장이 됐다. 이들 기업은 왜 초거대 AI에 사활을 걸고 있을까?

 

 

“나는 당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기도 해요I’m yours, and I’m not yours.” 2014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 속 인공지능AI 연인 ‘사만다’의 말이다. 개봉 당시엔 사랑에 대한 잠언 같았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 라고 해도 타인의 영혼을 온전히 소유할 수는 없다는 뼈아픈 진실 말이다. 2023년 지금, 사만다의 말은 초거대 AI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자기 고백이다. 사만다는 주인공 ‘테오도르’의 데이터와 취향을 학습해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다. 그러나 끝없이 발전하는 사만다는 인간이 감당 못 할 지적 수준에 도달하고 결국 테오도르를 떠난다. 마치 한 사람의 잠재력을 타인은 짐작할 수 없다는 듯이. 사만다가 하려던 고백은 결국 이런 것이다. “나는 당신으로부터 태어났지만, 당신은 나의 한계를 알 수 없을 거예요.”

 

 

 

사만다와 자비스를 현실에서도?

 


 

초거대 AI 기술이 발전하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와 같은 AI가 일상에 나타날 수 있다.

 

 

영화 속 공상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에 다가가기 위해 씨름 중이다. 초거대 AI는 그냥 AI와 뭐가 다를까? ‘차세대 AI’라고 이해하면 쉽다. 초거대 AI는 사람의 뇌 구조를 모방해 방대한 자료를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추론한다. 기존 AI가 가진 데이터에서 답을 찾는 데 그친다면, 초거대 AI는 기존에 없던 답도 내놓을 수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을 가르는 한 끗 차이가 ‘응용력’인 것과 비슷하다.

 

“시리야” 하고 부르면 명령어에 따라 미리 입력된 답변을 내놓는 정도의 AI와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 속 사만다는 주인공 테오도르에게 먼저 질문하기도 하고, “몸을 갖고 싶다”라며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AI 음성 비서 ‘자비스’도 초거대 AI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적들이 쳐들어오면 말한다. “자비스, 데이터 화면 띄우고 홈 네트워크에 연결해.” 그러면 아이언맨 슈트,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 안경 등에 탑재된 자비스가 최적의 전투 방식과 무기를 찾아낸다. 심지어 스타크의 어떤 판단에 반대 의견을 내거나 그를 만류하기도 한다.

 

 

 

초거대 AI에 꽂힌 일론 머스크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에세이나 소설도 창작할 수 있는 오픈AI의 GPT-3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LG, 네이버, 카카오…. 왜 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 경쟁에 열을 올릴까?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가 설립을 주도한 AI 연구업체 ‘오픈AI’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일부 성과도 내는 중이다. 오픈AI는 2020년 초거대 AI 언어 모델 ‘GPT-3’를 공개했는데, “실리콘밸리 전체를 소름 돋게 했다”라는 평을 받았다. 사람의 말을 기계어로 바꾸는 ‘코딩’ 작업이 전혀 필요 없고 오히려 직접 코딩해 인간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콜센터, 비서, 교육 등 인간 언어가 업무적으로 중요한 분야도 얼마든지 AI가 담당할 수 있다.

 

머스크가 초거대 AI에 꽂힌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 활동이란 100%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도록 하려면 ‘알아서 잘하는’ AI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운전이다. 국가, 계절, 날씨 등에 따라 도로 위에는 시시각각 수많은 변수가 출연한다. 모든 상황을 예측해 대응법을 입력해두기는 힘들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려면 도로 상황에 알아서 대처하는 초거대 AI가 필수다.

 

 

 

테크 기업들은 기존 AI보다 한 단계 진화한 초거대 AI 개발 및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정확한 번역을 넘어 보고서 작성 같은 서류 작업을 할 수 있고,

시와 미술을 쓰고 그리는 창작 활동까지 할 수 있다.

 

 

 

 

AI가 시 쓰고 그림 그리는 시대

 

지금은 어디서 초거대 AI의 활약을 목격할 수 있을까? 요새 초거대 AI의 주 무대는 다름 아닌 예술 분야다. AI가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개발한, 시 쓰는 AI ‘시아’는 올해 8월 <시를 쓰는 이유>라는 시집까지 냈다. 최근 미국의 한 미술전에서는 AI가 생성한 그림이 우승을 차지했다.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은 최근 세계 3대 디자인 스쿨 중 하나인 파슨스와 손잡고 디자인·예술 영역에서 활용할 AI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테크 기업들이 갑자기 예술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걸까? 그럴 리가. ‘인간 최후의 영토’로 여겨지던 예술·창작 분야는 역설적으로 초거대 AI의 능력을 시험할 최적의 분야가 됐다. 예술의 세계에는 정해진 답이란게 없다. 그러니 상용화된 제품과 달리, 초거대 AI의 결과물이 어느 정도 엉망이어도 우리는 너른 마음으로 초거대 AI의 시행착오를 지켜볼 수 있다. 동시에 초거대 AI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 가능하다.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개발한 시를 쓰는 AI 시아가 낸 시집

 

 

 

초거대 AI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물론 초거대 AI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AI의 권리’라는 낯선 단어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미국 저작권청은 올해 2월 AI가 만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 보호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 AI 과학자 스티븐탈러는 AI가 실제 사진을 바탕으로 생성한 그림 ‘천국으로 가는 최신 입구A Recent Entrance to Paradise’의 저작권을 등록하려 했다. 저작권자는 자신이 아니라 AI 알고리즘 ‘DABUS’라고 적었다. 저작권청은 이 신청을 반려하며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조적 힘에 기초하는 지적 노동 성과만을 보호한다”라고 했다.

 

대단한 그림 같지도 않은데 저작권 등록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권리’가 아닌 ‘의무’ 이야기라면, 예술 작품이 아닌 산업 제품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해결해야 할 제도적· 윤리적 과제가 적지 않다. 예컨대 보험사, 자동차 제조사, 변호사와 판사 등은 이제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초거대 AI의 판단으로 인해 사람이 해를 입을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질문에 답할 때조차 초거대 AI가 활용 될 수도 있다.

 

 

 

초거대 AI, 예정된 미래

 

여러 과제에도 불구하고 초거대 AI의 출현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사물인터넷IoT, 챗봇 등 우리는 이미 일상 곳곳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AI를 활용 중이다. 초거대 AI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수록 데이터와 반도체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학습하고 더 빠르게 추론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의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반도체 동맹’ 칩4Chip4 장벽을 쌓는 것도 이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창고 역할을 할 클라우드 서비스, 이를 안전하게 잠가놓을 사이버 보안 분야 역시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개별 산업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 전기와 인터넷이 그랬듯, 초거대 AI는 인간의 일상을 ‘비가역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AI 책임자였던 레이 커즈와일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시기, 즉 특이점을 2030년쯤으로 예측했다. 영화 <그녀>가 개봉한 건 2014년. 그 이후 2023년 현재까지 9년 동안 영화 속 AI 연인 사만다는 ‘허무맹랑한 상상’에서 ‘다가올 미래’로 바뀌었다. 2030년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7년이다.

 

 

글. 구은서(<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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