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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만드는 설득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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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내 주장을 따르게 하는 데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권력을 이용해 찍어 누르거나, 읍소하며 애원할 수도 있죠. 뭐든 결과만 달성되면 될 때에는 이 두가지 방법 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최선일까요? 결과와 함께 과정도 좋을 수는 없을까요? 상대가 '당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믿을 구석을 만들어 주세요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입니다. 장소는 안과 진료실. 의사가 환자에게 눈 치료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상한 행동을 시킵니다. 뜀뛰기를 해보라거나 손가락에 물을 묻혀 배꼽 주변을 만져보라는 식이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사람이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합니다. 표정은 다소 어리둥절했지만요.

 

 

 

진료실을 나온 사람들에게 PD가 물었습니다.

PD: “안과 치료와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근데 왜 시키는대로 하셨나요?”

환자: (잠시 망설이더니) “의사 선생님이 하라고 하셔서요."

설득의 핵심 중 하나는 신뢰입니다. 위의 실험에서 사람들이 의사의 지시를 따른 이유는 그의 전문성을 신뢰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신뢰성을 높여줄 권위자가 누구인지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건강식품 광고에 의학 박사를, 책 추천사에 유명인을 넣는 이유도 이때문입니다.

 

 

인맥이 워낙 좁아서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고요? 포기하지 마세요.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주장을 뒷받침해 줄 신뢰있는 근거를 찾으시면 돼요. 사람들은 보통 ‘타임지에 제시된 자료’가 우리나라 지방 주간지에 실린 내용보다는 훨씬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고객에게, 혹은 상사에게 뭔가를 얻어내고 싶은게 있나요? 그렇다면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과 같은 얘기를 하는 유명인이 있는지, 혹은 이를 뒷받침 할 자료는 없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식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도 납득하지 않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죠. 이유가 뭘까요? 그 사람은 내가 제시하는 근거, 전문성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에게는 정확한 데이터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뭔가 왜곡되고 조작된 게 아닐까?’ 의심합니다. 그래서 상대를 설득하려면 또 다른 방법도 필요합니다.

 

 

'소속'된다는 안정감을 심어주세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남이 하면 일단 거부감을 덜 느낍니다. 누군가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낮아진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그 선택을 한 사람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유사한 결정을 할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이런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영업 사원들은 업무에 이를 적극 활용합니다. 콜드콜 대신 ‘추천'을 이용하는 건데요,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여 그 안에서의 자연스러운 추천과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죠. 유명 보험설계사, 잘 나가는 자동차 판매왕 모두 이 전략을 적극 활용합니다.

하지만 집단을 활용해 설득을 하려면 어떤 집단을 선택할 것인지도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영국 국세청과 미국의 Petrified Forest의 사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영국 국세청

 미국 Petrified Forest (화석의 )

 목표

 납세율을 높여야 

 화석 반출로 숲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안내

 영국인 90% 이미 세금을 납부했습니다

 화석을 가져가지 마시오

 결과

 전년도 연체된 세금 56 파운드를 추가로 확보함

 화석 도난율이 3% → 7.9% 오히려 늘어남


 

미납 세금 때문에 고민이 많던 영국 국세청은 세금 고지서에 '영국인의 90%가 이미 세금을 납부했습니다.' 라는 문장을 추가. 그 결과 전년도에 비해 연체된 세금 56억 파운드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미납자 10%에 끼는 것 보다 세금을 낸 90%에 들어가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 느꼈기 때문이죠.

반면 미국 애리조나의 화석의 숲 공원은 '화석을 가져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을 붙인 뒤, 과거 3% 정도던 화석 도난율이 7.9%까지 늘어났다고 합니다. 왜 일까요?

 

 


 

가져갈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도 ‘어?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었어? 그럼 나도...’라는 집단 심리가 생겨 은근슬쩍 집어가게 된거죠.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라고 경고문 앞에 더 많은 쓰레기가 쌓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렇다면 어떤식으로 안내문을 고칠 수 있을까요? 공원이 원하는 것은 '화석을 보호하는 것'이니 '소중한 화석을 지켜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숲이 보존되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득 과정에서 집단을 활용하는 것은 상대의 자연스런 선택을 유도할 수 있어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그 집단이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와 유사할수록 힘은 더 커지죠. 내가 움직이고 싶은 상대와 유사한 속성을 지닌 집단이 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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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은 어렵습니다. 그러니 혼자 힘으로 상대를 움직이려는 생각은 버리고, 누군가의 ‘세련된’ 도움을 받는 지름길을 찾아보세요. 나보다 상대에게 더 신뢰를 주는 사람/자료 등의 권위에 기대는 것, 나보다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주는 집단을 찾아 보는 것, 두 가지 방법만으로도 설득은 조금 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 글쓴이: HSG 휴먼솔루션그룹 김한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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