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연필 부러뜨리기

카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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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경험이 있는가? 우연히 본 문장 하나에 발걸음을 멈추고 세상의 무수한 잡음들 마저도 귓가에 들리지 않을 만큼 매료되어 본 적이 있는가? 문장 하나에 감동과 위로, 위안과 힘을 얻어 본 적이 있는가? 그러한 한 문장의 카피를 써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매일 시를 쓴다. 시를 쓰기 위해 매일 다른 시와 카피들을 찾으며 수집한다. 내 시의 절반은 훌륭한 시들을 나만의 시선과 경험으로 모방하여 쓰며, 나머지 절반은 내 영감의 일부를 드러내어 쓴다.

 

내가 시를 처음 쓰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마케터이기에 훌륭하면서 독창적인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 한 줄이지만 누군가의 삶에 감동과 영감, 동기를 줄 수 있고, 당연하게도 수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카피를 내가 쓸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는가?

 

상상에 날개를 달아 현실을 날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해보았는가? 나의 방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나를 극렬하게 움직이게 하며 성장시키며 감동시키는 카피를 공부하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 하루에 하나씩, 문장 수집하기

 

최소 하루에 하나씩 문장들을 수집하고 가끔 수집한 문장들을 보는 것을 권장한다. 이왕이면 자신만의 스케줄과 카테고리를 설정하여 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는 공모전/대외활동 분야 전문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마케터다 보니, 컨셉에 필요한 카피와 포스터에 들어갈 슬로건부터 특정 프로젝트의 카피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하여 문장들을 수집한다. 특히 포스터에 걸맞는 카피들이 필요할 때면 포스터 디자인도 함께 수집한다. 때론 긴 카피보다 간결한 카피와 이미지의 사용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TVCF 카피도 찾아 수집한다. www.tvcf.co.kr에서 광고를 시청하면서 카피들을 수집하기도 하고, ‘카피가 강한 세상에’라는 카피라이터의 사이트에서도 찾아본다. 조금은 다른 내 방법이 있다면, 왓챠플레이나 넷플릭스, 네이버 영화과 같은 곳에서 내가 봤거나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영화들의 평과 리뷰들을 찾아본다. 개인적으로 감성적인 성격이 짙은 나에게 영화 평은 내가 느끼고 생각하지 못한 타인들의 훌륭한 영감들을 정갈하고 깊은 평들에게서 얻으며 카피의 풍부함을 얻을 수 있기에 추천한다.

 

책 제목이나 전시회 이름도 종종 찾아본다. 책 제목에서 문장을 수집하는 이유는, 책 제목 또한 책을 구매하여 읽게 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카피라는 점과 독자들의 공감과 니즈를 건드리는 제목들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전시회는 내가 예술 분야에 미흡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접하지 못하는 카피들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카피들이 전시회의 컨셉과 작품들을 이해하는데도 인사이트 도출의 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주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시집과 에세이를 사서 보는 것이다. 책을 사서 보기 어려운 분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작가분들을 팔로우하여 보거나 핀터레스트와 같은 사이트들에서도 시나 에세이와 같은 글들을 검색하여 찾아볼 수 있다.

 

소제목으로 하나씩 매일 수집하는 것으로 말을 했지만,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3~5개씩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세상에 우리가 아직 음미하지 못한 카피들은 많기에, 우리는 조금 더 열의를 가지고 한 글자 씩, 한 걸음 씩 카피들을 찾아 여행해 볼 가치가 있다. 중요한 것은, 매사에 그렇듯 꾸준함이다.

 

 

 

2. 수집한 문장들을 매듭짓기

 

마음에 들고 영감을 주는 문장들을 수집하고 보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만족감을 줄 것인가? 우리가 더 나은 글쓰기를 하기 위해 모방을 하듯이, 우리도 모방을 하고 제2의 창작 활동을 하면 더 좋을 것이다. 특히, 내가 주로 하는 문장들을 엮어 보는 방법은 하나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평들을 수집하고, 다시 모아서 보는 것이다. 특정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있는 반면, 시청자들에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있다. 전자든 후자든 영화를 보고 쓰여진 평들은 개개인들의 가치관과 경험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공통되는 인사이트들을 발견함과 동시에 개개인의 삶으로 인해 발현되는 다양한 인사이트들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Her]의 평들을 보면 알 수 있다.

 

1) 대상(Her)이 주체(She)가 되는 순간에 찾아오는 어른의 사랑 - 영화 [Her] 평

2) 결국 완전한 OS보다 불완전한 36.5 - 영화 [Her] 평

3) 외로움을 달래주기 보다 외로움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 - 영화 [Her] 평

 

누군가는 1번 평처럼 사랑에 초점을 두어 어른이 되어 맞이하는 사랑에 대하여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크게 발전한 기술이 반영된, 완전에 가까운 기계 마저도 대체 불가한 사람이라는 불완전한 존재에 대해 초점을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더 깊이 들어가 사람으로서 맺는 관계속에서 발현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자신이라는 주체와 더 크게 연결 지어 느꼈을 것이다. 공통적인 것은 기계와 사람, 대상과 주체라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감정과 깨달음이며, 다른 것은 어느 것에 더 초점을 두며 자신에게 영감으로 받아들이는 가에 대한 것이다.

 

 

 

3. 나를 글로 써보기

 

시와 글을 쓰는 나는, 영감을 주는 문장들을 수집하고 매듭지어 본 후에 마지막으로 나에 대한 글을 씀으로써 마무리를 짓는다. 결국 나에게 영감을 주는 이 문장들, 카피들이 어떻게 나를 움직였는지를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와 연관을 지어 생각을 해보면 이러한 영감을 주는 그 근본적인 가치가 나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인지, 나를 비롯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인지를 고민해 볼 수 있다. 만약, 나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나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독창적인 나를 마주하고 성장할 수 있는 모먼트를 주는 것이지 않을까? 타인이 쓴 카피를 내 것으로 만들어 본다는 것은 어쩌면 마케팅의 근본이 되는 사람, 사람이 맺는 관계, 그 속에서의 감정과 욕구들을 나 자신이 체감을 해보며 공감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아간다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향수]를 시청하고 평들을 찾아 문장을 수집했던 나는 아래와 같은 평들에게서 영감을 얻고 나를 글로 써보았다.

  

1) 그는 하나의 향기로 잉태되어 한 조각의 향기도 남기지 않고 작별했다 - 영화 [향수] 평

2) 무취 속 황홀함 - 영화 [향수] 평

 

글쓰기) 나의 몸에서 나는 이 냄새는 향기인가 악취인가, 나는 타인을 위한 향수를 뿌리고 있는가, 나를 나타내는 향수를 뿌리고 있는가. 내 향이 무취라면 타인에게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나의 향수를 만드는 재료들은 무엇인가.

 

카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앞서 말했던 것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상상력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큰 힘이 된다는 말처럼, 카피도 마음과 꿈을 상상하게 만드는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려내기 어려운 그림과 사진을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여 정의되지 않는 상상을 하게 하는 것처럼, 카피는 상상 이상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당신은 카피 하나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는가?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는데 컨셉은 우선적으로 중요시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카피는 컨셉이 나오면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빛을 갚는다는 말처럼, 카피는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이 있다. 

 

 

 

4. 최근에 영감을 받은 문장들

 

이 글을 마무리 하기 전에, 최근에 영감을 받았던 카피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똥파리가 죽은 후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영화 [똥파리] 평

2) 망각할 권리, 기억해야 할 의무 그리고 행복해져야 할 당위 - 영화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평

3) 대책없는 아름다움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평

4) 바람(wind)처럼 스쳐가버린 철없던 시절을 붙잡고픈 바람(wish) - 영화 [바람] 평

5) 축적으로 드러난 시간의 층위 – 덕원갤러리

6) 일렁임, 그 영혼의 질감 - 영화 [러빙 빈센트] 평

7) 파괴란 어느 누군가에게는 창조가 될 수도 - 영화 [데몰리션] 평

8) 엄마의 도움으로 세상에 눈을 뜬 아이. 아이의 도움으로 세상에 문을 연 엄마. - 영화 [룸] 평

9) 이 영화의 최고점은 2.5점 일지도 -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평

10) 숲을 이루지 못한 꽃은 외롭고 숲을 이룬 꽃은 시든다 - 영화 [비포선셋] 평

 

 

*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 카피 출처 : 왓챠플레이, 갤러리 전시회 이름, 카피가 강한 세상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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