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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이 컬리와 무신사를 겁내는 이유

기묘한

2021.11.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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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1년 11월 2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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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이 다 정리한 거 아니었나요?  

올리브영이 압도적인 오프라인 채널 파워를 지렛대 삼아, 드디어 온라인 뷰티 시장에서도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커뮤니티 기반의 화해나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제조사의 자사몰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거둔 쾌거였습니다. 하지만 정리된 줄 알았던 온라인 뷰티 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선을 넘는 녀석들의 공습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선두에 선 곳 중 하나가 마켓컬리입니다. 마켓컬리의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올해 상반기 전년대비 386%나 폭증했는데요. 비식품군 중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본래 가진 상품 큐레이션이라는 강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무신사는 단지 카테고리 확장뿐 아니라 PB까지 만들 정도로 뷰티에 진심입니다 (출처: 무신사)

 

 

 

이뿐 만이 아닙니다. 무신사의 공습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신사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도 전년 대비 131%나 성장했는데요. 특히 지난 8월에는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코스메틱 컬렉션을 론칭하기까지 했습니다. 

 

 

 

 

커머스도 체급이 모든 것을 가릅니다  

이처럼 올리브영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마켓컬리와 무신사의 공통점은 대표적인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겁니다. 각기 고급 식료품과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뾰족한 상품들을 취급하던 이들이 뷰티 시장을 눈독 들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에서 거래액 규모라는 체급은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아마존의 플라이휠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존은 가격을 낮춰 고객을 모으고, 모인 고객은 다시 판매자들을 불러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 다시 고정비의 효율성이 올라가, 가격을 더 낮출 수 있고, 다시 상황은 반복되게 됩니다. 일단 휠을 한번 돌리기만 하면, 아마존은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지요. 이와 같이 이커머스 경쟁의 핵심은 결국 가격입니다. 또한 더 낮은 가격을 확보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 실현에 필요한 체급을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상위 플랫폼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출처: 비즈니스워치)

 

 

 

하지만 문제는 이미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구도가 굳어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상위권 플랫폼들은 점차 후발주자들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고요. 따라서 후발주자들은 더욱 빠른 성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정된 영역에 집중하는 버티컬 커머스들은 단기간에 거래액을 끌어올리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카테고리 외연 확장에 나서게 된 겁니다. 또한 거래액 규모는 기업 공개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이기도합니다. 그래서 마켓컬리처럼 상장 레이스에 뛰어든 곳들은 더욱 거래액 확장에 진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거래액 불리기가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간 성장의 동력이었던 뾰족한 강점들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력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네이버, 쿠팡과 같은 종합몰들에게 역으로 잡아 먹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달리는 말에 올라탄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선을 넘는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리텐션 차이가 상성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왜 유독 올리브영만 당하고 있는 걸까요. 올리브영도 역으로 패션이나 식품으로 확장할 순 없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버티컬 커머스 간에는, 집중하는 카테고리에 따라 일종의 상성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상성을 결정하는 것은 평균적인 고객의 리텐션 수준입니다. 

 

전문몰에서 영역 확장이 가능한 것은 꾸준한 트래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상품을 노출하기만 해도 거래는 일어나게 됩니다. 마치 마트에서 파는 옷이나 신발을 우리가 종종 사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대표적으로 데이즈는 단지 이마트 안에 입점해 있다는 이유 만으로도 국내 2위의 SPA 브랜드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러한 연관 구매의 효과는 방문주기가 짧을수록 커진다는 겁니다. 마트에 가서 옷을 사는 빈도와 백화점에 가서 장을 보는 빈도를 비교해보시면, 당연히 전자가 더 많기 마련이지요.

 

일반적으로 식료품은 2주에 1번 꼴로 사고요. 옷은 1달에 1번, 화장품은 3달에 1번 주기로 구매한다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구매주기 차이 때문에 올리브영은 마켓컬리나 무신사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문의 빈도가 다르기 때문에 뺏기는 고객의 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버티컬 커머스 간의 경계선을 넘는 전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양상이 많아질수록 결국 올리브영처럼 리텐션에서 불리한 플랫폼들의 고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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