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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가수전이 유명가수전이 된 이유 (feat 싱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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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소셜 안나 카레니나

SING AGAIN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에 기획 의도입니다. 기획 의도가 딱 들어맞을 때 기획자가 갖는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생각한 기획 의도가 참여자,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싱어게인은 기획 의도처럼 재야의 숨은 고수, 실력이 있지만 아직 무명인 가수, 한때 잘 나갔지만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가수 등이 나와 멋진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네이버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 보면 댓글이 정말 많습니다. 그만틈 관심과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죠. 이 방송으로 이승윤 님, 정홍일 님, 이무진 님 등 말 그대로 무명인에서 유명인이 된 가수가 많습니다. 이들의 노래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다. 그동안 슈퍼스타 k, KPOP 스타, 보이스 오브 코리아 등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왔고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싱어게인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싱어게인을 보다 궁금해졌습니다. 레드오션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싱어게인이 살아남은 이유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문화평론가처럼 냉철한 분석은 아닙니다. 평범하지만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쓰는 내용이니 부디 너른 마음으로 잘 읽어주시고 공감이 된다면 함께 공감해주세요. 

 


 

 

 

빈틈을 제공한다

아이폰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티브 잡스가 첫 번째 아이폰을 발표할 때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핸드폰, 인터넷, 아이팟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세 가지를 합친 것이 아이폰이라고 설명하죠. 이후 아이폰은 세상을 주름 잡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상상을 해보죠. 만약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에 우리가 사용할 모든 도구와 어플을 깔아주고 전달했다면 어땠을까요? 아이폰에서는 이 어플만 써야 한다면서 말이죠. 지금처럼 아이폰이 인기가 있었을까요? 이후 수많은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요? 아이폰이 나오기 전 핸드폰은 주어진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편의대로 무엇을 만들지 못했죠. 바로 ‘빈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반대였습니다. 아주 필요한 몇 가지 기능을 제외하고는 빈 화면으로 사용자에게 건네졌습니다. 빈 화면에 사용자는 본인이 사용하고 싶은 어플을 설치합니다. 빈틈이 주어진거죠. 빈틈을 활용해 사용자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듭니다. 이후 아이폰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드디어 위젯 기능까지 추가하게 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대로 위젯을 설정하고 꾸밀 수 있게 해줍니다. 빈틈을 계속 만들어주는거죠. 

요즘 정말 인기 있는 어플이 있습니다. 바로 ‘클럽하우스’입니다. 클럽하우스는 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입니다. 다양한 주제의 방에서 스피커(speaker)가 되어 발언을 하거나 리스너(listener)로 참여할 수 있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댓글을 달거나 사진을 공유할 수 없습니다. 오직 음성으로만 소통할 수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도 아이폰처럼 빈틈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사용법이 아주 간단합니다. +Start a room을 누르고 오픈, 소셜, 잠금 방 중 하나를 선택하고 주제를 선정해서 열면 됩니다. ‘오픈’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방, ‘소셜’은 내가 팔로우하거나 나를 팔로우 한 사람들이 들어오는 방, ‘잠금’은 내가 선택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방입니다. 이후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이 들어오고 대화를 나누면 됩니다. 대부분 사용자가 직접 활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용자가 채울 수 있는 빈틈을 준 겁니다.

이처럼 싱어게인도 빈틈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이 아닌 번호로 가수를 불렀습니다. ‘1호 가수님, 20호 가수님’ 이런식으로 말이죠. 이름을 모르니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정보를 찾아냈고 여기저기 공유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한 사람들도 흥미를 갖고 싱어게인을 찾게 됩니다. 얼리어답터같은 역할을 한 겁니다. 복면가왕과 비슷한 장치입니다. 얼굴을 가린 가수들이 가왕의 자리를 놓고 대결합니다. 가면 뒤에 숨겨진 가수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시청자들은 적극성을 띕니다. 참여는 빈틈으로 발생됩니다. 눈에 띄고 티가나는 빈틈이면 흥미가 사라집니다. 아이폰이 손에 쥐어졌을 때 사람들은 설명서를 찾지 않습니다. 직접 어플을 설치하고 사용해보며 터득합니다. 애플은 설명서를 쥐어주면서 이렇게 저렇게 사용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싱어게인도 번호로 가수를 부르며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갖도록 했습니다.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누구지? 처음보는 사람인데 누굴까? 어! 나 어디서 저 가수를 봤던 거 같은데?’ 이 궁금증은 소셜 미디어와 맞물려 증폭됩니다. 이미 가수의 이름을 알려집니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었습니다. 가수를 찾으며 참여한 시청자들은 애청자가 되었고 다른 시청자들을 애청자로 만드는 얼리어답터가 됩니다. 지금 나의 서비스에는 빈틈이 있나요? 

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매해 프로야구를 마친 후 가장 뛰어난 실력과 성적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상을 수여합니다. 골든글로브, 타격왕, MVP 등 여러 상이 있습니다. 모든 상은 실력이 뛰어나고 성적만 나온다면 몇 번이고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타자로 불리는 이승엽 선수는 역대 최다 골든글로브 수상자입니다. 무려 열 번이나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승엽 선수도 받지 못한 상이 있습니다. 단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죠. 바로 신인왕입니다. 신인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선수가 받습니다. 신인이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면 관심을 한몸에 받습니다.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매번 잘하는 선수도 중요하지만 신인이 프로야구판을 흔든다면 관중들은 더욱 신납니다. 새로운 얼굴은 기존 무대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익숙한 판을 흔드는 거죠. 누군가의 안정성을 흔듭니다. 자기 자리가 확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흔들죠. 안주하지 않게 만듭니다.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됩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죠. 신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싱어게인 기획 의도에 첫 번째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프로그램 제목도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입니다. 기획자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보입니다. 무명가수를 발굴하고 싶은 겁니다. 싱어게인을 보면 예전에 유명했지만 잊혀진 가수들도 나옵니다. 하지만 가장 첫 번째 목적은 실력있는 무명가수를 발굴하는 겁니다.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 선보이는 장을 마련한 겁니다. 기획 의도에 맞게 싱어게인 1, 2, 3등 모두 무명 가수입니다. 익숙함을 벗어날 때 신선함이 전달됩니다. 신선함은 질문을 던지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가수가 나왔지? 왜 이제서야 알려진거지? 재야의 고수는 신인입니다. 신인은 나이 어린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얼굴을 뜻합니다. 나이가 많던 적던 상관없이 신선함을 전달하면 신인입니다. 싱어게인은 좋은 신인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높아졌고 인기리에 종영될 수 있었습니다. 

 

  

 

트로트를 대체한다

다른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스포츠 세계에서 어떤 한팀이 오랫동안 장악하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소위 ‘왕조’가 만들어지면 그 팀에게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들이 한 노력을 무시하는 말이 아닙니다. 노력이 있기에 왕조를 세우는거죠. 다만 대체불가한 팀이 오랫동안 자리를 잡으면 흥미가 떨어집니다. 이때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팀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흥미가 다시 생깁니다. 늘 우승하던 팀이 대체됐기 때문이죠. ‘왕조’는 긴장감을 사라지게 합니다. 대체하는 팀이 나오면 긴장감이 생기죠. 긴장감은 흥미와 재미로 연결됩니다. 

이처럼 요즘 TV를 틀면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트로트입니다.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 이후 수많은 트로트 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몰리면 편승해야겠죠? 인기에 편승해 시청률을 잡아야 합니다. 공중파, 종편에 상관없이 연예인, 일반인이 나와 트로트를 부릅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장악을 하면 재미가 사라집니다. 흥미를 잃게 됩니다. (트로트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중학교 때일까요? 장윤정 님의 어마나가 애창곡이었죠) 이때 싱어게인이 등장한 겁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트로트를 대체하는 게 없었습니다. 긴장감이 사라졌죠. 싱어게인은 긴장감을 갖고 왔습니다. 세상에 아이폰만 있으면 아이폰은 도태될 겁니다. 긴장감이 사라지는 거죠. 긴장감이 없으면 발전이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폰을 견제할 수 있는 갤럭시폰이 있으니 발전하게 됩니다. ‘왕조’는 오히려 발전을 저해합니다. ‘장악’은 성장을 막는 요인입니다. 트로트로만 소비되던 음악씬(scene)에서 싱어게인은 새로운 소비품이 된 것입니다. 아이폰만 선택할 수 있는 시장에 갤럭시폰이 등장한거죠. 실력있는 갤럭시폰이 등장하니 아이폰에 싫증이 났던 사람들이 옮겨옵니다.(저는 아이폰 사랑합니다) 옮기는 과정에서 새로운 판이 생깁니다. 싱어게인이 인기 있던 이유입니다.

 

스토리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패자부활전이 있습니다. 아쉽게 탈락한 사람들 중 일부를 다시 뽑는거죠. 어디에나 있는 장치입니다. 극적이지 않습니다. 탈락하더라도 이 중 일부는 재심사로 본선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싱어게인은 새로운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스토리를 마련했죠. 김이나, 김종진, 이선희, 유희열, 규현, 송민호, 선미, 이해리 이상 8명을 심사위원으로 준비했습니다. 시니어와 주니어로 심사위원을 구성한 것도 독특했죠. 이건 조금 이따 얘기할게요. 심사위원 8명에게는 한 가지 장치가 있습니다. ‘슈퍼 어게인(super again)’입니다. 어떤 장치일까요? 매번 라운드를 하면서 탈락자가 생깁니다. 탈락자가 되면 번호가 아닌 이름을 밝히고 떠나게 됩니다. 이때 심사위원들은 슈퍼 어게인을 외칠 수 있습니다. 

탈락자 중 기회를 주고 싶은 사람을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키는거죠. 심사위원 간 회의는 없습니다. 시니어든 주니어든 본인의 느낌과 주관으로 슈퍼 어게인을 사용합니다. 결과적으로 최종 1등과 2등을 한 이승윤 님과 정홍일 님은 슈퍼 어게인을 통해 살아남은 가수입니다. 기존에 심사위원끼리 회의를 하고 누구를 살릴지 결정하는 구조에서 심사위원이 즉각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꾼겁니다. 작은 장치가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슈퍼 어게인을 쓰는 상황을 보게 되면 괜히 울컥합니다. 먼저 참가자들의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죠.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더라도 자신의 노래를 하고 싶고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이죠.  그 마음에 슈퍼 어게인이라는 장치가 더해지니 극적인 스토리로 변하게 됩니다. 심사위원이 탈락자가 이름을 발표하기 바로 직전 ‘잠시만요’라고 외칠 때 소름이 돋습니다. 멋진 스토리로 만든겁니다. 

아까 적었던 심사위원 구성을 정리해볼게요. 싱어게인은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게 시니어와 주니어로 심사위원을 구성했습니다. 시니어는 김이나, 김종진, 유희열, 이선희 누가 보고 들어도 인정할만한 사람들이죠. 주니어는 종현, 송민호, 선미, 이해리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누구를 평가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방영 초반에는 이 구성 때문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있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느냐, 평가할 역량은 되느냐 등등 여러 불만이 올라왔죠. 하지만 기획에는 의도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구성했을까요? 저는 유희열 심사위원의 말에서 힌트를 찾습니다. ‘주니어에서 새로운 관점을 전달해주니까 새롭게 보게 되는 거 같아. 이렇게 또 배워간다’ 김이나, 김종진, 유희열, 이선희 누가 뭐래도 한국 최고의 가수, 프로듀셔, 작사가입니다. 심사위원으로서 권위가 있습니다. 네 명으로 심사를 했어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유희열 님 말처럼 주니어 심사위원들은 2030 세대의 눈으로 가장 가까운 대중의 눈으로 심사를 합니다. 새로운 관점을 전달하는 거죠. 신구 조화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닐까요? 주니어 심사위원들도 성장했을 겁니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자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와 다릅니다. 새로운 역량이 필요한거죠. 사람을 발굴하는 일입니다. 결국 싱어게인은 참가자만이 아니라 심사위원도 함께 성장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되려면

네 가지로 싱어게인의 인기를 정리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소설 첫 문장입니다. 이 말처럼 인기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죠. 단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인기를 가지려면 비슷한 구조에 새로움을 더해야 합니다. 너무 새로우면 어색하기 때문에 반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만 새로워야 합니다. 싱어게인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경쟁하며, 라이벌 결정전 등을 합니다. 여기에 무명가수라는 컨셉, 시청자가 참여하는 빈틈 마련, 슈퍼 어게인 이라는 장치 등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면면이 화려한 참가자가 가장 컸을 겁니다. 무명가수 임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런 뛰어난 사람들이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기획자들의 역량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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