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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에밀리 화법 배우기

일분시그널

2020.11.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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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참 좋아라하는 한다. 대개 심리스릴러, 재난영화, 공포 등을 보는데 아주 특별 케이스로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게 됐다. 결론적으로, 마케터라면 꼭 보길 권한다. 물론 영화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문화권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건질 만한 아이디어가 참 많았다. (거의 순삭 드라마다) 특히 주인공 에밀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인데, 오늘은 직장에서 똑똑해 보이는 '말하기'를 공유해 본다. 

 

(*에밀리는 시카고에 있는 유명 마케팅 에이전시 직원이다. 파리에 파견나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그런데 프랑스 문화를 너무 극단적으로 그려 프랑스 내 반발도 있었다는 카더라...)

 

 

1. 에밀리 화법

 

상황: 클라이언트와의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을 아주 간신히 예약한 에밀리. 모두를 모시고 도착했는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는다. 미국과 날짜를 다르게 세는 프랑스 문화를 모르고, 무려 몇 달 뒤의 날짜를 예약한 것. 일분이 같으면 쭈그렁이가 돼서 '죄송합니다'만 연신 외쳤을 법 한데, 에밀리는 당장 지인의 (소규모)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상사와 클라이언트 앞에서 이렇게 외친다.

 

"여러분, 좋은 소식과 아주 좋은 소식이 있어요. 좋은 소식은 파리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젊은 셰프가 손수 차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아주 좋은 소식은, 클라이언트 호텔이 오픈하는 날에 맞춰 (바로 이곳) 미슐랭 2스타에 다시 올거란 거예요!"

 

물론, 현실에서 저렇게 대처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중요한 것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끌어올리는 에밀리 화법이다. 포인트는 착한 당당함이다. 잘못해놓고 당당하면 뺨 맞을 일이지만, 착한이 붙은 것은 '대안'을 만들어놓고 당당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지만 이를 어떻게 모면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에밀리에겐 마침 지인 레스토랑 이용찬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우리도 충분히 비슷한 식당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미슐랭은 아니어도 '궁금하게 만드는' 수식어로 포장해 사람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본다. 밤새 제안서를 만들어 PT까지 했는데... 똑 떨어졌다. 함께 준비한 팀원들의 사기가 바닥 칠 것이 보인다. 키를 잡은 팀장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얘들아, 우리 떨어졌다. 힘내자!' (땡~)

 

가상이라 생각하고 아래와 같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우리 떨어졌지만 좋은 소식 2가지를 가져왔다.' > 여기서부터 떨어졌다는 말이 안 들리기 시작한다.

'우선 그동안 너무 수고해줬기 때문에 끝내주는 회식이 있을 것이고(혹은 점심), 동종업계 마케팅 제안이 들어왔는데 이미 시장분석 해놓은 게 있으니 이 부분 패스하고 본론부터 들어가면 될 듯. 40%는 세이브할 수 있다는 사실!'

 

응? 할 수 있겠지만, 핵심은 의기소침한 쭈그렁이가 되지 말고 착한 당당함이란 화법에 있다.

 

 

2. 결론부터 말하기

 

또 다른 화법인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같은 말을 해도 내 업적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해 놓고도 아무도 모르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본다.

 

- 나: 팀장님. 지난 번 말씀하신 A 장소요. 섭외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 팀장: 거봐, 쉽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한거야?

- 나: 하긴 했는데 추가비용을 더 달라고 하고 시간 제한이 너무 빡빡해서... 어쩌고 저쩌고

- 팀장: 그래서, 겨우 2시간밖에 못하는데 비용을 배로 더 내라는 거야?

- 나: 아니, 그건 아닌데요. 어찌나 빡빡하게 굴던지, 제가 저희 행사의 취지나 홍보효과에 대해 아무리 말해도 그쪽에서... 블라블라

- 팀장: (그래서 뭔소리야. 했다는 거야 못했다는 거야) > 이때부터 슬슬 짜증이 밀려오며 귀에 잘 안들어오기 시작함. 그래서 결론이 뭔데?!!

- 나: 예, 겨우 사정해서 우리 제안대로 하긴 했습니다. (팀장의 큰소리에 쫄아있는 상태로 접어듦)

 

결론적으로 보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뛰어난 대처능력으로 팀장이 원하는 대로 섭외했다. 그런데 긍정적인 결론이 아닌, 부정적인 과정부터 주저리주저리 말하다보니 팀장의 심기를 건들면서 나의 모든 노력들을 빛바래게 만든 것이다. (이것도 재주임). 그럼 아래와 같이 얘기하면 어떨까.

 

- 나: 팀장님. 지난 번 말씀하신 A 장소, 섭외 완료했습니다! (당당함이 포인트)

- 팀장: 쉽지 않았을텐데, 우리 제안대로 OK?

- 나: 네,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에 추가비용과 시간제한을 강력히 요구해서 협의하는 데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거의 이틀에 걸쳐 계속 협의를 했는데요, 이 행사를 통해 A에 어떤 바이럴 효과가 있을 것이며 비용을 환산했을 때 추가 홍보효과까지 제시했습니다. 아무래도 수치를 보여주고 우리 행사의 취지 등을 강조한 것이 긍정적으로 먹힌 것 같습니다. 좀 끈질기게 매달렸거든요.

- 팀장: 수고했네.

 

비교되셨는지. 화법의 순서는 이렇다. 무조건 결론부터 말하기 > 내가 이것을 쉽게 따낸 것이 아니라는 (녹록지 않았던)상황 묘사 >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셀프 노고 치하 

 

팀장의 수고했네 한 마디에는 '너에 대한 신뢰감 플러스'라는 의미를 내포할 것이다. 팀장님은 바쁘시다. 너의 노고보다는 결론이 먼저 듣고 싶다. 우선 긍정적인 결론이면, 그동안의 힘든 여정을 얼마든지 들을 마음을 오픈한다.

 

그런데 만약 부정적인 결론이라면? 여기에 에밀리 화법을 적용해보자.

 

- 나: 팀장님. 지난 번 말씀하신 A장소, 3일에 걸쳐 섭외요청을 했으나 아쉽게도 불발됐습니다. 너무 많은 추가비용과 시간제한을 과도하게 요구하더라고요.

- 팀장님: 뭐? (살짝 짜증남)

- 나: A보다 요즘 SNS 상에서 더 핫하고 자체 해시태그까지 형성된 B 섭외를 해놨습니다. (얼마나 핫하고 얼마나 더 괜찮은지 충분한 근거를 보여주기)

이곳의 장점은 지금 막 뜨기 시작해서 오히려 잇 아이템이 될 수 있으며, 이들 역시 저희와 처음 제휴를 하는 상황이라, 다방면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시하며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비용은 20% 다운되고, 시간 제한 또한 없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같은 비용 대비 더 많은 액티비티를 할 수 있으며, 블라블라~

- 팀장님: OK

 

처음 팀장이 내린 오더의 의도를 파악하고, 상황이 녹록지 않을 때면 그에 맞는 대안을 만들어놔야 한다. 비록 팀장이 원하는 결론이 아니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더 좋은 결론을 들이밀면서 오히려 내 능력치를 뽐낼 수 있는 상황, 바로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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