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언론사 데스크 출신이 말하는 PR이야기

잘 쓴 보도자료 하나 열 안부럽다 하지만 뻔하면 묻힌다

독사

2020.10.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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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00개”

 

유통팀 기자로 있었을 때 하루에 받았던 보도자료의 수이다. 보통 언론사에는 많은 기자들이 있는 매체들도 있지만, 10인 미만의 매체도 대다수이다. 매체는 많지만, 기자의 수는 적다.

 

내가 재직했던 일간지의 산업부 기자는 데스크를 포함해 8명이었고, 나는 유통 분야를 담당했기에, 하루에 쏟아지는 대기업과 홍보대행사들의 보도자료의 수는 100-200여개를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지면에는 한계가 있고, 사람의 손과 눈에는 한계가 있듯 하루에 정말 많으면 보도자료 성 기사를 13개까지는 처리해보았지만, 보통은 7-8개 정도 처리하는 것도 벅차는 날이 많았다.

 

왜냐하면 산업부 기자들은 생각외로 바쁘다.

 

물론 다른 부서의 기자들도 아주 바쁘겠지만, 산업부는 신문사의 얼굴이란 말이 있을 만큼 바쁘다. 산업부 기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수많은 홍보팀과 홍보대행사 사람들과 만나며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기사 아이템을 공유하거나 비보도 전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한다.

 

요새는 코로나19로 식사 약속은 줄었지만, 티미팅이나 전화통화가 늘어났다. 어쨌든 이 이야기의 핵심은 산업부는 홍보팀 혹은 홍보 관련 담당자들과의 접촉이 많다는 이야기를 풀이한 거고, 이건 미팅이 많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미팅은 보통 짧으면 30분, 길면 3시간까지 하기도 한다. 참고로 필자의 최고 기록은 6시간 30분이다. 현재는 재직하지 않고 있지만 한 대기업 홍보팀장과 여의도의 한정식집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걸어서 대흥역까지 걸어 가본 적도 있다. 이런 미팅들을 통해 위해서 말한 것과 같이 비보도 전제로 홍보나 기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기사 아이템을 공유하기도 한다. 의외로 미팅에서 기사 소스가 많이 나오기에, 기자들은 미팅을 자주 나가는 편이고 데스크가 되었을 땐 하루의 시작을 홍보팀 미팅으로 시작해서 미팅으로 끝난 적도 있었다.

 

이 이야기를 처음에 시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기업 마케터들이 작성하는 보도자료는 산업부에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뻔한 보도자료는 묻힌다는 이야기이다. 

 

보도자료를 하루에 100-120개씩 받으면 메일함은 계속 넘어가게 되고, 여기에 국회 관련한 의원실 보도자료까지 밀려오면 메일함 페이지 수는 끝도 없이 늘어난다. 국정감사 시즌이라고 불리는 추석이 끝나는 날부터 10월 말까지는 하루에 최대 500개까지 찍어본 경험이 있다.

 

이런 와중에 스타트업에서 배포하는 업무협약, 수상, 신제품 출시와 같은 내용도 물론 보도의 가치에 있어선 중요하겠지만, 대기업, 기업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우선으로 처리해야 되는 데스크의 지시와 잦은 미팅 등으로 다져진 홍보팀과의 관계에 있어 일의 경중에 있어 밀리게 된다.

 

그러기에 보도자료를 작성할 땐 제일 중요한 것이 메일의 제목이다.

 

뻔한 업무협약 체결, 신제품 출시 등과의 제목은 아까도 말했듯이 정말로 필요가 없다. 평균치가 없어서 개인화의 오류가 될 수 있지만, 필자가 기자로 있었던 6-7년 동안 메일 하나 제목을 읽는데 1분이 채 안 걸린다. 한 15초에서 25초면 휙휙 넘어가는 것 같다.

 

이거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부족할 수 있어, 우리나라 5대 경제지 중 한 곳에 재직 중인 후배 기자에게도 물어보니 보통 메일 제목을 읽을 때 30초를 안 넘어간다고 첨언 해줬다.

 

물론 꼼꼼히 읽는 기자들도 있지만, 마감 압박에 쫓기는 기자들은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스타트업들은 기업에 밀려서 그 하루에 받는 메일 100여개중 하나가 되는 거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당연히 아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제목에 답이 있다.

 

PR의 핵심은 얼마나 기업을 잘 홍보하냐이다. 기사 하나로 뭔가 투자가 미친 듯이 쏟아진다거나, 완판 대란이 일어난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가끔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PR은 내가 하고 싶은 말 백 마디를 한 마디로 줄이는 것과 같다.

 

그러기에 투자처에 가서 백 마디의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 하나로 보여주면 된다는 것이고, 이 말은 그 한 마디를 기사의 제목에 넣게 하면 투자처는 기사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메일의 제목에는 최대한 핵심과 요점을 적는 게 좋다.

 

예로 들어 A스타트업이 국내 최초로 B(옷브랜드)를 15일에 출시했고, B브랜드는 신소재 기능으로 만들어져 여름철에 매우 시원하며 서울시가 주관하는 365 오픈 패션쇼에서 런웨이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걸 내가 PR을 담당하는 기업에서 배포한다면 나는 제목에 <서울시민들의 눈을 사로잡은 B브랜드> 라고 적을 것 같다. 또는 <서울시민들의 눈을 사로잡은 B브랜드 15일 출시> 라고 적을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다들 적을 수도 있고, 적는 기업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눈을 잡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면, A스타트업 B브랜드 15일 출시라는 밋밋한 내용보다는 훨씬 더 보도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가면 <000명의 시선을 고정시킨 B브랜드 15일 출시> 라고 나갈 수도 있다.

 

또는 기능형을 강조할 수도 있다.

 

<신소재 기능 덧입힌 B브랜드 출시에 시민들 ‘주목’> 또는 365런웨이에서 주목받은 B브랜드 신소재 기능에 여름 더위 걱정 ‘끝’> 이란 제목을 붙일수도 있다.

 

제목은 보도자료의 첫 걸음이자 시작이다. 사실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으면 그다음은 내용이다. 

 

 

->보도자료의 내용에는 무엇을 적어야 되는가(2회차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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